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분들이 "해당 부서로 연결해 드릴게요"는 정말 몰라서입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엔 대한민국에서 도는 돈은 '삼성'이나 '하이닉스'같은 대기업 월급쟁이들이 받는 월급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물론 학교나 뉴스에서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고, 반도체도 만들지만 마스크나 종이빨대도 만드는 제조업 강국인 데다, 경상수지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어쩌고~ 하는 등의 말들을 들어(들었다고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요...) 대한민국의 돈이란 게 단순히 월급쟁이들의 월급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란 걸 알고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건, 내가 사는 소도시 주변에 있는 '천안'과 '청주' 사는 여동생들과 지인들이 천안에선 삼성전자 PS 받는 달은 천안 전체가 돈이 도는 게 보인다는 둥, 청주는 하이닉스가 생산직 직원들에게조차 2천만 원씩 인센티브를 뿌려 청주가 들썩였다는 소문을 매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돌리는 돈에 대부분은 '세금'이 아닌가 한다.
공기업에 입사하고 보니 '국가의 예산'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지방에서 하는 모든 문화/예술 행사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가족문화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학교밖청소년보호센터, 청소년문화센터, 진로체험학습센터, 청년센터 등등 '센터'라고 이름 붙어있는 작은 국가유관기관들이 다들 '예산'을 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서류를 만들고 지금 맡고 있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IPO를 쓰고 있는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청년도전지원사업' 또한
일단 고용노동부에서 청년 정책 예산을 마련하고
충남도청 청년정책과에 예산을 쓸 수 있는 시행업체를 문의하여 공모를 통해 '충남평생교육진흥원'에게 사업 시행을 위임하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 각 지역마다 운영하다 보면 일률적이지 못하던가, 잘못 운영될 수도 있기에
TES란 민간기업이 시행 지침을 전국적으로 내려주고 또 관리하며
1년 간 사업이 끝나면 또 민간 기업인 TES 뿐만 아니라 대전노동청까지 와서 감사를 하여
행정감사 자료를 만드느라 11월은 거의 전 직원이 한 달 내내 야근을 한다.
충남 각 시, 군 12개 거점에서 시행하고,
5주/15주/25주 과정이 마련되어 있고,
또 각 시, 군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강사분들이 다르다 보니
TES는 큰 틀만 제공할 뿐
나처럼 각 지역에 파견된 직원들은 각 지역 시청 혹은 군청 인구정책과 청년정책팀(이 '과'와 '팀' 이름도 각 지역 공공기관마다 이름이 다 통일되어 있진 않다.) 청년도전지원사업 담당자와 소통하게 된다.
내가 있는 소도시로 예를 들자면 이제 임용된 지 1년 남짓된 병아리 주무관님들이 '청년도전지원사업', '청년성장프로젝트', '청년월세지원' 외에 내가 이름을 잘 기억 못 하는 2가지 사업을 더하여 총 5가지 업무를 담당한다.
대부분 20대, 혹은 30대 초반의 사회생활 없이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 합격한 주무관님들은
6개월 정도 각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 떼주거나, 기초수급대상자 분들께 쓰레기봉투를 나눠주거나, 각 민원접수를 처리하다가, 시청 혹은 군청으로 들어오면서 저런 억 단위 사업들을 5개나 떠맡는다.
9급 주무관의 권력은 위대(?)하다
공기업 직원인 내가 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주방을 대관하려면 일단 입뺀인데
(공문을 쓰고 며칠 사정해서 빌리기도 하지만 대관료 또 비용처리하려면 증빙서류만 6장. 본부로 넘어가 품의 결의서까지 합치면 10장이다.)
하지만 大주무관님이 전화 한 통만 걸어주면 날짜를 골라 대관 가능하다!
심지어 무료로!
공무원 만세!!
이러니 20대 주무관님께 40대 계약직은 허리도 못 펴고 어떻게든 드링크박스라도 들고 가 얼굴 한번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5개 청년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관님도 모르는 청년정책이 수도 없이 많다.
일례로
내가 있는 소도시는 인구가 점점 줄기도 하고 산업구조가 바뀌며 건물이 통째로 비는 경우가 생겼는데, 그걸 시에서 매입하여 "청년공유주택"을 만들고, 주민등록을 이 '시'로 옮기며 사업자등록도 하는 청년들에게 1년 50만 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싼 가격으로 집을 대여해 주는 정책을 2년 전부터 시작했다
이 또한 청년정책의 일환이지만
내가 소통하는 주무관님은 저 '공유주택' 담당자가 아니기에 전혀 알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나와 사무공간을 같이 쓰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본사는 충남 아산시에 위치하지만 이 분 또한 현재 '예비청년 창업 프로젝트' 때문에 파견 나온 상태) 직원 분이 더 잘 알 정도다.
그럼 공무원 아닌 분들 입장에선
"아, 다 같은 '청년' 들어가는 사업인데 왜 이걸 몰라?"라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다.
"대체 업무분장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해 놓은 거야? '청년'관련한 사업은 한 팀이 맡아서 처리해야 민원인들이 편하지! 대체 자꾸 어디로 가라, 어디로 연락해라,라고 하는 거야?"라고 분노하실 수도 있겠다.
... 계약직인 제가 감히 어떻게 저 윗분들 생각을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요... 당연히 전 모르겠습니다. 이게 뭔지... 여하튼 이렇게 됐습니다 -_-
공무원들 일 안 한다고 욕먹는 일도 많고, 이렇게 민원인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처리들이 있는 거 너무나 잘 알지만
갓 임용된 9급 주무관님 또한 뭐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냥 하라니까 하는 거죠 ㅜㅜ
게다가 내가 소통하는 주무관님들은 매년 7월이면 어김없이 담당자가 바뀌었다.
모든 주무관님들이 5가지의 사업들을 각각 익히며 구분하는 데 2달 정도 걸렸고
내가 담당하는 사업처럼 내가 알아서 예산처리하는 사업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시에서 직접 예산 처리해야 하는 '청년월세지원' 정책에서 들어오는 문의와 민원들을 쳐내느라 매일 정신없어 보이셨다.
공무원분들이 '이 부처로 연락해 보세요'라고 하면 화내시기보단 좀... 이해해 주세요.
정말 모르셔서 그래요.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