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 차에야 알게 된 ‘차이’의 정체
철저한 비혼주의자로 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내가 아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이 여자와 결혼하지 못한다면,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혼자 살게 될 것 같다는 묘한 확신에 이끌려 결혼을 선택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결혼 생활은 크고 작은 ‘문명의 충돌’의 연속이었다.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깊게 부딪혔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정말 맞는지 궁금해 설거지를 하며 흐르는 물에 칼을 여러 번 그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물은 다시 이어져 흘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말이 단순히 싸움이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칼로 물을 가를 수 없는 것처럼, 갈등의 원인을 직면하지 않고서는 문제 역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부부 관계에서 갈등의 씨앗은 대부분 ‘차이’에서 비롯된다. 성장 환경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성격의 차이. 수없이 많은 차이가 쌓여 ‘다름’이 어느 순간 ‘틀림’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문제가 된다. 이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자매조차 성격이 다르고, 심지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쌍둥이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물며 30년이 넘는 시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에게 차이가 없기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부부 간에 차이가 없을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도 낮을지 모른다.
물론 수십억 인구 중에서 단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게 되는 확률 자체만 놓고 보면, 결혼은 이미 로또 같은 사건일 수도 있다. 또한 정말 안 맞다는 것을 농담처럼 “부부는 서로에게 로또”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얼마나 낭만적인 오해인지 곧 알게 된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에 따르면, 부부가 겪는 갈등의 약 69%는 끝내 해결되지 않는 ‘영속적 문제’라고 한다. 로또는 당첨되는 순간 모든 상황이 종료되지만, 부부의 차이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평생 함께 안고 가야 할 ‘상수’에 가깝다. 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의 단계로 들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했다면, 이 차이를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아주 작은 틈에서 빛이 스며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처럼, 부부 문제는 결코 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갈등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로또는 운이지만, 부부 관계는 노력이라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떤 형태의 노력이라도, 그것은 거대한 빙산에 작은 균열을 낸다. 그 균열이 쌓여 우리는 결국 빙산의 겉이 아닌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운이 아니라 노력이다.
따라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하고 그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