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아가기
안녕하세요! 이얏!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잘 지냈답니다! 이제는 누가 봐도 겨울이네요. 저는 겨울을 좋아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실까요?
오늘도 우리는 당위성에 대해 알아볼 것입니다. 그럼 사례부터 볼까요? 고고!
사례 6
살찌면 끝나는 거야. 자기 조절 하나 못해서 뭘 하겠어. 세상에서도 그러잖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나 하나라고. 내가 잘 조절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해. 그냥 참으면 되는 거, 남들 다 하는 거 난 왜 못하는 거야. 그냥 참으면 되는 건데 그걸 왜 못해.
으휴, 오늘 사례의 주인공은 뭘 그렇게 참으려고 하는 걸까요? 참으면 된다고 하는 말 속에 “참아야 해” 라는 의미가 들어있네요!
여러분은 무엇을 참나요? 우리는 평소 뭔가를 참으면서 사는데 과연 무엇을 참는 걸까요?
다음과 같은 말들을 어렵지 않게 하고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어.”
“나 오늘 완전 한 마디 하려는 거 참았잖아.”
“나 진짜 오늘은 떡볶이 진짜 꾹 참았지.”
“졸린데 참았어. 어휴, 죽는 줄 알았네.”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은 사람은 감정을 참았네요. 한 마디 하려는 걸 참은 사람은 행동을 참았나 보군요. 떡볶이는 참은 사람과 졸린 것을 참은 사람은 욕구를 참았군요.
오늘 함께 보려는 내용은 감정과 욕구를 참는 것입니다.
행동을 참는 것은 감정과 욕구 다음에 나오는 단계이며,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에서는 행동 이면의 감정과 욕구에서 이미 자신의 신념, 생활방식, 성격, 기질, 생각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행동을 참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목표에 따라 조절해 나가는 것으로 발달된 형태로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한 마디 하려다가 참았어!”
이 때는 말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화가 났거나 억울하거나 서운하거나 주인공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다루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사례의 주인공은 자기 조절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참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행위를 참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감정과 욕구를 참고 있었던 것입니다. 감정과 욕구는 과연 참을 수 있을까요? 참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찰빵심리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던 “감정”에 대해 오늘도 얘기를 하게 되는군요. 오늘은 당위성이라는 주제와 함께 말입니다. 감정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운동장에 잔디가 나듯, 때가 되어 바람이 불 듯 생깁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은 이상한 말입니다.
“울지마, 뚝 그쳐.”
여기서 의문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마음이 상하면 시도 때도 없이 울어도 된다는 건가요? 라는 의문 말입니다.
위의 말이 이상한 말이라는 이유는, 울지마 라는 말을 진짜로 눈물을 멈추기만 하라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저 말을 자신에게, 누군가에게 하는 사람들은 우는 행위 이면의 억울하거나 서운하거나 슬픈 감정을 참으라는 의미로 말합니다. 그리고 세트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기도 하죠.
“다 그런 거야. 너만 그런 거 아냐.”
뭔 말입니까? 저건? 뭘 다 그렇다는 겁니까?!?!? 다 억울함은 조금씩 느끼고 사니까 너도 당연한 거라고 느끼라는 건지, 그렇다면 당연한 것을 느꼈으니 그래, 네가 그럴만하다 라고 해야 말이 될텐데 다음과 같이 주로 사용하죠.
“울지마, 다 그런 거야. 너만 그런 거 아냐. 뚝 그쳐.”
어른이 되어서 스스로에게도 위의 말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 하며 과연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요?
@Eqd
오늘은 사실, “섭식”에 관한 내용을 함께 하려는 장입니다. 바로 음식과 감정과 욕구에 대한 이야기죠. 제가 오늘 함께하고 싶은 내용은 건강을 위해서 음식을 조절하고 식단을 챙겨 먹는 것이 아닌, 음식을 생각하다가 하루의 대부분을 불편하게 보내거나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지만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거나 너무 많이 먹게 되고 먹은 후 토하는 것을 생각하고 토한 후에 세상에 끝난 것 같아 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위 사례의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한 말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같이 해 보려고 합니다.
살찌면 끝나는 거야.
: 살찌면 과연 무엇이 끝나나요? 그게 무엇이건 끝나지 않습니다. 즉, 끝장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살쪄도 괜찮아! 라는 속 좋은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로 끝장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기 조절 하나 못해서 뭘 하겠어.
: 자기 조절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겁니다. 자기 조절은 행동 하나로 이루어 지지 않으며 수 없이 많은 실패가 필연적으로 동반됩니다. 오늘 하루는 이 장을 꼭 공부해야지! 라고 마음 먹지만 그 날 마음 먹은 것을 다 못 끝내는 것이 사실 디폴트입니다! 오늘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지! 라고 마음 먹지만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괴로운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 의문이 드는 분들이 또 있을 것입니다. 어디 누구는 아니던데요? 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던 뭔 상관입니까! 내가 괴로운데! 다른 사람은 이렇게 하던데.. 라는 것은 벤치마킹을 해 보려고 할 때나 할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나쁜 것이 뭐 잘못됐습니까? 저는 아침마다 빡치면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잠을 잘 때도 개운하게 잠에 들지 않습니다. 개운하게 잠에 드는 날이 365일 중에 5번도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아, 오늘은 이걸 했어야 하는데, 아 조금 더 하고 자야하는데 갑자기 너무 집중력이 떨어져서 눕긴 했는데, 아 모르겠다. 이렇게 눕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이얏! 아침이다! 라고 일어나는 날은 거의 없으며 견디며 일어납니다. 눈이 잘 안 떠지는데도 어쨌든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느 날은 호떡이 너무 먹고 싶어서 4개를 샀습니다. 그런데 호떡은 기름과 당분이라는 극강의 조합이라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한 개만 먹으려다가 4개를 다 먹고 배탈이 났습니다. 그렇게 배가 아팠으면서 며칠 후에 또 5개를 사서 한 개는 누구 주고 4개를 다 먹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4개를 먹으려고 5개 산 것입니다!! 그리고 또 후회했습니다. 아… 배가 터질 것 같다… 그리고 더부룩하네…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호떡 4개를 먹은 자신을 가혹하게 혼내지 않았고 내가 진짜 호떡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스스로를 알아갔습니다. 저는 제가 그렇게 호떡을 좋아하는 지 몰랐거든요.
다시 자기 조절로 돌아와서, 자기 조절은 심리학에서 최종적으로 나를 위해 하는 마지막 단계로 여깁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초장부터 끝판왕을 들이밀며 자신을 혼내는군요. 자기 조절 하나 못해서 뭘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조절은 평생 함께 할 과업이자 친구이자 목표입니다.
세상에서도 그러잖아.
: 누가 그러던가요? 세상이라고 표현하면서 누굴 떠올리셨나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나 하나라고.
: 내 마음대로 가장 할 수 없는 것이 나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나 하나가 아니고요. 그리고 당연히 타인도 내 마음대로 못 합니다.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내 마음대로 한다는 기분 자체가 너무 경직된 기준입니다. 내 마음대로 “100%”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들어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일이나 현상은 몇 퍼센트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것 같고 몇 퍼센트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냥 저렇게 흑과 백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입니다. 내 앞의 과제나 과업을 내 감정을 살피며 조금씩 해 나가는 것이지 이 일을 완전히 해 내야한다, 못 해내면 실패하는 것이다라는 경직된 생각은 일을 끝내놓고도, 목표를 완수하고도 허상의 100%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만 남깁니다. 내가 맛있는 초콜렛을 사러 가는 길을 상상해 보세요. 초콜렛을 얼른 먹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냥 이 길을 따라가다보면 초콜렛 가게가 나온다고 여기며 걸으면 됩니다. 이 길을 10분 만에 주파하겠다. 오늘 한정 초콜렛을 반드시 손에 넣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그 길이 그렇게 멀어보일 수가 없죠. 그럼 또 의문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렇게 여유 부리다 초콜렛 못 사먹으면 어떻게 합니까? 라고 말이에요. 몇 번은 죽을 힘을 다해 오늘의 초콜렛을 사기 위해 뛰거나 전날부터 준비를 하거나 할 수 있지만 매번, 항상, 매일 전력질주를 하려는 분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매번, 항상, 매일 “반드시” 라는 기준을 갖고 살면 삶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때로는 길을 따라 걷다가 초콜렛을 못 사는 날도 있고 길을 따라 걷다보니 마음이 바뀌어 초콜렛이 아닌 사탕을 먹고 싶어질 수도 있으며 떄로는 친구와 함께 걸어간 이 길이 더 중요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내가 잘 조절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해.
: 조절과 성공이 왜 저렇게 딱 붙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자기 조절을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에 분명 도움이 되며 자기 조절을 통해 목표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잘 조절하지 못한다고 바로 그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은 너무 이상합니다. 왜 갑자기 또 흑과 백의 논리가 튀어나오는 걸까요? 우리는 불안할 때 흑백논리를 사용합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딱 나뉘어져 있는 것이 생각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흑백논리를 포함한 다양한 인지적 오류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시간을 내서 함께 봅시다.
그냥 참으면 되는 거, 남들 다 하는 거 난 왜 못하는 거야. 그냥 참으면 되는 건데 그걸 왜 못해.
: 그냥 참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부는 바람을 두 손으로 어떻게 막습니까? 매번 밟아도 자라는 잔디를 어떻게 다 뽑으려고 하나요? 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참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욕구는 알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입니다.
바로 “타당화”할 대상입니다.
타당화에 대해서는 앞서 함께 봤었죠.
감정 안에는 욕구가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욕구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기지 않으며 여러가지 욕구가 함께 찾아옵니다. 그 때 우리는 혼란스럽기도 한데 동시에 모순되는 욕구가 한 번에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욕구에 대해서도 다음에 함께 봅시다. 오늘은 당위성에 대한 내용으로 함께 봤습니다.
“참아야한 한다” 라는 말을 스스로 많이 하시는 분들에게 오늘 내용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1. 참는 것이 제일 어려워요.
2. 행동을 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안의 감정과 욕구를 참으라고 말하는 거에요.
3. 감정과 욕구는 나쁜 것이 아닌데 이걸 참으라고 하면 우리는 억울함을 느끼게 됩니다.
4. 그럼 이제는 억울함까지 참아야 하는 겁니다.
5. 그러면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것 같고 이 정도 일로 멘탈이 흔들리는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자신을 너무나도 가혹하게 혼내게 됩니다.
6. 그러나 사실은 내 안의 감정과 욕구를 누군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도 억압하고 있는 것이며
7. 시작은 그 감정과 욕구를 “타당화”, 즉 인식하고 그러할 만하다고 쓰다듬어 주는 것부터가 건강한 자기 조절의 시작이 됩니다.
8. 오늘은 감정과 욕구, 참아야 한다는 당위성의 어려움에 대해서 함께 보았어요.
9.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라는 질문이 생기는 분은 앞으로 계속 찰빵심리를 함께 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라는 질문에는 제가 할 말이 많거든요. 하하하!
참다 참다 오늘도 원하지 않게 음식을 먹거나 참거나 토했던 분이 계시다면, 지금 막 음식을 많이 먹었던, 음식을 토했던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 안 끝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몇 년을 먹고 토하면 진짜로 원하지 않는 끝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매일 먹고 토하고 계시다면 꼭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오늘 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더 따뜻하게, 더 전문적으로, 더 안전하게 의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하겠다면 오늘의 글이 지금까지의 방법보다 더 자신에게 안전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아무 것도 끝장난 것은 없으니 저 좀 믿어보세요.
그럼 앞으로도 나를 위해 살아가기 위한 무언가를 하나씩 해 봅시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Eq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