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를 오래 신는 방법

오래 신는다는 것은 더 잘 사용하는 일에 가깝다

by 조아

러닝화를 오래 신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늘 비슷한 기대가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조금이라도 더 경제적으로 신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달리기를 계속해 오면서 느낀 것은 하나다. 러닝화를 오래 신는 방법은 결국 신발을 아끼는 기술이 아니라, 달리기를 이해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하나의 러닝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짧은 조깅도, 긴 거리도, 때로는 빠르게 달리는 날도 같은 신발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발이 빨리 닳는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쿠셔닝은 금방 무뎌졌고, 발은 점점 피로해졌다. 그때 깨달았다. 신발이 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신발을 잘못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러닝화를 오래 신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다. 많은 러너가 모든 달리기를 비슷한 강도로 한다. 조금 힘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습관은 신발에도 부담을 준다.


강한 충격이 반복되면 미드솔은 빠르게 무너지고, 러닝화의 수명은 짧아진다. 그래서 오히려 느리게 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흡이 편안한 상태에서 달리는 시간, 힘을 빼고 달리는 시간이 쌓일수록 신발도, 몸도 오래 버틸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하나의 러닝화로 모든 훈련을 해결하려고 하면, 그 신발은 늘 과부하 상태가 된다. 편안하게 달리는 날, 조금 더 속도를 내는 날, 오래 달리는 날. 각각의 훈련은 요구하는 성질이 다르다.


그래서 러닝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각 신발의 수명은 더 길어진다. 신발을 더 많이 사서가 아니라, 각각을 제대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다.


러닝화를 신고 달린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생긴다. 미드솔은 눌리고, 충격을 흡수한 흔적이 남는다. 이 상태에서 다시 신으면 회복되지 않은 신발을 계속 쓰는 셈이 된다. 반대로 하루 이틀의 시간을 두면, 신발은 조금씩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 달리기에도 회복이 필요하듯, 러닝화에도 회복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러닝화를 오래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신발의 상태에 예민해지고, 달리기의 즐거움은 줄어든다. 러닝화는 결국 소모품이다. 하지만 그 소모의 과정 속에는 내가 달린 시간들이 쌓여 있다. 그래서 오래 신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신발과 함께한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


돌이켜보면, 오래 신은 러닝화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느리게 달렸던 날, 지치지 않으려 애썼던 순간, 끝까지 달려냈던 거리들이 그 안에 남아 있다. 러닝화를 오래 신는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그저 달리기를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오래 달리는 것이다.


결국 러닝화의 수명은 내가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 사람인지와 닮아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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