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학관 Jul 15. 2024

반복되는 하루의 위대함에 대하여

김세윤 칼럼니스트님 / 심리학관

* 영화 <퍼펙트 데이즈 / 빔 벤데르스 감독 /

야쿠쇼 고지 출연>에 대한 글입니다.


***************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히라야마의 삶을 보며 생각했다.

스무 살의 나는 이 영화를

지금처럼 좋아하진 않았을 거라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란

‘지루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믿던 그때의 나는,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완성한 삶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턱이 없었다.


오늘 한 일을 내일 또 할 수 있고,

오늘 마주친 사람과 내일도 스쳐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때의 나는 눈치챌 수 없었다.


일상이란 달걀보다도 깨지기 쉬운 것이더라.

루틴이란 나무처럼 단단해서

제법 버팀목이 되기도 하더라.


그걸 조금 알고 나니,

이 영화의 모든 장면에 마음을 뺴앗기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같이 울다가 웃다가,

나도 어느새 히라야마가 되고 만다.

그가 눈치챈 것들을 나도 같이 눈치채는

이 영화의 시간이 너무 좋았다.


고모레비(木漏れ日).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어.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가르쳐준

이 멋진 말을 기억하며,


요증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더 많이 눈치채고 싶어진다.


**************************

<반복되는 하루의 위대함에 대하여>

CULTURE & LIFE IN

김세윤의 비장의 무비.

* 저자 : 김세윤(영화 칼럼니스트)

시사IN / 2024.07.16 / p68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하늘'에서 '어제 하늘'을 찾지 말자 / 김창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