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정액제니까! (계약직은 성과급도 없고요.)

제가요? 그걸요? 왜요?

by 루치아

약직에도 입사동기가 있다.

우린 한날한시에 진흥원 본사에서 원장님께 임명장도 받은 사이다!

나 포함 5명이었는데, 모두 여성이었고, 나이대는 나만 40대 다른 분들은 30대 초중반이었다.

내가 제일 '언니'지만 서로 존대하고 '선생님'이라 지칭하며

"우리 입사동기끼리 돕고 살자! 가늘고 길게 살자!"라고 서로 하이파이브도 하며 낄낄댔다.


하지만 아무리 동기라도 '코디' 일의 구조상 서로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난 공주, 다들 천안, 금산, 아산, 계룡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출장을 끊고 서로 일을 도울 수 있었지만 누군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백업을 할 때만 출장을 끊게 되었다.


그리고 가늘고 길게 가자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1년이 되기도 전에 한 명은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2명은 계약종료기간이 되자 연장을 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나와 천안코디님이신데, 천안도 우리 진흥원에 '청년도전지원사업'을 맡기는 게 아니라 시 청년센터에서 자체 운영한다고 하여, 천안에서 아산으로 배정이 옮겨져 거의 왕복 1시간 반이 넘은 통근 때문에 이직을 해야 하나 고민하신다.


요즘 회사마다 '대규모 공채' 개념이 사라져 '입사동기'라는 의미 또한 사라진다지만

계약직의 입사동기처럼 희미할까 싶다.


그럼에도 우린 만날 때마다 '입사동기'! 를 외쳤는데 40대 꼰대의 눈에 비친 내 입사동기 중 한 명이 너무 일을 안 하는 게 보여 좀 혼란스러워졌더랬다.

그분이 모두 틀렸다는 게 아니라, 내가 '계약직'의 세계를 모르는 건가, 싶어 말 그대로 '혼란스러워졌었다.'


그녀는 내가 홍보가 안되어 고민이 된다고 하면

"어후~ 참여자 많으면 우리만 힘들잖아요. 홍보도 적당히만 해야 한다니까요.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게다가 파견직인 우리늘 근거리갈 때마다도 미지급인 출장신청을 하는데 전자결재를 뭘 하나 잘못해서 보류받아 좀 창피했다고 말하면

"뭘 그런 걸 하나하나 다 써요 귀찮게. 누가 본다고. 그리고 무조건 4시간 이상씩 쓰고 2만 원 받아요. 뭘 그리 정직하게 2시간 3시간씩만 써. 기름값이라도 받아요."라고 하고


누군가 업체에 회계서류받는 게 너무 힘들다던가, 수업 재료비가 애매하게 남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라고 하면

"그런 건 본부에 해달라고 하세요. 그럼 직빵이에요. 우리 같은 계약직이 말해봤자 누가 거들떠나 봐요?"


무슨 일로 전화통화할 때마다

"아이고 쌤 뭘 그렇게 열심히 해~ 누가 알아줘? 승진시켜 줘? 보너스 준대? 우리 같은 계약직은 그저 적당히 시간 채우면 되는 거야."

라고 내게 "계약직의 정도"를 말해주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계약직에 빠삭한" 그녀는 4개월 만에 계약종료되었고


무수히 고민하고 열심이었던 사람들은 여태 일하고 있다.

(물론 열심히 일하시면서도 이직 준비를 잘하여 더 좋은 곳으로 이직 성공하여 정규직이 된 분들도 계신다.)


요즘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는 게 대세라지만

누가 '월급 받는 만큼 일하는 걸'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적게 받는 만큼 적게 일한다는 게 꼭 "최대한 해야 할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닐 텐데,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팀장님은 오늘도 충남 전체에 퍼져있는 15명의 코디들에게 부탁하고, 감사하고, 독촉한다. 그럼 우린 멀리 떨어져 있어도 누가 열심히 하는지가 보인다. 정말 너무나 확연하게 보인다. 그리고 누가 숨죽여 일을 안 하는지도 다 안다. 알면서도 성과가 나오면 모른 척 넘어가는 건데, 그들은 자기가 똑똑해서 남들보다 덜 일하고도 인정받는다고 착각한다.


월급은 정량제가 아닌 정액제이기에 일을 만들어 더 하거나 남들과 비교해서 더 하면 기운 빠지는 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요? 그걸요? 왜요?'를 말하기 전에

내가 안 하면 누가 힘들어질까도 생각해 보고

할 수 있는 일은 해보면 배우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 라고 말하는 나 또한 계룡, 금산으로 백업 갔다가 또 논산으로 가라는 말에 "아 그런 건 본부에서 해야죠!"라고 했던 순간이 떠올라 움찔한다.


월급만큼 일하는 건 얼만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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