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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힘 Ohim Nov 20. 2018

외로울 땐 요리를 하세요. <냄비쌀밥 짓기>

밥한술에 호호 불어가며 먹는 밥맛

무엇가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때 어디 한 곳에 집중이 필요하다면 나는 요리를 하는거라고 말할 수 있다.

색감이 다양하고, 형태의 변화도 다양하고, 여러가지 다양한 도구들과 야채의 맛과 질감, 소리들이 참 좋다.


중학교때 학원에서 늦게 돌아 와 배가 너무 고팠었다. 그때는 뒤돌아서면 배고프던 그 시절이었다. 그러면 라면 먹을테니깐 물만 올려놔줘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 안돼지! 엄마가 얼른 밥 해줄께! 라며 뚝딱뚝딱 주방에서 여러가지 소리들이 섞여 들렸다. 나의 호시절 중학교땐 부모님께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짜증을 내도 온갖 비위를 다 맞춰주시던 그 시절. 지금은 혼나면 민망하고, 비위가 이제 내가 부모님께 맞춰주는 때가 흘러왔다.

그렇게 늦은 시간 밥상머리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면 엄마의 뒷모습은 바빴다.

뚝딱뚝딱!! 딱딱!! 쉐쉐쉐!  자르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냉장고 여는 소리, 끊음에 냄비가 철렁철렁 거리는 소리.

그때 처음으로 먹어 본 양푼으로 갓 지은 쌀밥은 너무 맛있어서 지금도 그 맛이 기억난다. 나는 밥만 떠 먹어도 이렇게 맛있구나!! 이 달달함 뭘까? 반찬이 필요없을만큼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한입두입하는데 호호 불어가며 먹는 그 따뜻하게 김 올라오는 흰쌀밥이 나는 이 가을 끝자락이되면 생각이 난다.


혼자 자취생활을 할 적에 전기밥솥에 밥을 한번 하면 최대 2주까지 가 본적이 있다. 하얀던 밥이 노랗게 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약속이 생기거나, 일이 늦게 마쳤거나, 여러가지 상황들로 집에서 꾸준하게 밥을 먹는 일은 힘들다.

어릴적에 집에 전자레인지 없이 자란 나는 전자레인지의 유용하고 다양한 혜택을 잘 모르고, 습관이 되있지 않아서인지 전자레인지로 돌리는 일보다 냄비에 데우거나, 쪄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든다. 어릴적 학습이나 환경은 중요하다. 3-5분이면 가능한 일을 나는 10-20분을 더 써야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자취생활하면서 간편형으로 된 쌀밥을 한번도 사먹어 본 적이 없다. 간편하게 라면은 많이 끊여먹어 보았지만 말이다.


전기밥솥 딱딱한 밥을 보고 있노라면 내 처지인 것만 같아 밥솥에 밥을 점점 해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생각난게 냄비밥 양은 냄비를 하나 사다가 냄비밥을 해먹는데, 제대로 신고식을 치뤘다. 그 냄비는 어떻게 씻을 수도 없이 무지개를 건넜다. 그렇게 참혹한 일을 경험하고, 또 다시 도전을 했다. 이번엔 밥이 설익거나, 물이 너무 많아 죽이되거나, 물이 적어 밥이 너무 고두밥이 되거나, 밥이 우연치 않게 잘 된 날도 있었지만, 이렇게 하루 잘 됐다고 다음에도 잘 될 거야라는 보장이 없었다. 죽이 되면 물을 더 넣어 죽으로 끊여먹고, 고두밥이 되면 라면에 말아먹으면 맛있다라는 것도 배우고, 밥이 잘 된 날이면 엄마한테 맘껏 자랑도 해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종종 냄비밥 솥밥등 갓 지은 밥을 잘 해먹는다.

흐르는 물과 쌀이 맞닿아 손으로 문지르며 쌀을 씻는 소리와 가스불이 확하고 점화되는 소리, 보글보글 끊으며 냄비뚜껑으로 꽉 찬 거품들이 금방이라도 넘칠듯 보글보글 거리며 냄비뚜껑을 들쑤신다. 그러면 냄비뚜껑은 거품이 얼마 성화인지 냄비뚜껑이 들썩인다. 그렇게 불을 줄이면 잠잠하고 고요하게 밥이 지어간다.

밥숱가락에 큼지막하게 한술 떠 호호 불어 가면 먹는 윤기 흐르는 첫 맛은 참 따뜻하다.

시간과 정성을 들린만큼 그 가치와 그 대상은 매우 단단하고 소중한 것 같다. 쌀밥뿐만 아니라 모든 일과 인간관계에서도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냄비밥 짓기>


1. 쌀 200ml 기준 컵에 3컵을 준비한다.

2. 쌀을 씻고 15-20분정도 불린다. 겨울엔 30분정도 불리면 좋다.

3. 물 양은 손등 기준으로 위의 그림만큼 넣어주면 좋다.

4. 센불로 뚜껑을 닫고 10분을 끊여주고

5. 약불로 뚜껑을 닫고 15분 중간불로 5분을 끊여주고

6. 불을 끄고 뚜껑은 닫은 상태로 10분정도 두며 뜸을 들여준다.

6번이 제일 중요하다. 이 때만 잘 해주면 밥아랫부분이 누룽지도 만들어지니 이 시간을 잘 견디면 밥도 먹고, 누룽지도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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