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는 대체 어디에?

'정량제'로 돈을 버는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구경도 못해봤다는 '연차'

by 루치아

내가 자영업자일 때 제일 힘들었던 게 죽으나 사나 출근해야 하는 점이었다.


물론 회사 다니는 친구들, 동생들 얘길 들어보면 회사를 다녀도 연차를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난 교사인 친구가 출장을 끊고 나와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마주친 적이 있고

회사원인 친구가 "연휴에 여행 갔다 오고 하루쯤 쉬어야지."라는 말로 연휴 끝 월요일에 연차 내고 쉬는 것 또한 봤다.


전에 한번 얘기했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공기업은 연차보상금을 줄 수 없으니 연말에 연차 소진을 하라고 엄청 여러 번 말해서 12월에 반은 쉬었다.

이토록 월급쟁이들은 쉴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돈을 '정량제'로 버는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들은 아프든, 약속한 시간엔 하늘이 무너지듯 비가 오든, 애 학교 행사든 관계없이 그 시간에, 그 자리에 강의하러 와야 한다.

오늘은 우리 강사님들 고충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우리 청년도전지원사업에서 강사비가 괜찮은 편이라고 하지만

강사님들이 강의 준비하시는 시간과 강의 장소까지 오가는 시간은 강사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기관은 재료비까지 인당 10만 원씩 할당이 되어

도자기, 향수, 스탠드 만들기 수업이라던가 요리 수업에서 강사님께 요리재료값을 다 챙겨드릴 수 있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많은 교육 관련 기관은 시간당 5만 원이 채 안 되는 강사비에서 강사님 재량으로 재료값까지 해결하도록 한다. 그러다 보니 강사님들은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없이 오롯이 강사비를 받는 강의 시간 외에 재료 준비까지도 떠 앉게 된다.


A 강사님의 눈은 늘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말투와 행동은 씩씩하셨어도 피곤한 표정을 숨기진 못하셨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암 투병 중이셨다.

개인 사정에 대해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아이를 홀로 키우시는 듯했다.

아이 대학 갈 때까진 쉬질 못한다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고생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더란다.


B강사님은 전국을 누비며 강의하신다.

어제는 통영에서 강의하셨고, 오늘은 공주시에 오셨고, 내일은 강릉에 가신다고 했다.


많은 강사님들이 이렇게 이동시간이 긴 편이다.

지역 내에서 강의하시는 분들도 같은 도 아니면 더 좁게는 시. 군. 구 내에 있는 학교를 출강하셔도 왕복 1시간을 잡는데

이렇게 다른 도를 뛰는 강사님들은 강의비에서 기름값, 톨비를 제하면 또 수입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C강사님은 취업 준비를 하시다가 요즘 뜨는 AI와 디지털 드로잉 관련 강사 과정이 대학 내에 개설되어 공부하면서 우연히 얻게 된 도서관에 노인 대상 강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도 공부를 하면서 강의를 하신다.


나도 도서관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청년도전지원사업에도 모셔왔는데, 강의 기회를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시는지 모른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오후에 강의가 있어서 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웃으시는데

대부분 평생교육원 내지 학교, 도서관 강의가 저녁에 있다 보니 식사 시간을 챙기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스타 강사들이 많은 세상이라지만

정말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강사들은 이렇게나 끼니를 거르고, 먼 이동시간에 대한 아무런 보상 없이 강의비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치열하게 실수령액을 고민해 보고, 그럼에도 강의 기회를 놓치면 다른 강의 기회 또한 잡기 힘들어질까 봐 들어오는 대로 거의 다 받아들이시는 편이다.


가장 힘든 건, 아파도 약속한 강의를 출강하셔야 하는 때다.

2~3달 전에 잡은 일정에서 강의날 아플지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 강사님들 외에 모든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들이 이렇게 '연차'없이 고군분투하시면서 살고 있다.


자영업자와 프린랜서의 노동권을 지키기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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