마음예보 / 심리학관
[전에 없던 ADHD 어른들]
* 요즘 진료시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환자가 부쩍 늘었음
-> 본래 ADHD는 부주의, 과잉 행동, 충동성이 특성이 질환으로 주로 아동기에 처음 진단되곤 함
-> 그런데, 최근에는 성인이 된 후 자신이 ADHD가 의심된다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경우가 많음
* 최근 몇 년을 살펴보면, ADHD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 수는 2019년 -> 2023년 (3배 증가)
* 같은 기간, 20대 이상 성인 ADHD는 약 5배 증가 / 특히 30대 환자는 약 7배 증가하였음
->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에게 성인ADHD콘텐츠는 필수템이 되었음
* ADHD 진단 건수가 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임
-> 그러나 한편으로 의아한 점이 있음
Q. ADHD는 뇌의 생물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질환임. 몇년 사이 갑작스러운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것도 아닐 텐데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진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일까?
* ADHD는 한때 '소아정신과 질환'이었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업 중 갑자기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녔던 친구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제법 의젓해지고 자리에 잘 앉아 있을 수 있게 되니 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음
* 그러나 이런 관점은 완전히 사라졌음
(연구결과) 연구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ADHD를 진단받은 아이들의 약 50%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ADHD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밝혀졌음
-> 사춘기를 지나면서 눈에 띄는 과잉 행동은 줄어들지만, 집중력 저하와 잦은 실수, 충동적인 행동은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
Q. 성인 ADHD 환자는 어떤 모습일까?
* 조금만 시끄럽고 거슬려도 집중이 깨지고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음 / 머리속이 항상 시끄럽고 안개가 낀 것 같음 / 무기력하고 계획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듬
* 평소에 일을 자주 미루는 편임 /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아니 미루면 안 될 때까지 미룸 / TV를 켜놓은 채로 웹툰을 넘기고,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물건을 집어넣으며 떡볶이를 먹음 / 멀티태스킹을 못 하는데, 차분하게 한 번에 하나만 하는 건 더더욱 못함
* 대인관계는 대체로 원만하지 않음 / 자꾸 약속을 잊거나 시간을 착각하여 사람들의 신뢰를 잃음 / 대화 중 흐름을 놓쳐 엉뚱한 말을 하고,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자주 욱함 / 눈치가 없어서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낌 /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지난 일을 곱씹으며 잠을 이루지 못함
* ADHD 환자가 호소하는 상이 두서없고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님
(뇌 영상 연구) ADHD 환자에게서는 전두엽, 특히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일관되게 관찰됨
-> 전두엽 : 뇌의 컨트롤 타워 / 주의 집중, 행동 억제, 계획 및 조직화, 실행 기능 등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조율하고, 감정 조절에도 깊이 관여함
-> 이 컨트롤 타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삶의 여러 영역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음
[치료를 권하는 사회]
* ADHD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나뉨. 하지만 모든 치료법 중 약물 치료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비율을 보면 약물 치료가 압도적으로 많음
-> 약물은 전두엽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조절해 집중력을 높이고 산만함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줌
* 약물 치료에서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존감의 회복
-> 집중이 안 되고, 실수가 잦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서 스스로를 탓하던 사람들이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더 이상 자신을 비난하지 않게 됨
-> 내 의지가 부족했다거나 성격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조절 기능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
Q. 약을 끊으면 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치료를 통해 얻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집중력만이 아님
-> 집중력이 온전히 발휘되는 동안 공부한 내용은 지식이 되고, 경험은 실력이 됨
-> 함께 웃었던 친구, 함께 울었던 친구가 인맥으로 남고, 커리어가 쌓임
-> 모두 약의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이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치료는 충분히 의미가 있음
[혹시 나도 성인 ADHD가 아닐까?]
* 정신과 의사로서 ADHD 진단이 늘어나는 건 반가움
-> 예전 같으면 성격 탓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되던 증상들이, 이제는 뇌의 특성과 그에 따른 증상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
-> 정신과 진단에 사회적 낙인이 있다고들 하는데, ADHD 진단만큼은 낙인이 아닌 변화를 향한 출발점이 된 느낌
*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지점도 분명함
->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ADHD 관련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신의 어려움을 곧바로 ADHD로 단정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
-> '나도 그런 적 있는데' 싶은 사례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고도 스스로 ADHD라고 믿게 됨
-> 산만함, 주의력 저하, 충동성 등 ADHD의 주요 증상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적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공감되고 또 쉽게 자가진단으로 이어짐
* 공존 질환이 많다는 것도 ADHD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임 : ADHD를 진단받은 성인에서 대다수 환자(84%)는 ADHD 외에 최소 하나 이상의 추가 진단명을 가지고 있음
(ex) 조절 기능 저하로 인한 알코올 의존, 약물 남용, 도박 장애 / 우울증과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 / 공황장애와 사회공포증 같은 불안장애도 흔함
-> 분명한 사실은 ADHD 증상이 ADHD로 끝나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점
* 가뜩이나 증상도 광범위한데 공존 질환까지 다양함
-> 사실상 ADHD 하나면 환자들이 겪는 고충 전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
(ex) 유튜브 영상 속 ADHD 권위자는 이렇게 말함 : 모든 게 ADHD 때문입니다!
-> 수능 시험에서 뻔히 아는 문제를 틀리는 바람에 본 실력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대학에 들어간 것도
-> 회사 생활에서 실수가 잦고 적응이 어려워 이직을 반복한 것도
-> 순간 감정을 못 이겨 애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헤어진 것도
-> 어젯밤 만취해서 그 애인에게 다시 전화를 건 것도'
-> 성급한 투자로 손실을 본 것도
[스스로 ADHD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 보통 정신과 질환을 처음 진단받을 때, 환자들은 의아함을 보이거나 부정하는 경우가 많음
"제가 조울증이라고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 ADHD에 한해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됨
"ADHD가 아니라고요? 유튜브에서 봤던 증상이랑 저랑 똑같은데요?"
* 가성 ADHD (pseudo ADHD)
객관적인 신경생물학적 결함 없이도, 주변 환경이나 기대 수준의 변화로 인해 주의력 저하, 산만함, 실행 기능의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또는 그렇게 '느끼는' 상태
* ADHD : 어릴 때 증상이 시작되어 오랜 기간 지속되는 신경발달장애
* 가성 ADHD : 청소년기나 성인이 된 이후, 스트레스나 번아웃을 겪으면서 집중력 저하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음
* ADHD : 여러 환경(가정, 학교, 직장, 모임 등)에서 일관된 증상을 보임
* 가성 ADHD : 특정 상황에서만 문제가 생기고, 컨디션에 따라 증상이 왔다갔다 함 /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기능을 회복한다는 얘기
Q. 가성 ADHD는 왜 생길까?
(1) 진단 기준이 완화되었음
DSM-IV에서는 ADHD 발병 시점을 7세 이전으로 한정했지만, DSM-5부터 12세까지로 확장되었고, 성인 ADHD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최소 증상도 6개에서 5갤로 줄었음
(2) 제도적 변화
2016년 9월부터 ADHD 약물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었고, 만 18세 이후 처음 진단받은 ADHD 환자들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음
(3) 미디어의 힘
MBTI를 필두로 한 심리 테스트와 정신건강 정보는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고, 인플루언서들의 ADHD 고백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음
-> ADHD는 한 개인이 자신이 힘들었던 삶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주요 키워드가 되었음
[당신은 당신의 집중력에 만족하는가 :
고기능 추구 사회]
* ADHD 대유행이라는 현상 이면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깊게 자리하고 있음
* 과잉 경쟁과 자기 착취의 시대 : 멀티태스킹이 기본이 된 업무 환경, 성과주의와 끊임없는 비교,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야만 하는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붙임
- 누구라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쉬움
* 고기능을 추구하는 경향
- 수험생은 의대 입시에서 떨어지고 '그저 그런 대학'에 가게 된 자신을 실패자라고 여김
- 직장인은 야근을 마치고 이직을 위해 밤 늦게까지 공부함 : 지금 다니는 회사가 10년 뒤에도 존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
* 2024년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16잔 /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 달성
=> 카페인 소비 증가와 ADHD 유병율 증가는
그 궤를 같이 함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
* 상대적인 집중력 저하가 트렌드라고 해서 그저 수용하고 살 수만은 없으니까
-> 그저 조금 덜 흐릿하게 살아가는 방법들
(1) 그 자리에서 벗어나라, 지금 당장.
* 지금 당신이 집중하려 애쓰는 그 공간에서 제대로 집중한 적이 별로 없다면,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그곳은 승률이 매우 떨어지는 전장임
-> 언덕 아래, 시야도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총을 쏘는 건 금지!
-> 당장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함
* 사람마다 집중이 잘되는 환경은 다름 : 도서관, 강의실, 스터디카페, 약간의 소음이 있는 그냥 카페, 이동중인 버스나 지하철
-> 단, 집은 별로임 : 환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집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합격률이 가장 낮았음 / 침대나 소파는 눕기 좋고, 익숙한 책상은 딴짓하기 좋고, 냉장고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2) 일단 적어놓자. 머릿속메만 두지 말고.
*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끝도 없이 밀려드는 걱정 때문에 일상이 무너짐
-> 점심 메뉴로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고르는 일도 어려운데, 정답도 없고 마감도 없는 고민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돌며 체력을 소모함
* 종이를 3단으로 접고, 걱정의 주제, 가능한 선택지, 예상 결과를 글로 옮겨 보자
-> 생각이 명료해지고, 뇌는 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음
-> 다시 걱정이 찾아오면 종이를 한번 보는 것으로 시간을 아낄 수 있음
* 적는다고 해서 일이 완벽한 체계를 갖추기는 어려울지라도
-> 복잡하게 떠도는 생각을 지금 여기에 붙잡아두는 데 도움이 될 것
(3) 아날로그 시대의 장점을 벤치마킹하자
"그냥 폰 보죠. 틱톡이나 유튜브요. 게임도 하고요"
-> 요즘 학생들이 공부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 하는 것들
* 예전에는 공부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구분되어 있었고, 쉴 때는 뇌에 정보 부하를 많이 주지 않는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음
* 뇌과학자들은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멍 때리기'를 중요하게 생각함
->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뇌에서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 : Default Mode Network)라는 회로가 활성화됨
-> 이 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깊은 통찰을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함
* 뇌도 중간중간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쉴 시간이 필요함
-> 불멍, 물멍, 식물멍 다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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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ADHD 권하는 사회
성취 강박이 만들어내는'가짜 ADHD'
* 저자 : 박진성 선생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예보>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 저자 : 글 쓰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 초판 1쇄 발행 :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