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에 가난한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리고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지요.

by 루치아

역사를 뒤돌아봤을 때

혁명은 모두 다 가난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빈부의 격차가 극심할 때 일어난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아마 혁명 직전의 상황 아닐까 싶다.


이놈의 유튜브, 이 망할 놈의 인스타가 문제다.

어린 친구들이 나와서 돈 벌기가 쉽다는 둥 막말하고~ 자긴 자기 힘으로 돈 벌어 수십억 자가를 마련하고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영상과 사진을 올려대니~

평범한 우리 20~30대 청년들은 흔들리는 게 당연하고


내가 만나는 장기 미취업자 청년들은 더 자괴감에 빠져있는 상태다.


라떼 얘기를 하자면

고등학교 때 나라가 폴싹 망했다는 그 IMF 시절을 거쳐 대학에 왔더니 나랏빚은 다 갚았다고는 하나 집집마다 경제적 어려움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때도 부잣집 애들은 부자였겠지만, 그래도 주변에 보면 다들 어려웠기에 서로서로 응원을 하던 시기였다.


그땐 SNS가 없어서였을까, 아! 싸이월드가 있었는데!!(그때 우린 모두 미쳐있었죠 ㅎㅎ)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을 못해서였을까. (이렇게 스마트폰은 계속 만악의 근원이 되어가고...)



D님은 갓 스물을 넘긴 어린 참여자였다. 대학을 가지 않고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 공부를 꽤 잘한 편이어서 당연히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생각을 했는데 타 지역 특성화고에서 신입생 모집을 위해 오신 선생님이 '법/행정학과'를 신설하여 고1 때부터 공무원시험 준비를 돕는다는 말에 특성화고 진학을 선택했다.

어차피 공무원 시험을 볼 생각이었으니 일찍 합격하는 게 제일 낫다는 생각이었다.


일반 9급 시험을 봤으면 고등학교 졸업 전에 합격했을 수도 있을 실력인데, 다른 직렬을 준비하다 보니 문이 너무 좁기도 하고, 과목도 많고, 뭐 여러 이유로 불합격이 되어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한 시간을 따져보자면 벌써 5년 차 장수생이 되어가는 참이었다. 그리고 올해 시험에도 불합격하면 군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합격이 더욱 간절하기도 했다.

힘든 상황이겠지만, D님의 진로 결정은 워낙 확고했고, 대화를 할 때도 말을 아끼면서도 자기 의견을 또박또박 전하는 태도가 너무 훌륭해 보였다.

D님의 전체적인 인상 자체가 좀 뭐랄까, 눈에 띄지 않는 타입이랄까, 어디서든 만날 법한 흔한 타입이랄까, 외모며 행동, 말투 등이 조용하고 조심스러워, "딱 공무원 상이네"란 생각도 들었다.


그. 러. 나. D님은 스마트폰만 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분. 노. 폭. 발. 상태가 되었다.

이걸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히, 그리고 D님의 작은 실수가 겹쳐 내가 살짝 알게 되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출석도 개인 스마트폰에서 하고 (진흥원이 업체에 돈을 내고 유료 앱을 쓴다.)

만족도조사도 큐알을 찍어 개인 폰으로 하고

중간중간 고용 24에 들어가서 구직등록을 하는 등 수업 관련해 스마트폰 사용률이 많은데


거의 무기명이라 누가 어떤 의견을 남기는지 내가 알 수 없다.


하지만 출석앱은 각 코디들이 관리자모드를 쓰면서 참여자들 출석을 관리하는데

D님이 뭘 건드렸는지 본인 프로필이 촥~뜨면서 개인 의견 써버렸다.

(전자문서결재창에서 보고서 올릴 때 비공개목록 안 누르면 충남도청 전체가 내 보고서 보는 꼴인 것처럼요.)


청년도전지원사업은 엄청 퍼주기 사업이라, 무료 수업 + 지원금 + 매 수업마다 간식까지!! 주는데


외부수업은 간식을 들고 다니기도 힘든 데다

그 수업은 '법원 경매법정에 참관했다가 영화관을 가는' 일정이라 간식을 먹을 곳도 없고 영화관에서 각자 음료를 사 먹겠지? 란 생각을 했는데

D님이 간식을 안 줬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퍼스널컬러 진단 수업에서도 강사님은 한 명이고 참여자는 여러 명이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 진단해 주면 대기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데

D님은 자기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며 지루했다고 또 불만을 적어놓았다.


가장 압권은 경제 관련 수업이었는데, 충남경제교육센터에서 오신 베테랑 강사님은 청년들이 돈이 없어도 투자를 목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 적은 돈이라도 조금이나마 불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취지로 계좌라던가, 정말 힘들 땐 2 금융이나 사채 생각 말고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연락해 봐라, 등 각종 유용한 정보를 주셨건만,

D님은 돈이 한 푼도 없는데 뭘 불리냐~ 돈 없는 사람 상황을 모른다~ 개똥 싸는 소리 하고 있다고 또 욕을 한 바가지 써놨다.


'불만을 적었다'라는 완화된 표현을 썼지만, 얼마나 개판으로 써놨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모른 척할까, 하다, 그래도 개인정보가 노출된 상황은 아니다 싶어서(물론 전화번호 등은 노출 안되었지만, 이름과 생년월일이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나름 조심스레 이렇게 자기 의견을 써놓은 이유를 물었더니 너무나 미안해하며 모든 걸 싹 지우셨다.


...(충청도식으로 말하자면) 애는 착혀...

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내 개인 SNS 후기에

"간식을 줘서 좋아요."

"설명과 다른 일을 해요./계약 내용을 안 지켜요."

이 지랄로 싸질러 놓고 갔다...

...내가 계약 내용을 안 지킨 게 뭐니.

지원금 받았잖니 ㅠㅠ




현재 본인 상황이 안 좋을 땐 마음이 꼬이고, 그러다 보면 말도 꼬인다.

거기에 자격지심까지 겹치면 이제 좋은 말도 다 꼬아서 듣게 된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너무나 잘 안다.


그저 D님이 원래 20~30대는 가난한 게 디폴트 값이란 걸 그냥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너만 힘드냐? 다 힘들다, 이런 말이 아니다.(상담 강사님께 이런 위로가 제일 안좋다는 거 배웠다.)

있는그대로 본인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있는 일에 집중하셨음 하는 마음이다.

자꾸 비교해봤자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둘 중 하나 뿐이니까.

... 그리고 인스타 좀 그만 보시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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