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망상 / 심리학관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
* 학력고사가 시행된 1981년부터 현재의 수능에 이르기까지,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공부만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믿고 살아왔음
* 86세대(80년대 학번 / 60년대생) : 1960년대에 태어나 학력고사를 치른 세대가 이제 중장년층이 되어 사회의 허리를 차지하게 되었음
(엄기호 사회학자)
* 세대론은 부정하지만, 교육과 관련해서는 하나의 코호트 집단으로서 세대가 가진 특징이 있다고 봄
* 중산층을 중심으로 1960년대 - 1970년대에 태어나 한때 진보정치 이념을 가졌던 사람들이 부모로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
(1) 자신은 부모세대와 다르다
: 부모 세대는 억압적이었지만, 자신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이라는 착각
(2) 이들이 그들 부모 세대보다 더 무서운 이유 : 자녀가 읽는 책을 대층 다 안다
-> 그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짐 : 자녀가 읽는 책을 훤히 아는 경우가 많음
-> 알면 통제하고 싶어지고, 그냥 두기 힘들어짐
(3) 자신의 통제 욕구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음
-> 본인은 부모로서 아이와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아이를 충분히 기다리면서,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양육하고 있다고 생각함
* 부모는 자신이 자녀를 충분히 기다려준다고 생각하지만, 자녀나 외부의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이 즉각적 교정 조치에 가까움
-> 아이의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봄
Q. 부모가 즉각적으로 시정 조치를 하는 모든 문제가 정말 옳고 그름올 나뉠 수 있을까?
A. NO.
-> 외려 모든 관계를 학습 관계로 치환하다보니,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변질되는 것에 가까움
여기서 핵심은,
공부에 중독되고 공부로 성공한,
나아가 공부의 헤게모니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모든 관계를 학습관계로 바라본다는 것
학습의 선상에서 보면
부모 자신은 옳고 그름을 다 알고 있고,
자녀는 모르기 때문에
즉각적 교정 조치의 대상이 됨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처럼
배우는 자의 성장만큼이나
가르치는 자의 성장이 일어나지 않고,
그저 가르치는 자가
배우는 자를 교정하는 것이 되면
부모의 양육은 교육이 아니라 학습지도가 됨
나아가 이런 태도가 위선으로 보이는 이유 :
부모 자신이
아이를 자유롭게 기다리며 교육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교정 조치를 시작하기 때문
이러면 그동안
자신은 자유롭고 평등하고
비폭력적이라고 말한 것이
한순간에 취소됨
좋은 부모인 것처럼 한 행동들,
억압적인 교육을 비판한 것이
다 위선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것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
이상과 현실이 부딪히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것
-> 자신이 원하는 금전적인 보상과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그것이 사회 정치 시스템에 거는 이상과 괴리가 크면 멘털이 이상해짐
(ex) 고수익을 내는 대치동 학원 강사 중
운동권 출신이 엄청 많음
* 자기 친구나 후배가 진보 정치한다고 하면
엄청 도와주고, 거액 기부를 하는 경우도 많음
* 그런 진보적 가치관이 있지만,
자신의 아이 양육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임
-> 그런데 자기자신은
이 모순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86세대의 부모 세대는
자신의 바람을 분명하게 강요했었음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면
장남인 네가 공부를 잘해서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오빠가 대학을 갔으니,
큰 딸인 너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집안살림을 도와라'
-> 굉장히 권위적이지만 명시적
반면 86세대는 자신의 기대를 은연중에 드러냄
-> 자식들은 커갈수록 부모의 모순을 보기 시작함
'아버지는 진보적인 사람이면서 돈 되게 밝히네'
'너무 경쟁적이고,
경제관은 또 보수적이고 주식에 열중하고 그러네'
-> 이런 모순이
아이들로 하여금 반항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
-> 부모와의 갈등을 만들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도 혼란을 가져오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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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망상>
공부는 어떻게
우리의 믿음을 배신했는가.
* 엄기호 : 사회학자
* 하지현 : 정신과 전문의
* 초판 :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