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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7. 2021

[박정민의 수다다방] 부정적 피드백

리더를 위한 표현도구상자

“부하직원이라고 해봤자 다 나이 먹을만큼 먹은 어른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뻔히 다 아는데, 뭐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자기 고집이 생기기 마련인데, 제가 잔소리를 한다고 해서 바뀔까요? 내일 또 봐야 하는 부서원인데, 괜히 한마디 했다가, 관계만 껄끄러워지고, 어색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일이 되게 만들려면 분명히 피드백을 줘야 하는데, '알아서 좀 잘하지 않고 왜 이렇게 나를 잔소리쟁이에다가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라는 생각에 자꾸만 화가 나고 열이 받습니다. 그러다보면 차분히 이야기를 못 하고,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얼굴표정이 바로 굳어지고, 정신 안 차리냐 라는 말을 하게 돼요. 안 그러려고 하는데,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반복되는 실수가 눈에 띄게 되면 제 자신을 통제하지를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리더십 평가를 해보면, 항상 감정관리를 못한다는 둥, 화를 내기는 하는데 뭘 원하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둥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정말 속상합니다.” 


하기는 해야 하지만, 하는 사람도 어렵고 받는 사람도 어렵다는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고민이 정말 여러 곳에서, 여러 리더분들로부터 들립니다. “상처 안 받게 부정적 피드백을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지만,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누군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실수를 지적한다고 하면 당연히 기분이 상하겠지요. 부정적 피드백을 듣는 사람이 기분좋아할리는 없겠지만, 자신의 성장을 기대하고, 자신의 발전을 바라는 리더의 좋은 의도를 이해하고, 속상한 마음을 추스리고 한단계 더 나아가보려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부정적 피드백을 하는데 있어서 사용하면 좋을, 그리고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표현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그를 위한 선물 / 사진 : CALVIN


) Do

- (사전 메일/문자 보내기) 내일 면담에서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는 OO입니다(구성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주제를 미리 공지함). 

- 지금부터 OO님에게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고, 우리가 같이 일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서 같이 논의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한 지적) OO님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행동을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OO님의 생각을 먼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행동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설명) 이러이러한 행동을 할 때 업무 프로세스(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은 이렇다고 보여집니다. OO님의 행동에 대한 주위의 평판을 모아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OO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대체 행동에 대한 기대사항 제시) 이번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될 때에는 OO님이 이러이러하게 행동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OO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하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제가 어떤 것을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버벅버벅. 쿵! 아야! / 사진 : CALVIN


(2) Don’t

A. 언어적 표현

- 정신이 어디 가 있는거야?

- 일을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밥이 넘어가냐?

- 일을 이따위로 해놓고, 너는 지금 잠이 오냐?

-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냐?

- 얼~씨구! 

- 잘~~ 한다!

- 지금 뭐하냐?(빈정거리는 어조) 

- 어디서 굴러먹던 뼈다귀가 떠드는 거야? 

- 너는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거냐? 

- 웬만하면 회사 출근할 때 머리도 들고 오지 그러냐? 

- 네가 신입이냐? 내가 A부터 Z까지 다 가르쳐줘야 하냐? 

그래야 되면 너를 왜 쓰냐? 내가 혼자 하고 말지. 

- 인생이 장난이야? 넌 회사에 놀러 다니는 거냐? 

- 다 너 잘 되라고 얘기해주는 거야. 밖에 나가봐! 나같이 얘기해주는 사람 있나. 

나한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입은 툭 튀어나와 가지고. 에잉, 쯧쯧. 

-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No Offence)

- 야, 그거 해도 안돼. 하지마! (논리 없는 반대)

- 변명하지 마! (말을 하라고 해서 대답을 하면, 말대꾸하지 말라고 함)

 

B. 비언어적 표현

- 구성원이 이야기할 때 한심하게 쳐다보기

- 구성원의 자료를 보면서 한숨 쉬기

- 구성원의 설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

- 구성원의 모습을 보고 쯧쯧 혀차기

- 구성원이 이야기를 할 때 볼펜을 따각따각 소리내거나, 책상을 딱딱 치거나 해서 못마땅하다는 표현을 함



생각해볼 것들 / 사진 : CALVIN


(유의점)

- “그저 번쩍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아픈 이야기를 해줘야~ 인간이라는 존재는 일을 제대로 한다고. 풀어주면 안돼! 그러면 정신이 해이해져서 또 바보같은 실수를 하니까 말야”. 이렇게 말씀하시는 리더분들이 예전에는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분들 밑에서 일했던 현재-리더들에게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피드백이 효과가 있었냐고 여쭤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뭐 무서워서 했나요. 상사니까. 윗분이니까. 그냥 예 예 알겠습니다 해드린 거죠.” “하지만, 그때도 역시 뭐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하셔야 하나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만약에 무서워서 따르는 리더라면, 무섭게 하지 않으면 따르지 않을 거라는 말도 될 것입니다. 요즘 시대의 역량있고 성숙한 리더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리더의 역량에 대한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상대방의 이해도와 수용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맞춤형 메시지 전달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기억해보면 좋겠습니다. 

- “부정적 피드백은 구성원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공하는 자극”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그리고 정기적으로 스스로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나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정적 피드백을 한다면, 효과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구성원이 리더로서의 나에게 가지는 신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쉬울 겁니다. 

- 그렇다고 마냥 상냥하고 친절하고 착한 상사의 모습을 보일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언제나 극단적인 모습(순하기만 한 상사 / 항상 화만 내는 상사)은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니까요. 우리는 어떤 관계에서든지, 상대방과 밀당을 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해도 받아줄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말이죠. 내가 어떤 짓을 해도 허허 웃으며 받아줄 거다 라는 만만한 리더의 모습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이 함께 일하는 리더가 적절한 권위와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모든 구성원들은 기대합니다. 리더십 평가를 할 때 긍정적인 점이라고 하면 “착한 분이다” 밖에 써 있지 않은 상사라면, 그 다음 해에 함께 일하고 싶어할 구성원은 많지 않을 겁니다.

- 착한 상사가 아니라, 좋은 상사가 되려면, 구성원이 일을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봐주며, 앞으로 구성원이 점점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정적 피드백은 리더가 구성원에게 필수적으로 제공해줘야 하는 선물인 것이죠.

- 변명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 자신이 변명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변명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도 있지요. 나는 구성원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리더들은,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고 합니다. “왜 이야기를 안하냐”고 다그쳐놓고, 뭔가 이야기를 하면 불편해져서 “말대꾸하지 마! 변명하지 마!”라고 입을 막아버리는 모습이 혹시 나에게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볼 필요도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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