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내 친구들은 '극우 괴물'이 아니에요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x 시사IN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토끼풀>과 <시사IN>의 공동 기획은 2025년 연말, 백지상태에서 시작됐다. "10대 문제는 10대에게 묻자"라는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 형식은 물론 아이템조차 정하지 않은 채 10대 청소년 기자 세 명과 20대 성인 기자 한 명이 <시사IN> 편집국에 모였다.


애초 기획은 <토끼풀> 기자들의 초고에 <시사IN> 기자의 전문가 취재, 자료조사 등을 통한 분석을 덧붙여 공동 바이라인의 기사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토끼풀> 기자들의 초고를 보고 방향을 바꾸었다.


10대 청소년을 취재한 결과를 10대 스스로 해석하고 분석한 결과물이 가진 가치와 미덕이 있었다. 기성언론의 성인 기자가 첨언하게 되면 고리타분한 '사족'이 되기 십상이었다. 글을 다듬는 수준의 데스킹 과정만 거쳐 <토끼풀> 기자들의 원고를 최대한 그대로 싣기로 했다. (아래 기사 링크)




공동 기획을 끝내며, 문성호(16), 서부건(16),

조준수(14) <토끼풀> 기자와 '10대 우경화'

취재 후일담을 나눴다.


Q. '10대 우경화'에 관해 기성 언론과 <토끼풀>

기자의 관점이 다른가?

A. 우리의 친구와 선후배들은 '훈육'과 '구출'의 대상이 아닌데, 기성 언론의 보고에서는 10대 극우를 '노답'으로 보는 것 같아 아쉬웠다.


취재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결코 '극우 괴물'이 아니었다. 짓궂은 농담을 즐기고, 친구들 사이에서 떠도는 정보에 따라 밤길을 무서워하면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를 원하는 동료 시민이었다. 'MH(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을 활용한 밈) 세대'라는 이름 속의 그들은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는" 어른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아직 정치에 관심이 없는 청소년이 절반 가까이 되기에, 이들에게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면, 나머지 우경화된 청소년들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이런 대안이 지금까지 기성 언론 보도에서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Q. 초기 가설은 '10대 대다수는 우경화됐다' '10대 우경화 현상은 자생했다' 등이었다. 실제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는 달랐나?

A. 대화를 해보니 '우경화'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중국인 장기 밀매' 같은 극우발 괴담을 사실인 양 믿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정치 문제에

아예 관심 없는 친구들이 절반가량 된다.


'정치에 관심 있는 10대는

대부분 '우경화됐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자생'은 '어른들이 교육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맞다고 봐야겠다. 효과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Q. 10대 우경화의 해결책도 '또래 문화'일까?

A. 독감 약으로 비유하면, 어른들의 훈계는 타이레놀 수준의 일회성 처방이다. 타미플루는 또래 문화를 통해서만 투여될 수 있다.


결국 답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건강한 자정작용이야말로 현재의 극우 확산을 늦출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정치 문화를 형성해낼 수 있다. 어른들이 기본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토론을 장려해 판을 깔아주면 좋겠다.



Q. 건강한 또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A. 양지에서 대화하게 해야 한다. 당장 <토끼풀> 기자만 봐도 각기 다른 친구들과의 인스타그램 DM 방이 몇 개씩 있고, 그 방들에서 극우 밈이 시시때떄로 공유된다.


그렇다고 통제하면 오히려 더 음지로 들어간다. 차라리 이런 정치 대화를, 선생님이 없더라도 교실에서 내놓고 하는 게 올바른 생각을 길러줄지도 모른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학부모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니 공부 좀 그만 시키자!



Q. <토끼풀> 기사에서 '극우'라고 자칭하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우정(?)이 느껴졌다.

A. 우리 주변의 극우 친구들은 앞으로 평생 볼 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율이 너무 높다. 그들을 단절하면 당장 같이 놀 사람도 없다!


실제 교실에 있다 보면 각자의 신념을 굽히고 들어갈 일도 생긴다. <토끼풀> 기자들도 노무현 드립과 '드럼통' 밈에 떄로는 웃어준다. 형태를 유지하는 선 안에서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와 같은 책 제목이 화제를 끄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훈육'과 '구출'의 대상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대상이다.



Q. 그래서 지금은 희망이 보이나?

A. 극우적 생각이 고착화된 '어른 극우'보다는 '청소년 극우'와 대화하는 것이 더 쉽다. 아직 생각이 굳지 않았기도 하고, 1분 내외의 숏폼 영상으로 세워진 논리는 모래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백, 수천 개의 모래성을 무너뜨리다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는 믿음도 퍼질 거다. 그렇게 예상하는 우리는 희망을 본다.


Q.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나?

A. 학부모들이 기사를 읽고 '집에 가서 아이와 동등하게 대화를 나눠볼까'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

내 친구들은 '극우 괴물'이 아니다.

알쏭달쏭한 10대의 마음을

10대가 들여다봤기에 특별했다.

<시사IN>과의 '10대 우경화' 공동기획을 마무리한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과 취재 후일담을 나눴다.

* 문준영 기자님(juny@sisain.co.kr)

* 시사IN /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