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출근하는 여자
INTRO 1 #집으로_출근하는_여자
매일 아침 7시, 알람처럼 정확히 눈을 뜨는 7개월 아기와 함께 기상. 기저귀를 갈아주고 어젯밤 만들어둔 이유식을 꺼내 데운다. 이유식이 데워지는 동안 분유를 타서 먹이고, 따끈따끈 알맞은 온도로 데워진 이유식을 먹인다.
장난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온 정성을 다해 이유식을 먹이고 나니, 7시 40분. 회사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8시에 출발해야 하니, 준비할 시간이 20분 남았다. 20분 간 회사 갈 채비를 한다. 후닥닥. 샤워라기보다 세면, 메이크업이라기보다는 정돈, 패션 스타일링이라기보다는 환복에 가깝다. ‘역시 애 엄마라서… .’라는 인식을 주느니, 스타일이라고는 1도 없는 옷을 입고서라도 지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 같이 아침을 보내고, 버스를 탄다. 혼자다. 버스 타고 가는 길, 책도 읽고 싶고 음악도 듣고 싶..지만 늘 멍을 때린다. 어젯밤에도 이유식을 만드느라 새벽 1시에 잠이 들었기에 버스에서라도 쪽잠을 자면 좋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회사에 도착하면 즐겁게(!) 일을 한다. 정말 즐겁다. 회의를 하고, 취재를 하고, 미팅을 하고,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출산 전에는 당연하고 지루했던 일들이 새롭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6시. 별 수 없이(!) 칼퇴를 한다. 별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때로는 더 일 할 거리들이 있고, 저녁 미팅을 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단호하게 나는 칼퇴를 한다. 저녁 7시에 맞춰 집으로 출근하는 워킹맘이니까. 아기에게 저녁 분유를 먹이고, 퇴근한 남편과 목욕을 시키고, 젖병을 소독하고, 아기 빨래를 하고, 내일 먹을 이유식을 준비하고, 아기가 새근새근 꿈나라로 향하고 나면 나는 비로소 오늘 하루를 퇴근한다.
INTRO 2 #그러니까_워킹맘이라서_햄볶는_이유는
“아기 낳으면 그냥 일을 쉬고 싶어. 나에게도 쉼이 필요해. 아기는 내가 직접 키워야지. 아기가 자라는 하루하루를 함께 해야 하잖아?” 출산 전만 해도 나는 호기롭게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출산 휴가 때 깨달았다. 그것이 얼마나 호기롭고, 겁 없으며, 세상 모르는 이야기였는지를. 아기를 키우는 일은, 그것도 ‘독박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맘으로 살아가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더 고되고 외롭고 지치는 일임을. (나는 전업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래서 나는 출산 한 달 뒤에 결심했다. 워킹맘이 되어야겠다고.
출산 세 달 후 아직 회복이 덜 된 몸으로 출근을 했고, 출근 후 회사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고, 동료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출퇴근길은 아름다운 산책길로 느껴졌다.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가면 방긋 웃는 아기의 미소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몸은 고되지만 더 기쁘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슈퍼 워킹맘의 꽃길을 거닐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