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이었던 러닝화가 현실이 되던 순간

홋카이도와 제주에서, 끝내 가질 수 없을 줄 알았던 러닝화를 만난 이야기

by 조아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들어 갖고 싶지만 끝내 가질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 한동안 내게 아식스 슈퍼 블라스트 2가 딱 그런 존재였다. 아식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도무지 구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웃돈을 얹어 살 정도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슈퍼 블라스트 2는 오래도록 내게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었다.


올해 1월 초, 슈퍼 블라스트 3의 출시 예정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은근한 기대를 품었다. 신상품이 나오면 슈퍼 블라스트 2의 매물이 조금은 풀리거나, 할인된 가격에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 기대를 안고 일본 여행까지 계획했지만, 계획이라는 것은 늘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일정을 맞추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몇 군데 스포츠용품점을 돌아보았지만 슈퍼 블라스트 2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할인은커녕 재고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슈퍼 블라스트 3가 3월 1일 글로벌 출시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아식스 매장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내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는 줄 알았다.



https://brunch.co.kr/@smallwins815/1243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행운은 홋카이도의 소도시, 오비히로에서 찾아왔다. 우연히 들른 SPORTS DEPO에서 슈퍼 블라스트 3을 만난 것이다. 판매 예정일보다 하루 먼저 매장을 둘러본 뒤, 다음 날 아침 일정을 바꿔 오픈런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3월 5일, 매장의 첫 번째 손님이 되어 마침내 슈퍼 블라스트 3을 손에 넣었다. 오랫동안 그림의 떡처럼 느껴졌던 러닝화를 실제로 구매하고 나니, 한동안은 다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슈퍼 블라스트는 그림의 떡이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으니 어느 정도는 만족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번 주 제주 전지훈련을 갔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또 일어났다.



평소처럼 제주공항에 내려 365번 버스를 타고 관덕정에서 내렸다. 탑동광장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호텔 앞에 있는 칠성대의 흔적을 잠시 구경하다가 문득 칠성로가 궁금해졌다. 때마침 횡단보도 신호도 바뀌어 있었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칠성로 쇼핑타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관광객처럼 거리를 사진으로 남기며 천천히 내려가는데, 저 멀리 내가 좋아하는 뉴발란스의 빨간 간판이 보였다. 금속이 자석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에서는 최근 출시된 Ellipse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집 근처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이 제품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제주 매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게다가 예상보다 착화감이 좋아 한 번 더 놀랐다.



자유롭게 구경한 뒤 다시 숙소로 향하려고 발걸음을 돌리던 순간, 이번에는 눈앞에 아식스 매장이 보였다. 제주에서 아식스 매장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들떴다. 예전에 부단히런 대장님께서, 부단히런 멤버 가운데 한 분이 아식스 매장을 오픈하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매장 안으로 들어선 순간, 더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그동안 내게 그림의 떡이었던 슈퍼 블라스트 2가 진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찾아 헤맸는데도 국내 매장에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자연스럽게 진열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내 입이 벌어질 만큼 더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거기에는 메가 블라스트가 놓여 있었다.


일본 여행을 할 때도 한 지역에 한 켤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델이다. 직접 실물을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아식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몇 번이나 구매를 시도했지만, 대기자만 3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는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그런 러닝화가 지금 내 눈앞에 진열되어 있다니, 쉽게 믿기지 않았다. 당연히 내 사이즈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만져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메가 블라스트 앞으로 다가갔다. 경이로운 눈빛으로 신발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직원분이 사이즈를 물어보셨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내 사이즈를 말했다. 잠시 뒤 직원분은 창고에서 반 업 사이즈 제품을 가져오셨고, “풀코스 준비하시나요?” 하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답하는 순간, 나는 어느새 메가 블라스트를 신고 있었다. 사실 착화하는 순간 이미 마음은 끝난 상태였다.


직원분은 러닝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지만, 솔직히 그때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메가 블라스트를 직접 본 것도 벅찬데, 내게 맞는 사이즈까지 있다는 사실이 그저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좋은 기분으로 매장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생각해 보면 제주 전지훈련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좋은 일로 채워지고 있었다. 훈련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러닝화를 만나고, 오랫동안 그림의 떡 같았던 존재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어쩌면 여행의 기쁨은 계획해 둔 일정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우연 속에서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주 전지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좋은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7화품절만 보던 내가 슈퍼블라스트 3를 손에 넣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