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벚꽃마라톤 우중런이 남긴 것
어제, 전국적인 비 예보 속에서 열린 제33회 경주벚꽃마라톤에 다녀왔습니다. 러닝 크루 부단히런 멤버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달렸고, 끝까지 건강하게 완주했습니다. 금요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대회를 앞둔 기대를 조금씩 눅여 놓고 있었습니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레이스를 떠올리면 마음 한켠이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회 당일, 그 망설임은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수많은 러너들이 이미 그 자리에 와 있었고, 비가 온다는 이유로 멈출 생각은 그 누구에게도 없어 보였습니다.
부단히런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비가 와도 달린다”는 말이 그날만큼은 다짐이 아니라 당연한 전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우중런은 이상하게도 즐겁습니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감각, 젖어가는 옷과 신발, 그리고 그 모든 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달리는 사람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인데도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다만, 그 즐거움 뒤에는 하나의 현실이 따라옵니다. 러닝화는 어김없이 더러워집니다. 레이스를 뛰는 동안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비 덕분에 열이 식고 리듬이 유지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완주 이후였습니다.
완주메달을 받으러 이동하는 길, 그 길은 거의 진흙탕에 가까웠고 러닝화는 순식간에 원래의 색을 잃어버렸습니다. 대회장 근처 웅덩이에서 겉에 묻은 이물질을 대충 털어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샤워기로 물만 한 번 흘려보냈습니다. 그날은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다시 샤워를 하면서 러닝화를 다시 꺼냈습니다. 젖어 있고, 더러워져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싫지 않았습니다. 어제 내가 지나온 거리와 시간, 그 안에서의 호흡과 리듬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씻어야 할 것은 씻어야 합니다. 부드러운 칫솔과 운동화 전용 세척제를 꺼냈습니다. 샤워기로 한 번 더 가볍게 헹군 뒤, 인솔을 분리하고 세척제를 뿌려 잠시 기다립니다. 그리고 천천히, 정말 천천히 문질러 줍니다.
힘을 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흙은 조금씩 사라지고, 러닝화는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갑니다. 헹굴 때는 미온수를 사용합니다. 너무 뜨거운 물은 신발의 형태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물기를 털어내고 힐컵이 위로 향하게 두었습니다. 그리고 햇볕이 아닌 그늘에서 천천히 말리기로 합니다. 급하게 말릴 이유는 없습니다. 어제의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싶기도 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러닝화는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어딘가 정리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신발이 아니라 어제의 하루를 정리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비를 맞고 달린 하루, 그리고 그 신발을 씻는 시간까지. 이제는 그것마저 달리기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