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는 열심히 해봤자 월급은 같은데 일만 많아지는 걸까요?
충남청년도전지원사업이 개강한다.
15개 시군이 전부 같은 날짜에 하는 게 목표였으나 모집이 잘 되지 않아 ㅠㅠ(매년 너무 힘든 참여자 모집...)
일부 지역은 미뤄졌고
공주, 아산, 서산, 계룡, 논산, 홍성만 일단 개강하게 되었다.
4곳은 비슷비슷하게 참여자가 10명 안팎이라 코디 한 명이 참여자를 인솔하기에 적당한데,
서산은 무려 39명이 몰렸다.
코디를 한 명 더 뽑아 백업을 한다 했지만
그래도 39명의 출결 관리, 개인 상담과 서류들을 정리하려면 일주일 내내 일해도 쳐내기 쉽지 않은 양이다.
진흥원 본부 측은 그저 모집을 많이 하는 서산 코디가 대견하고
다른 지역 코디들은 왜 이렇게 홍보를 못하느냐고 은근히 압박을 준다.
"구인구직자의 날" 행사에 참여했어?
일자리센터와 각 기관들에 연락했어? 회의록 좀 올려 봐.
온라인 홍보를 좀 더 다각화해봐. 요즘 애들 폰으로 다 정보 얻잖아?
오프라인 홍보도 중요하니 버스정류장만 포스터 붙이지 말고 청년들 다닐만한 곳 더 생각해 봐.
난 술 마시다가도 청년한테 홍보지 나눠줬었어. 해봤어?
월급 공짜로 버는 거 아니다.
눈칫밥 먹고, 눈물밥도 먹어야 내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거고
뭐 이 정도 고생(이라고 표현하기도 뭣한) 노동을 하는 거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홍보를 해본 사람만 아는
그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란.
홍보라는 게 그렇다.
내가 포스터 100장 붙이면 10명 오고
포스터 200장 붙이면 20명 오는 정비례 함수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온 세상에 정비례인 것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오늘 따뜻한 사무실에서 당근마켓 알바 공고 하나 무료로 올려도 10명이 몰리고
내일 차가운 길을 헤매며 포스터를 돌리고, 리플릿을 기관마다 꽂아도 아무 효과가 없을 때가 있다.
게다가 지역마다 인구격차가 너무 크다.
서산, 아산만 해도 모집단이 큰 데다 청년인구 비율이 그나마 좀 있는 편이지만
부여, 청양, 서천 등의 군 단위는 청년 한 명 한 명이 귀한 데다가 '6개월 이상 미취업자'라는 조건을 갖춘 청년을 찾기엔 정말... 홍보로 될 것이 아니다.
태안군 코디님은 모든 섬마다 가서 포스터를 붙이고 이장님들께 읍소를 해도
"이 마을 제일 어린 청년은 50세다."라는 답변을 받는다.
월급쟁이들에게 '업무량의 적정선'이란 것이 있을까.
업무량이 너무 적으면 쓸모없는 인간 같고,
업무량이 또 너무 많으면 같은 월급 받는 처지에 나만 일하는 듯 한 억울함이 있다.
특히 우리 같은 계약직이야말로
계약연장 확실히 해줄 거 아닌 다음에야
일 잘해봤자 무슨 보상이 있냐 말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참여자 수가 적어도 느긋해야 하는데
또, 참, 인정욕구가 있어서인지, 사람이라는 게 일을 하게 되면 잘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건지, 아니면 그저 성실함 때문인지,
참여자 수 1에 환호하고, 동요하는 게 우리 코디들이다.
서산 코디님은 저 극악의 참여자 수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이 깊어지고
참여자 수가 적어 "또!!" 개강일이 미뤄진 코디님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오늘도 계속하시느라
비 오는 거리를 헤매시거나,
인스타, 페북, 당근, 네이버 카페 등등의 홍보 사이트를 여기저기 클릭하고 계신다.
개강일이 미뤄져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이미 연락드려 약속을 잡아놨던 강사님들께 사죄하며 강의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난 두어 번 해본 이후로 다신 개강일을 늦추지 않으리라, 결심할 만큼 참 민망시렵다.
강사님들은 꽤 자주 있는 일이라며 쿨하게 답변해주시긴 하지만, 인지상정으로, 어디 정말 괜찮겠는가.
현재 적당한 참여자를 모은 지역 코디들만이 승자다.
윗분들 보기에도 너무 모자라지 않고
내가 감당하기에도 너무 많지 않은 업무량.
하지만 이렇게 다들 적당히 하려고 하다 보면
한두 명이 '적당한 업무' 그 너머의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하는 게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