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는 알았지만, 인솔은 몰랐다

진주마라톤 이후 이어진 통증, 그리고 인솔이라는 뜻밖의 해답

by 조아

작년 마라톤 시즌의 피날레였던 진주마라톤에서 얻은 발목 부상은, 계절이 바뀐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의사 선생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 좋아진다고 했다.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러너에게 ‘완전한 휴식’은 때로 사형 선고처럼 들린다. 그래서 나는 쉬는 대신 통증과 함께 달리는 쪽을 택했다. 물론 그 선택이 결코 편안한 것은 아니다.


조금만 훈련 강도가 높아지거나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발목은 어김없이 신호를 보냈다. 마치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어둠의 굴레처럼 통증은 반복해서 나를 붙잡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통증의 원인은 발목 자체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달리기 방식에 있는 것은 아닐까.


정형외과 의사이자 러너인 남혁우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러너에게 부상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순간은 대개 두 가지라고 했다. 첫째는 거리가 갑자기 늘어났을 때, 둘째는 페이스를 급하게 올렸을 때다. 지난 훈련 기록과 레이스를 돌아보니, 놀라울 정도로 내 경우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발목 통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JTBC 서울마라톤에서였다. 그때 나는 무리하게 페이스를 올렸고, 진주마라톤에서는 갈라진 아스팔트 위에 발을 잘못 디디며 상태를 더 악화시켰다. 그런 발목으로 악명 높은 업힐 코스의 대구마라톤까지 나갔으니, 버텨내기를 기대한 것 자체가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설 연휴 동안 감기 몸살로 5일 넘게 강제 휴식을 하면서 발목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통증이 거의 사라졌고, Zone 2 러닝을 할 때는 부상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편안했다. 하지만 업힐을 만나거나 페이스를 올리는 순간, 통증은 다시 정확하게 돌아왔다. 그 반복 앞에서 나는 더 이상 감으로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인을 찾아야 했다.


이리저리 가능성을 좇다가, 문득 발의 아치가 무너져 발목에 하중이 과하게 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확신은 없었지만, 실험은 해볼 수 있었다. 먼저 안정화 모델인 브룩스 글리세린 GTS 18을 신고 달려보았다. 놀랍게도 통증이 덜했다. 그 순간, 내가 짐작한 방향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일본 여행에서 인솔을 구매하게 되었다. 여행 중 가볍게 달릴 때 착용해보니 발목이 유난히 편했다. 통증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부분 5km 미만의 짧은 거리만 달렸기 때문에, 이 인솔의 효과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MBN 거제 블루레이스가 좋은 시험대가 되었다. 대구마라톤만큼 악명 높은 업힐은 아니었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오르막이 이어지는 코스였다. 그런데도 놀랍게도 발목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러닝화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인솔만 신고 달릴 때와는 분명히 다른 감각이었다. 단순히 착화감의 차이를 넘어, 발목을 지지해준다는 느낌이 확실했다.



물론 인솔 하나에 6만 원 가까운 가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분명히 배웠다. 러닝화에서 늘 중창과 아웃솔, 갑피만 바라보던 내 시선이 정작 중요한 한 요소를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솔은 부차적인 부속품이 아니라, 어떤 러너에게는 통증을 줄이고 부상을 예방하는 데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비였다.


돌아보면 나는 늘 더 빨리 달리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더 좋은 기록, 더 긴 거리, 더 효율적인 주법에만 마음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이번 통증은 내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너는 정말 네 발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느냐고.


어쩌면 신발은 오래전부터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편함, 흔들림, 무너짐, 그리고 지지의 필요를.


이제는 안다.


계속 달릴 수 있는 사람은 무작정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끝내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