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의 수다다방] 사과하면 지는건가
일터에서의 소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이 코너의 두번째 글이지만,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몇마디 설명으로 시작해봅니다.
‘일터에서의 소소’ 코너에서는
뭐 저런 것까지 우리가 신경을 써야 돼?
라는 생각이 드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너무 쪼잔하지 않나
그런 것까지 고려하다가
일은 언제 해?
소는 누가 키워?
밭은 누가 갈아?
라고 투덜거리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 같아서요. ㅠ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모두 다른
특성과 니즈, 기대를 가지고
함께 일하는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서
지나칠 정도로 쪼잔하고
치사할 정도로 작고작은
소소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아예 결심하고 만든 코너이니까
이해 부탁드립니다. ^^a
꾸벅꾸벅꾸꾸벅.
오늘의 수다 주제는
‘사과하면 지는건가’로 잡아보았습니다.
조직에서 만난 분들이,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실 때
아주 많이 나오는 대사들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당연하지. 일터에서는 더 그래.
미안하다고 하는 순간 지는 거야”라고
두 주먹 불끈 쥐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아무때나 꼬리를 내리며
내 죄로소이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게 아니라
대강 그 자리를 모면하겠다는 마음만
크게 느껴져서
더 기분이 많이 상하기도 할 거에요.
마찬가지로
또다른 극단의 경우도 언제든지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수로 잘못 행동을 했거나,
깜빡 잊어버리고 뭔가를 하지 않았거나,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거나,
미리 알려줘야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사과의 표시가 없이,
“아, 그렇군요”
“아, 네”라는 대답만으로 일관하는 경우,
상대방은 자신이 업무 파트너로서
필요한 존중을 받고 있는 건가,
이 사람이 나와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무성의한 거 아닌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될지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뭉클뭉클 더 키워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뿔났고, 누구는 모르는 척 / 사진 : MONICA 섣불리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내가 잘못한 게 된다 라는 주장도 들었구요.
네에.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일터에서의 소소한 실수에 대한 것이니까요.
진정한 문제해결책 / 사진 : CALVIN 정말 간단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실수입니다”
“실례했습니다”
“폐를 끼쳤습니다”라는 말이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터에서의 업무관계에 대해
생각보다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정한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한다고 해서,
내가 모든 것에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죠.
정말 자긍심이 강하고 자신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위해 머리를 숙이면서도
자기자신의 가치에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히려 자기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불안정한 사람이야말로,
부정적인 자극이 다가오거나
실수를 했다고 자각을 할 때
불필요한 방어력을 끌어올려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 처음에 시작했던
“사과하면 지는 건가?” 라는 질문에는,
“필요할 때,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사과하면
이기는 거다”라는
대답을 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