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센터들은 이렇게나 힘이 없습니다 ㅜㅜ
2025년 3월 내가 있는 공간에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파견직원이 왔다.
공주시에서 옛 건물을 매입하여 리모델링하여 "청년 창업가 육성"을 목표로 하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남부분원을 운영을 맡기 위해서였다.
매니저님은 본인 소속 센터와 공주시가 협업한 '예비창업가 프로젝트'도 운영하면서
중간중간 남부 분원 리모델링 상황도 체크하러 바쁘게 지내셨다.
10월에 완공하여 들어갈 기대로
3주마다 갱신해야 하는 공유오피스 신청을 하고,
내가 운영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 프로그램 진행 때문에 오후마다 수업으로 시끌시끌한 분위기에도 묵묵히 일하셨다.
"예비창업가 프로젝트"는 공주시 특성화고의 창업동아리들과 제품을 내서 성과보고회를 해야 했기에
멘토 창업가를 섭외해서 고등학생들과 함께 제품을 구상하고, 예산 안에서 시제품을 만들어 마케팅해야 하는 극악의 프로젝트임에도 발로 뛰며
멘토가 되어줄 만한 창업가분들에게 읍소하고, 무기력하거나 잘 안 따라와 주는 고등학생들을 어르고 달래 가며 요리, 향수, 마스크팩 등의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성과까지 내었다.
리모델링을 해보신 분은 아실 것이다.
아무리 설계하시는 분과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현장상황은 다르게 돌아간다는 걸.
매니저님은 리모델링 건물을 거의 매일 들르고
공주시청 담당자의 요청이 들어오면 또 달려 나가 리모델링 수정을 위해 현장에 나가 건설노동자분들과 실랑이를 했다.
하지만 10월로 예정되어 있던 남부분원 개소는 12월로 늦어졌고, 26년 3월로 또 늦춰졌다.
그럼에도 매니저님은 남부분원 개소를 너무나 기대했기에 리모델링 막바지의 지저분한 일들을 모두 처리했다.
그. 러. 나.
2월 초 시청에서 시장님을 모신 간담회가 열렸고
갑자기 리모델링한 건물 운영을 위탁할 업체를 선정한다며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다른 업체 둘을 경쟁한다고 발표했다.
당황스러웠지만 매니저님은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믿었고,
내게도 "떨어질 자신이 없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26년을 같이 할 예비 창업가 분들마저 섭외한 상태였다.
하지만 설 연휴 전 금요일,
매니저님은 팽당했다.
시청 담당 과장님께 대체 자긴 1년간 뭘 한 거냐고 따졌더니
"미안하게 됐어요."란 답변을 받았다.
매니저님은 매달려봤다.
정정당당히 위탁업체 선정 입찰절차를 밟자고 했다.
하지만 공주시청은 번복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매니저님은 설 연휴 내내 술로 절어 살고 현실을 받아들이길 힘들어했다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퇴직하는 거였다.
1년간 공들인 사업이 시작도 되기 전에 날린 책임을 져야 했고,
무엇보다 상처가 컸다.
난 공주시청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1년간 같은 사무실을 쓰면서 지켜본 사람으로
"배신"이란 표현밖엔 달리 쓸 게 없어 보인다.
공주시 청년센터 직원분과도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이건 정말 공주 사람으로 챙피한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말을 바꿀 수 있어요."
라고 하셨다.
아무리 예산 집행권이 공무원에 있다고 하지만
과장님. 진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작은 센터 계약직들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