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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Jun 10. 2023

[공유]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싸우는 마음이 있다

마음건강관리 / 심리학관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색종이 / 2023-05-11

글 : 김소영

씨네21.


나는 니은이에게 ‘가위가 종이를 가르는 소리’를 듣자고 했다. 색종이가 “사가사가” 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종이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급식, 체육 시간이 싫은 이유, 고양이, 동생으로 사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나는 뻔한 레퍼토리로 어릴 때 언니한테 제대로 대꾸하지 못해서 답답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까불이 니은이가 문득 차분하게 말했다.


“선생님은 마음으로 싸운 거네요.

마음이 힘들었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마음으로 싸운다’는 말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깐 앉아야 했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싸우는 마음이 있다.


쌍둥이 오빠와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아기일 때 많이 아팠다는데, 조금이라도 낯선 사람 앞에서는 웃지 않는다는데, 니은이도 지금 마음으로 싸우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니은이 마음도 힘들겠구나.


나는 니은이가 놓고 간 말이

한숨에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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