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독감 무서워 - 우족탕

by 루치아

어느날 저녁 딸이 갑자기 열이 39도까지 올랐다.


다행히 집 근처에 저녁 10시까지 운영하는 소아과가 있어 바로 가봤더니

병원에서 독감이 의심된다고 독감 확진 검사를 해보자 했다.


하지만 열이 날 뿐 머리가 아프거나 기침을 하진 않아서 3만원이나 되는 독감 확진 검사를 받기엔 좀 돈이 아까워 하루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독감 확진을 받으려면 면봉으로 아이 목구멍 안쪽 체액을 체취하여 테스터기에 넣고 15분 이상 기다려봐야 하는데 늦은 밤 아이가 15분 기다릴 기력도 없어보였다.


일단 집에 가서 차도를 보자 하고 돌아갔는데

밤새 40도 가까이 열이 올랐다.


다음날 학교도 빠지며 아침부터 병원에 가서 독감 검사를 했다.


딸은 독감이면 학교를 일주일이나 빠져도 된다며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행히도 독감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이라며 기도하는 나와 반대로 딸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학교를 가야하는 게 너무 슬프단다.


병원 내 의사 간호사 독감 확진 판정을 기다리는 학부모들 모두 우는 딸을 보며 웃었다.

딸이 태어났을 때, 나처럼 자존감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살지 않도록

딸이 어떤 모습을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그날은 정말 어쩔수없이 너무나 딸이 창피했다.


딸도 내가 자기를 부끄러워하는 걸 알았는지 서러워 더욱 울음소리를 키우며 더 난리는 쳤다.



하는 수 없이 우는 딸을 달래려 그 날은 학교 결석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딸의 기력도 올려줄 겸 우족을 두 개나 샀다



집에 와서 찬물에 2시간 정도 핏물을 빼고


들통에 넣고 한번 끓인 물을 버리고


다시 찬물로 한번 헹군 뒤부터 4시간 정도 푹푹 삶고. 우러난 우족탕은 다른 냄비에 담고 다시 한번 더 삶아 2차로 우러난 국물을 1차 국물과 섞어 다시 끓이면 끝.


그리고 식힌 뒤 락앤락통에 비닐을 깔고 나눠 담아 냉동실에 얼려놓으면 겨우내 반찬이 부족할 때, 떡국 먹고 싶을 때 꺼내 먹으면 몸보신이 된다.


딸, 아프지 마.


엄마도 아프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