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동료

미운 것까진 아니지만 도저히 좋아하긴 힘들다

by 루치아

그 코디님은 내가 일한 지 몇 개월 후에 임용됐다.


그 해 첫 월간회의 때 새로 임용된 분들과 기존 직원들이 서로 자기소개도 하며 얼굴을 익힐 때

조용하면서도 꼿꼿해 보이는 모습에 일 잘하겠다고 생각되었다.


지역이 근처이기도 하고

내가 경력이 있으니 도와줄 수 있는 건 모두 도와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코디는 입으론 감사하다고 말은 하나

행동과 표정은 내게 도움을 요청하진 않으리라 결심하는 것처럼 딱딱하고 거리를 두었다.


회사사람, 게다가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이 친한 척 다가오면 부담스러운 게 당연한 거니

좀 머쓱해도 이해는 되었다.


그런데 며칠 뒤

폰이 계속 울렸다.


그 코디는

홍보를 어디로 가야 하느냐, 공주는 몇 명 모집되었냐, 프로그램 짜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 강사 추천 좀 해 달라, 공문 작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프로그램 양식 좀 공유해 달라 등등


일주일 정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메일을 보냈고

난 내가 아는 선에서 다 알려주고 정보를 공유했다.


그리고 전화가 없어 잘하고 계시겠거니 잊고 살았는데

본부에서 연락이 와 그 코딤담당지역에 문제가 생겼으니 가보라고 하여 가게 되었다.


출석부 양식부터 구 버전을 쓰고 있고

참여자 개인 파일이 전혀 정리가 안되어있는 데다

외부기관 수업을 운영을 하는 날이었는데 강사수당 영수증에 주소도 틀려있었다.


수업 전 한 시간도 안 남은 시간 동안 대충 급한 것만 고치고 운영을 하고 나서

수업 다 끝났다고 코디님께 연락하며 틀린 부분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되었다.

내가 그의 상사도 아니고, 계약직들 특성상 일 대충 하는 게 미덕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에

잔소리로 느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출석부 버전만은 고쳐 써야 할 듯하여 말했더니 역시 반응은 싸늘했다. 도와주고도 고맙단 소리를 못 들은 게 그때부터인 듯하다.


그 이후로 그 코디가 뭔가 사정이 생기고 아플 때마다 그 지역에 가서 백업을 할 때마다

그 코디는 내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게 아니라 본부에 감사했다.

본부 직원이 오기 힘드니 내게 부탁한 걸 뻔히 알면서도 자긴 본부에 백업을 부탁했으니 본부와만 소통하겠다는 태도였다.


올해 당연히 이직할 줄 알았는데 재계약을 해서 좀 놀랐다.


그 코디에 대해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무시당해 서럽고

도와주고도 고맙단 말을 하나 못 들어 서운하고

일도 못하는 게 지적질당했다고 고까워하며 유치한 태도로 보복(?)하는 게 못마땅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매일 사무실에서 만나는 게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다.


얄미운 동료들은 주변에 꼭 한 명씩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들을 대하실까요?


어쩌면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너무 힘들어하면서

너무나 쉽게 미워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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