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고 기록된 자의 시간
어둠은 완전했다.
의종은 처음에 자신이 어디에 누워 있는지 알지 못했다.
숨이 들이쉬어졌다.
아주 미세하게.
가슴이 타는 듯 아팠다.
목에서는 피 냄새가 났다.
죽음은 분명히 지나갔다.
그러나 완전히 머물지는 않았다.
그는 눈을 떴다.
천장이 아니었다.
별이었다.
진주의 야산.
몸은 축축한 풀 위에 놓여 있었다.
누군가 그를 옮긴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기어 나온 것일까.
기억은 끊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또렷했던 것은 “죽었다”는 확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손을 들어 목을 더듬었다.
깊게 베인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절단되지는 않았다.
칼은 정확했다.
하지만 마지막 깊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멈췄다.
운이었는지,서두름이었는지,
아니면 확인의 착오였는지.
그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숨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낮에 움직이지 않았다.
진주에는 무신정권의 눈이 있었다.
관아에는 감시가 있었고, 성문에는 병사가 있었으며,
길목마다 소문이 돌았다.
“왕은 죽었다.”
그 문장이 도시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살아 있는 왕은 불안이지만 죽은 왕은 질서였다.
그는 그 질서를 깨뜨릴 수 없었다.
낮에는 동굴에 숨었다.
야산 깊숙한 곳, 돌이 무너져 생긴 작은 틈이었다.
햇빛은 거의 들지 않았고 습기가 벽을 타고 흘렀다.
그는 숨을 죽인 채 시간을 견뎠다.
물은 이슬을 모아 마셨고, 상처는 천천히 아물었다.
몸은 아직 왕의 것이었으나 생존은 짐승의 방식이었다.
밤이 오면 그는 움직였다.
천천히.
소리를 내지 않고.
진주의 길은 낮보다 밤이 안전했다.
그러나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두 번, 그는 멀리서 횃불을 보았다.
무신의 병력은 여전히 순찰 중이었다.
그들은 혹시 모를 잔당을 찾고 있었다.
“시신은 확인되었으나, 혹시 모를 변수를 제거하라.”
누군가 그렇게 지시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다시 산으로 몸을 숨겼다.
밤공기는 차가웠다.
상처가 욱신거렸다.
그러나 의식은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
이것이 단순한 기적이라면 곧 끝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유가 있다면
이 시간은 남겨진 시간이 된다.
그는 멀리 희미한 종소리를 들었다.
진주 외곽,
폐허처럼 남은 작은 암자에서
바람에 흔들린 풍경 소리였다.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왕위에 오르기 전,
팔관회에서 한 승려를 만난 적이 있었다.
눈이 깊었고 말이 적었으며
모든 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는 사람.
그는 그 눈을 잊지 못했다.
그 승려가 아직 살아 있다면.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면.
다음 날 밤, 그는 더 멀리 걸었다.
몸은 무거웠지만
방향은 분명해졌다.
진주 관아는 피해야 했다.
성문도, 큰 길도 피했다.
산길로 돌아갔다.
무신정권은 거제로도 시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둔덕기성은 이미 감시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돌아가는 것은 자살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아직 왕이 아니었다.
아직 형벌도 아니었다.
그저 죽었다고 기록된 사람일 뿐이었다.
동굴 입구에 앉아 그는 손을 목에 얹었다.
상처는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흉터는 남을 것이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기록에는 흉터가 남지 않는다.’
칼은 육체를 베지만 기록은 존재를 베어낸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 밤,
그는 처음으로 선택했다.
돌아가지 않겠다고.
서두르지 않겠다고.
먼저 숨을 완전히 되찾겠다고.
그리고—
누군가를 찾겠다고.
진주의 밤은 깊었다.
어둠 속에서 죽은 왕은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 이름을 버리지 않은 채.
그러나
곧 이름을 내려놓을 준비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