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워킹맘도 외롭다.

by 포뇨맘

#혼자만의_시간이_필요해
워킹맘은 전업맘에 비해 분명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서도 완벽히 나 홀로 자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니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혼밥, 혼술, 혼행… . 혼자가 붙는 일들은 워킹맘에게 고독이 아닌 설렘을 부르는 일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가능하단 말인가. 퇴근 이후 혹은 주말의 시간들은 꿈꿀 수 없으니 하나의 묘안을 생각해냈다. 평일 하루, 연차를 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평소와 같이 출퇴근 시간을 지킬 테니, 그 누구도 불편할 일이 없다. 그렇게 나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나는 연차를 쓰고, ‘혼낮’을 즐기기 위해 떠났다.

#워킹맘이_혼자_낮을_보내는_법
‘카페 가서 혼자 책 읽고 싶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많을 때는 하지도 않던 일을 꼭 그것을 하기 어려울 때 꿈꾸는 것이 바로 나다. 마치 고등학교 때 시험 전날 갑자기 ‘자정 뉴스’라든가 ‘시사 토론’ 프로그램이 예능처럼 꿀잼으로 느껴지듯이. 어쨌든 나는 출산 이후 7개월 동안 ‘카페 가서 혼자 책 읽는 것’을 꿈꾸기만 하면서 가방 안에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을 넣은 채로 살았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책을 펼치기로 했다. 카페의 목적지는, 고민 끝에, 한가로운 이 느낌을 한껏 살려줄 효자동-통의동 일대로 정했다. 무려 2년 만에 찾은 효자동. 한적한 분위기는 여전하고, 내가 좋아했던 카페 mk2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냉큼 카페 안으로 들어가 당근 케이크와 아이스라떼를 주문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준비한 책은 최근 발간된,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꺼내다 며칠은 먹었다>를 읽고 그에게 반했었는데, 이번에 첫 산문집을 발간했다고 하여 고른 책이다.

#운다고_달라지는_일은_아무것도_없겠지만
효자동의 어느 식당에서 혼밥을 하고 카페에 들어오니 1시. 남은 5시간 내에 이 책을 한 권 다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랜만에 커피와 케이크, 책이 담긴 ‘허세샷’을 찍어 #북스타그램 업로드를 한 뒤 책장을 펼쳤다. 그런데 얼마 못 가 그 ‘허세샷’이 부끄러워졌다. 마냥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몇 해 전 누나를 사고로 잃었다는 시인은 아마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계기로 얻은 깊은 성찰들을 시작으로 이 책을 써내려 간 것 같다. 죽음과 삶을 비롯하여 사랑과 관계, 취향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담은 주옥 같은 문장들을. 그리하여 대부분의 글들에는 슬픔이 진하게 묻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침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찌되었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들과 모두 함께 다시 태어나고 싶다. 대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죽고 싶다. 내가 먼저 죽어서 그들 때문에 슬퍼했던 마음들을 되갚아주고 싶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참다가 더운 육개장에 소주를 마시고 진미채에 맥주를 마시고 허정허정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 그리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터져 나오던 눈물을 그들에게도 되돌려주고 싶다. 그렇게 울다가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난 아침, 부은 눈과 여전히 아픈 마음과 입맛은 없지만 그래도 무엇을 좀 먹어야지 하면서 입안으로 욱여 넣는 밥. 그 따듯한 밥 한 숟가락을 그들에게 먹여주고 싶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꾹꾹 눌러 담긴 듯한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갑자기 미친 듯이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는데, 그 상황이 꽤 낯설기도 했다. 책을 보면서 우는 일이, 깊숙이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책장을 넘기다 보니 작가는 나에게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고독하게_두지_않을게
아마도 그의 이야기처럼 나는 그간 외로움이 아닌 고독의 감정 속에 살았던 모양이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 넘치고 넘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외롭지 않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기에 고독했다.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고독이라는 존재. 비로소 오늘 고독과 안녕을 고한 워킹맘 1인. 이제는 이렇게 자주 내가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초등학생의 일기처럼 뻔한 깨달음과 함께 책장을 덮고, 다시 집으로 출근을 하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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