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금이 이렇게 살살 녹고 있습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꽤 까다롭다.
단순하게 "미취업 상태 6개월 이상인 장기 미취업자"라고 말하면 주변에 몇 명 떠오르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분 공무원 준비한다 하고 6개월 넘은 듯한데, 공부하며 가끔 바람 쐰다 생각하고 이거 신청해 보라 할까',
'아 얘 얼마 전에 퇴사했다고 했는데, 이 프로그램 시작할 때쯤 퇴사한 지 6개월 지날 듯'
'그 친구 대학 휴학 중이니 이 프로그램 참여하라 해서 용돈이나 벌라고 해야겠다'
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학생은 무조건 참여 불가능하다. 대학생, 대학원생 등등 휴학 중이어도 참여할 수 없고, 게다가 졸업 후 6개월이 지나야 한다.
퇴사 후에도 실업급여를 받고 있거나 각종 취업훈련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실업급여수령 6개월도 지나야 하고, 훈련기간이 끝나고도 6개월이 지나야 한다.
공무원 준비하는 분들이 그나마 미취업상태가 긴 분들이 있어 해당 지원 대상자가 될 때가 많긴 하지만, 수험 비용을 번다고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요즘 최저시급이 높아서 월 150 벌 수가 많은데, 아르바이트도 주 30시간 이하여야 하고 그리하여 월 150만 원 이하의 수익으로 제한된다.
게다가 공무원 시험 후 가벼운 마음으로 근처 대학이나 시군구청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혹은 일경험 등에 신청해서 단 며칠만이라도 참여해도 그 이력이 참여 제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토록이나 까다로운 조건을 뚫고(?) 참여하신 분들임에도 또 고용노동청에서 다시 한번 감사를 하다 보면 문제가 있어 중간에 프로그램을 하차하거나 급기야 이미 입금한 수당을 환원조치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Z는 9개의 상담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대학 전공도 심리상담 쪽이었기에 당연히 심리상담 쪽으로 취업을 원하는 줄 알았는데
"전 사람과 얘기하는 게 힘들어요...아니, 싫어요."
라는 말에
그럼 대체 그 많은 자격증을 왜 땄는지 물어보니
엄마가 따놓으라고 해서였다.
전공도 고등학교 때부터 다닌 상담사 분의 추천으로 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Z는 20대의 6년을 자기의 적성과 전혀 안 맞는 전공과 자격증으로 수천만 원의 돈과 자신의 청춘을 바친 셈이다.
어쩌면 나 또한 엄마 말 듣다가 내 인생이 쫌 꼬인 케이스인지라
그런 Z가 안쓰러웠던 나는 Z에게 맞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일과 개인적인 품을 팔아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는 수업까지 추천해 줄 정도로 도와줬다.
하지만 Z가 원한 건 일도 수업도 아니었다. Z는 식물 같은 사람이었다. 그냥 뿌리만 내리면 의, 식, 주가 해결되는 걸 원하는 거지,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모든 것을 피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거 자체를 너무 힘들어해서 일은커녕 수업을 듣는 것도 힘들어하여, 청년도전지원사업 프로그램 오는 것조차 힘든데, 이 외의 수업을 듣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여하튼, Z가 문제 있는 참여자라는 걸 알아낸 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내가 있는 소도시에서 가장 큰 축제가 열흘이나 진행되는데 참여자 중 하나가 그 축제 단기 알바를 하게 되면서 참여 조건이 맞질 않는지 본부와 연락하면서 통장사본에 입금내역을 받아야 한다는 대화를 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Z가 내게 물어왔다.
"저도 매달 받는 지원금이 있는데, 그게 문제가 될까요?"
"아 본인 통장으로 입금되는 돈이 있어요? 기초수급은 괜찮은데요."
"그게 아니라 다른 데서 받는 거라..."
"겹치는 지원금은 기초수급 밖에 없는데, 어떤 기관에서 받고 계실까요?"
"병원에서요."
"병원에서 아르바이트하시는 게 있는 건가요?"
"비슷해요."
"150 이하인 거죠?"
"그게 좀 넘어요"
"얼마나?"
"한... 320~380 사이요?"
"아... 어떤 일이신데..."
"제가 일하는 게 아니라 저희 엄마가 일하는데 제 통장으로 받는 거거든요."
얘기를 할수록 정말 희한했다. 일단 본부에 물어보겠다고 대화를 끝냈는데
다음 날 Z의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물론 참여자들에게 비상연락망으로 보호자의 연락처를 받아놓긴 하지만, 참여자들이 성인이기에 보호자와 통화할 일이 전혀 없었는데, 20대 후반의 자녀 일로 어머니가 직접 전화를 하다니 꽤 생소하고 긴장되는 경험이었다.
통화 내용은 꽤나 공격적이었다. Z가 어제 집에 와서 엄마 때문에 자신이 망신당하게 생겼다며 엄청 지랄(?)을 했다는 거다.
아까 말했듯 Z는 식물 같은 사람이었다. 늘 그저 가만히 있었다. 프로그램 와서도 참여를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조용히 조심스러운 말투와 몸짓으로 임했다. 말을 걸면 활짝 웃으며 대답을 했으나 스스로 말을 거는 법은 없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집에선 소리를 지르고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대체 내가 아는 그 Z와 동일인물을 말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기초수급 지원금 외에 겹치는 지원금이 있다면 저희 프로그램 참여가 힘드실 수 있기에 원칙을 말씀드린 겁니다. "
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어머니는 반복적으로
"우리 Z가 좀 아파요오~ 그리고 병원에서 내가 좀 알바 좀 하는 걸 Z 이름으로 받는 건데~ 그리고 프로그램 참여할 때 이미 본부랑 다 얘기가 된 거라니까? 왜 Z한테 얘기해서 애를 불안하게 하는 거예요?"
"Z님이 물어보셨으니까 전 답변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월 150 이하의 수입만 있어야 하는데 350 안팎의 수입이 있으면 지금 받으신 수당도 환원조치 될 수 있거든요. "
"아니~ 내가 일하는 거라니까~ 그런데 Z 이름으로만 받는 거라니까~ 여튼 선생님 Z한텐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오~ 알았죠?"
"무슨 일을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건 말할 수 없고~"
정신이 쏙 빠지는 요상한 통화를 끝내니
Z로부터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 다음 날 Z의 엄마는 또 전화하여 대체 그 아무도 정보를 줄 순 없지만 Z가 참여가능한 조건이라는 말만 반복되는 그 대화라고 할 수 없는 통화를 하고~
그럼 난 Z더러 참여가능한 조건인지 본부에 물어보고~
Z는 엄마등쌀때문인지 나오겠다고 했다가 또 못 가겠다며 번복을 하고~
또 Z의 어머니는 전화를 하고~ 그 시간낭비를 몇 번을 반복해야 했다.
350만 원.
세후 대기업 대리 수준의 월급이다.
집과 청년센터만 오가는 게 전부인 Z는 병원에서 돈을 내고 진료를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 큰돈을 병원에서 받는 걸까?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지원금 환수조치 당하는 일을 피하려 그 병원에도 전화를 해서
Z의 어머니가 그 병원 직원인지, 그 어머니가 한다는 그 '일'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 병원에는 그런 직원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의사와 친척관계일지도 모르겠다. 가족 법인으로 만들어 가족들을 직원으로 등록해 일하지 않아도 월급을 주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여하튼 Z의 통장에 들어오는 돈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은 채 Z가 사라지는 것으로 마무리 됐지만
정말 정부 지원금 50만 원 귀한 청년들은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서, 현재 대학 휴학 중이어서, 전에 고용보험 이력이 있어서 등 별 제한조건에 걸려 못 받는 걸
부모님의 뭔 술수(?)로 매월 350씩이나 받는 사람은 또 이런 프로그램을 듣고 매월 50씩 받고 4개월 차 수당까지 받고 그만뒀으니 결과적으로 200이나 받았다는 게 좀 화가 났다.
세상은 참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개구멍이 존재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