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소도시에선 45세까지!
'청년(淸年)'
: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 성년이라고도 하며, 인간의 세 번째 과정이다. 나라마다 청년을 지칭하는 기준이 다르다, 유엔(UN)은 대략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사람을 청년으로 정의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법률상 만 19세 이상부터 만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칭한다. 다만 일부 조례에서는 만 39세 이하 등으로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충남,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에서 청년들은 귀한 존재고, 뉴스에서도 어느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다루듯 요즘 청년들은 취업부터 자립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내가 몸담은 '청년도전지원사업'은 청년들에게 무료 수업도 제공하고, 현금도 준다. (세금도 안 떼는 50만 원을 입금해 준다!)
40~50대가 '라떼는~ 청년이라고 뭔 도와주는 거 하~아나도 없었구만, 청년 정책도 이~렇게나 많아지고 세상 좋아졌네~'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은둔 청년만 도와주지 말고 은둔 중년도 많으니 우리한테 뭐 도와주는 정책 없나?'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지방에 작은 공기업 계약직인 제가 대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그저 희미한 미소만 겨우 지을 뿐이다.
오늘은 '청년도전지원사업' 참여자 중 86년생, 올해 39세인 A의 사례를 들려주려 한다.
”저... 수당... 언제 입금될까요?? 내일이면 가스가 끊겨서요. “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단어에 멍해졌다. 가스가 끊긴다고? 청년코디 3년 차에 접어들며 나름 베테랑이 되었다고 자부하던 때였으나 참여자들은 여전히 내 예상을 벗어나곤 했다.
청년도전지원사업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가도록 거의 말이 없던 A는, 기다렸다는 듯 본인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늘어놓았다. 공과금을 여러 달 못 내어 가스부터 전기, 휴대폰까지 끊길 위기에 처해 있지만, 가족도 없고 도움을 청할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A에게 난 어떻게 대응해야 가장 옳은 길이었을까. 아직도 이에 대한 정답은 모르겠다. 매뉴얼을 따른다면 본부 회계 담당에게 수당 입금 일자를 다시 한번 알아보고 참여자에게 고지하는 정도가 아마 청년코디 ‘일’의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이고 뭐고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기 위한 말들을 고르고, 가스값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씻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을 증명하듯 눅눅한 체취를 풍기며 손을 미세하고 떨고 있는 A에게, 그저 ‘일’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제가 빌려드리고 수당 들어오는 대로 갚으시는 건 어떨까요? “
혹시 내 제안이 오히려 A의 자존심을 더 해치는 말이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A는 그러면 내게 너무 미안하다면서도 바로 거절하는 말을 하진 못했다. A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는 듯해 20만 원을 이체할 때까지만 해도 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A가 돈을 꼭 갚을 거란 확신이 있다기보단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착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취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돈 걱정에 풍덩 빠져버렸다.
”8만 원만 더 빌려주시겠어요? “
A는 밀린 가스값을 내다보니 7만 얼마가 더 필요해서 한꺼번에 정산하고 싶다고 했다. 난 10만 원을 더 입금해 주면서
“그럼 매월 10만 원씩 갚아주세요.”
라는 상환 계획을 말해보았으나 ‘이렇게 돈을 뜯기는 건가’라는 걱정에 휩싸여버렸다.
동료 코디님들께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해 볼까 했지만, 왜 그렇게까지 했냐며 타박을 듣거나, 가뜩이나 각자 담당하는 참여자들 때문에 힘드신데 내가 걱정만 더 얹어드리기 싫어 말하기 힘들었다. 그저 혼자 끙끙 앓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저 먼 아프리카 아이들한테도 성금을 내건만, 이렇게 가까운 사람이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으면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
-‘공과금도 못 내는 사람이 한 달 50만 원 지원금에서 10만 원씩 정말 나한테 갚을 수 있을까? 돈 없다고 배 째라 하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래 그냥 30만 원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자. 그 돈 없어도 살 수 있잖아.’
-‘아니, 그때 귀신에 씌었던 거 아냐? 저 사람 뭘 믿고 돈을 그렇게 쉽게 빌려줬지? 돈거래는 최대한 하지 말되, 돈을 빌려줄 땐 받을 생각 말고 주라는 둥의 충고를 내가 애들한테 했으면서!!’.
등등의 마음이 교차하며 괴로웠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면서도 속이 쓰렸다.
그리고 좁디좁은 내 마음을 비웃듯 A는 수당이 들어오면 바로 내게 10만 원씩 이체하여 3개월에 걸쳐 전액 상환했다. 또 A는 프로그램 중에 방문했던 ‘인지어스’ 지사장님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 전날 A는 일부러 청년센터로 찾아와 예쁜 키링을 내게 선물하며
“이자 대신 이거...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오면서 좋은 일이 많이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라는 말로 날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한동안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며 더 이상 청년코디 일을 못하겠다며 힘들다고 투덜댈 때였는데, 내가 어떻게 하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얼마나 즐겁게 하고 있었는지가 떠올랐다.
A는 미혼이고, 혼자 벌어서 혼자 힘으로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감당하며 노후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A는 이제 40이 되었다. 현재 취업은 한 상태지만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고 46세 계약직인 나도 당장 26년까지만 1년 계약연장을 했을 뿐이니, 27년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이다.
청년을 몇 살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청년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