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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자기계발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

by durante

2023년 3월 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을 읽고 나는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다.


"의외, 역설, 기발, 설마 등의 감탄을 저절로 나오게 하는 최고의 책을 만나다"


월가 투자자로서 철학 에세이스트로 알려진 탈레브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예측한 사람으로 유명한데 한국에서는 그의 책을 읽은 지인을 만나기 어려워 관련 소통을 한 적이 별로 없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이 내용이 가물가물해지고 있던 2025년 9월 어느 날, 중국에서 한 지인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겠다면서 보내준 여러 장의 도서목록 사진 중 탈레브의 <블랙 스완>을 포함한 몇 권의 경영 및 철학 관련 도서 등이 나와 읽을거리 관심이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는 마치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놀란 적이 있는데, 그가 반드시 시청해 보라고 추가로 권유한 동영상이 있었다. 내겐 이름이 생소한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라는 사람의 3시간 분량의 담화 영상이었다(44 Harsh Truths About The Game Of Life - Naval Ravikant (4K)). 성공한 투자자에게 '행복'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 이 영상 덕분에 이 책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책 소개글에 의하면, "나발 라비칸트는 스타트업과 엔젤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회사 엔젤리스트(AngelList)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 배스트닷컴(Vast.com) 창업자이자 회장. 트위터(현 X), 우버(Uber), 야머(Yammer), 포스트메이츠(Postmates) 등 1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해 성공한 엔젤투자자이기도 하다. 주당 4시간만 일하면서도 억만장자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기존 관념에 도전하는 깊은 사고와 통찰력으로 ‘엔젤 철학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1974년 인도 출생으로 10세 때 미국 뉴욕시로 이주했다. 다트머스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20대 때 이미 에피니언스(Epinions), 어거스트 캐피털(August Capital), 베스트닷컴 등을 창업했다. 투자 인사이트, 부의 창출, 행복, 성공에 관해 심오하고도 실용적인 통찰력과 지혜를 X(트위터), 블로그, 팟캐스트 등에서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은 그 10년간의 어록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발이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라 그의 허락하에 비즈니스 블로거이자 기업가인 에릭 조겐슨(Eric Jorgenson)이 쓴 나발의 '어록'이어서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그의 책이 출간되기 전에 어느 정도 그의 탁월한 생각을 엿보는 재미는 쏠쏠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인 팀 패리스(Tim Ferriss)가 왜 "당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책"이라 했는지, <돈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이 그의 <불변의 법칙>에서 인용한 나발의 말을 더 이해해 보고 싶어졌다.


"독특하지만 훌륭한 특성을 가진 사람은
독특하지만 훌륭하지 않은 특성도 가지고 있다."
(<불변의 법칙> 4장)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부'와 '행복'에 대한 그의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부에 대하여]

부는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올바른 방향이 세워져야 한다. 이는 몽테뉴(Montaigne)의 말로 잘못 알려진 "어느 곳을 향해서 배를 저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1.

"돈이나 지위가 아닌 부를 추구하라"(21p)


이건 무슨 뜻일까? 돈과 지위를 추구하면 당연히 부는 따라오는 게 아닌가? 저자는 "돈은 시간과 부를 전달하는 방법일 뿐이며, 지위는 계층에서 당신의 위치를 나타내주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한다.


2.

"반복되는 사업에 투자하라."(22p)


부든 관계든 지식이든 얻는 모든 수익은 복리에서 비롯된다. 일시적으로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그게 일시적인 이유로 우리는 또 다른 기회를 찾기 위해 분주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복리는 시스템적 구조를 만드는 일종의 지렛대다.

반복된 수익 구조, 이를 테면 Amazon 같은 Platform Business의 경우라면 초기 투자비로 이익이 적거나 손실이 있을 수 있으나 반복적 거래를 통해 그 수익은 복리로 나타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탈레브가 <블랙 스완>에서 강조한 "자기 증식성"(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과 자산 그 이상의 의미)과 같은 말일 것이다. 직장인 같은 일반인의 경우에는 수익모델이 있는 블로그나 Youtube 같은 구조가 될 것 같다.


3.

비즈니스 파트너의 요건은 높은 지능, 에너지, 무엇보다 성실성을 갖추어야 한다.(22p)


나발은 다소 멋있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지능은 중요하지 않다, 에너지와 성실성이 중요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능, 에너지도 중요한데 성실성이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하는 것이다.

원전을 확인해야겠지만. 이 성실성은 아마 sincerity이기보다는 나는 Integrity라고 생각한다.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잘 지키며, 타인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고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성실성이라면, 이에 정직과 도덕적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의미가 가미된 Integrity(윤리적 완전성)가 중요함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학습의 범위에 미시경제학, 게임이론, 수학, 컴퓨터 외에 심리학, 설득력, 윤리학이 제시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4.

"당신 자신을 상품화하라."(26p)


아마 자신의 브랜드를 갖추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저자는 당신 자신에서 책임감을, 상품화에서 특화된 지식이란 의미를 설명한다. 이런 지식을 배울 책 중 하나로 로버드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저자가 추천함에 매우 반갑다.

나는 당신 자신에서 차별성을, 상품화에서 역량을 강조하고 싶다. 종합해서 말하면, 나를 타인과 구별 짓는 역량을 배양해서 차별화하면 상품화되는 것일 것이다. 이럴 경우 결국 저자가 말하는 '경쟁에서 탈피'도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경쟁할 수 없는 사람으로 예시된 조 로건(Joe Rogan). 미국에서 최고 팟캐스트를 구가하는 보수 성향 인물로, 2024년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잘 알려 있다. 그가 경쟁에서 탈피할 수 있는 상품화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서 더 살펴보기로 했다.

조 로건은 2019년 354억 원을 벌어들이며 포브스 선정 최고의 팟캐스터로 선정되었고, 팟캐스트 ‘조 로건 체험(The Joe Rogan Experience)’을 통해 청년남성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끌어내 트럼프가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트럼프 당선 주역 팟캐스터 조 로건의 좌충우돌 < 세계 < 기사본문 - 주간조선) 이 팟캐스트에서 나눈 로건과 트럼프의 3시간 인터뷰는 5,000만 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하니 거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나 다름없다. 그는 어떻게 이런 영향력을 가진 팟캐스터가 되었을까? 1967년생인 로건은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이혼하면서 결손가정에서 성장한다. 8세 때는 계부와 대마초도 피운다. 고난의 연속이다.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가라데와 태권도 같은 무술을 연마했고, 19세인 1988년에 친구의 권유로 코미디에 입문한 것이 성공의 출발인 듯하다. 그는 자신의 팟캐스트가 “멍청한 새끼(silly bitch)인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을 남들에게 소개하는 통로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팟캐스트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각종 비속어와 험담을 섞어가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털어놓으며 힘들게 사는 청년 남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려 한다. 그런데 이것만이 그가 경쟁에서 탈피하는 상품이 된 것일까? 더 이상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 그의 방송을 한번 시청해 보기로 한다. 찾아보니 조회수 6,016만 회를 기록 중인 트럼프와의 3시간 분량의 그 방송이다.(Joe Rogan Experience #2219 - Donald Trump)

내가 내린 결론. 로건은 정치적 옳고 그름보다 솔직한 자기표현을 지속한다.

그가 자주 하는 말 :

“Discipline equals freedom.
(훈련이 자유를 만든다.)”


2020년, 조 로건은 Spotify 독점 계약금 약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 원)로 팟캐스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내면 통제, 꾸준한 시도 및 열린 호기심이 결국 ‘브랜드’를 만들었다. 좀 더 연구해 볼 인물이다.


5.

"기초가 핵심이다."(37p)


나발은 기본적인 산술과 수리능력, 평범한 영어로 의사소통할 능력, 설득력 있게 말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6.

"은퇴란 환상적인 내일을 꿈꾸느라 오늘을 희생하는 일을 멈추는 것이다"(73p)


은퇴 생활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7.

"자유가 최고의 가치다"(77p)


나발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로부터의 자유, 나 자신의 감정이나 평화를 방해 수 있는 것들로부터의 자유(내면의 자유)를 중요시한다. 즉, 적극적 자유(~할 자유)보다 소극적 자유(~를 하지 않을 자유)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에 있어 적극적은 소극적 보다 우위에 있지만, 자유에 있어서만은 다르다는 것을 나도 생각한 적이 있다. 하기 싫어하면서 해야만 하는 상황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니?" 이런 말을 모두 들은 적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8.

"운명을 확률에 맞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81p)


어느 분야든지 능숙해지면 행운이 찾아올 때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9.

"인내심을 가져라"(85p)


무엇이든 전력을 다하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다. GRIT으로부터 내가 배운 것은 "끈기 있는 열정"이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표현,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스콧 애덤스(Scott Adams)만 제외하고.


10.

"지혜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를 아는 것'인데, 외부 문제에 적용되는 지혜가 판단력이다"(90p)


나발은 어린아이에게도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의사소통의 기본 원칙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리처드 파인먼이 어려운 물리학을 명료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를 참조할 필요가 있겠다.

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지혜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많은 성찰을 해 왔다. 지식이 진리의 인식 문제라면 지혜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할 때, 나발은 예상된 결과에 따라 행위의 옳음을 판단하는 측면이라고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에 가까워 보인다. 지혜에 대한 철학 및 문학적 의미 측면에서 다음 기회에 별도로 정리해 보기로 한다.


11.

"사물을 있는 그대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다"(92p)


우리는 회사가 잘 안 되는 징후가 있는데도 잘 나간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진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12.


"의사결정기술을 배워라"(98p)


나발은 경험에 따라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지 말고,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중요한 결정을 위해서는 기억이나 미리 알고 있는 정의를 버리고 그 문제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편견은 무엇이고, 어떻게 습득되며,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든 올포트(Gordon Willard Allport)의 책 <편견>은 이 궁금증에 대하여 어느 정도 해소를 해줄 수 있다.


나발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셰인 패리시(Shane Parrish)의 블로그 파남 스트리트(Farnam Street)를 추천한다. 셰인은 월스트리트가 가장 신뢰하는 의사결정 및 스마트 싱킹 전문가로 2024년 출간된 그의 책 <클리어 싱킹>을 읽어봐야겠다.


13.

"훌륭한 멘탈 모델을 가져라"(101p)


저자는 진화, 게임이론과 워런버핏의 파트너였던 찰리 멍거(Charle Munger)와 나심 텔레브, 벤저민 프랭클린을 추천한다. 워런 버핏의 오른팔이자 버크셔 헤서웨이의 부회장을 역임한 찰리 멍거는 유일한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남겼는데 전 세계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14.

"그 일을 끝내고 싶으면 직접 가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보내라"
“If you want it done, go yourself; if not, send a man.”(104p)
-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 -


나발은 대리인은 주인의식이 적기 때문에 그들이 창출하는 가치에 정확한 가치를 매기고 보상을 하여 주인답게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주인(Principal)이 대리인(Agent)에게 권한을 위임할 때, 정보의 비대칭이해상충으로 인해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15.

"어려운 결정 앞에 생각이 양분되면, 단기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하라"(108p)


이 조언은 이해는 되지만 선뜻 실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똑같은 데 굳이 어려운 길을? 나발은 우리의 두뇌가 갈등을 피하고자 단기적 고통을 밀어내려 한다고 하며(진화심리학적 주장으로 보인다) 복리의 법칙에 따라 장기적 이익을 선택해야 하므로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소통 전문가로 알려진 김창옥 교수의 유명한 영상이 있다. 요약하면, "좋은 것은 처음이 아니라 끝날 때 느낌이 좋은 것이다. 마치 인스턴트 음식과 운동의 비교와 같다"(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과 안되는 것 구분하는 방법 #shorts)


16.

"과학, 수학, 철학 책을 하루에 1시간만 읽으면 7년 안에 더 높은 성공 단계에 이르게 될 것"(109p)


나발은 좋은 책일수록 더 천천히 읽어서 완전히 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나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것 같아 잠시 뿌듯했다. 1970년대 한국에서는 한때 "속독학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나도 국민학교 시절 한 1년 정도 등원한 기억이 있다. 아마 빠르게 읽어서 많은 책을 볼 수 있는 습관을 들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못된 꼬임에 열성적인 학부모들이 빠져든 것으로 생각한다. 속독법을 배웠지만 나도 책 읽는 속도는 무척 느리다. 그리고 좋지 않은 두뇌 덕분에 일독 후 정리가 잘 안 되는 편이어서 마음에 드는 책은 반드시 재독 후 내 방식대로 정리하는 편인데 이 책 역시 그 방식을 따른 것이다.

또한 몇 년 전 존경하는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덕분으로 과학 및 수학 도서 몇 권을 접하고 있는데 이 또한 반갑다. 짐 홀트의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를 비롯하여 10여 권을 과학 및 수학 책을 구매하여 간간히 읽고 정리하는 맛이 매우 좋다.

이미 억만장자인 그가 밝히는 독서 애창론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희망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책을 읽지 않는다. 나는 하루에 1~2시간 책을 읽는데 이는 상위 0.00001% 안에 속한다고 한다.
물질적인 성공을 이루고 행복을 느끼는 단 하나의 이유는 독서다"(112p)



그리고, 해설서보다 원전을 먼저 읽으라는 나발의 조언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다. 칸트나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한 해설서는 원문보다 더 어렵고 동의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기 때문에.

여러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다는 습관에는 이해가 되지만, 끝까지 읽지 않는다는 것은 내 독서 습관과 달라 동의하기 어렵다.


[행복에 대하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부, 건강, 행복이다.
우리는 이 순서대로 추구하지만 사실 추구해야 할 순서는 그 반대다."(121p)


성공하지 않은 우리들이라 하더라도 보통 건강을 먼저 추구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지만, 행복보다 부를 먼저 추구하는 경향은 여전한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결과론적 의견이 아닐까?


17.

"행복은 고통을 겪지 않고, 욕심 내지 않고, 미래나 과거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을 포용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125p)


며칠 전 우연히 선데이즈 앳 티파니(Sundays at Tiffany's)라는 영화를 시청했다. 이렇게 훌륭한 영화가 왜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영화는 혼자 보는 것도 매우 좋다. 자연스럽고 흐뭇하게 웃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느끼게 해 준다.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임과 동시에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영화 속 기억할 만한 대사 :


"옳은 결정이 언제나 최선의 결정인건 아냐"



18.

"깨달음은 생각 사이의 공간이다"(130p)



에크하르트 톨레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라는 저서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즉 미래도 과거도 아닌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현재'를 강조하는데 우리는 내가 진정 누구인지를 깨닫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정말 "내가 누구인지 비로소 알게 해주는 책"이다.



19.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방 안에 가만히 머물러 있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138p)
- 파스칼, <팡세> -


라발은 30분 동안 조용히 앉아 있으면서 행복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 말한다. 행복은 평화의 창발성 특성(개별 요소에는 나타나지 않고 전체가 모이면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평화는 쉼 상태에 있는 행복이고, 행복은 움직이는 상태의 평화라고 한다. 그래서 내면의 평화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에 장애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질투심이다. 철학과 심리학은 질투 관련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질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자기 정체성의 불안과 관계된 것 같다. 그렇다면 질투가 없는 상태는 타인과의 관계문제를 비교할 대상이 없는 자신의 문제로 전환하는 경우, 자기 정체성의 불안 상태가 없는 자기 확신 상태인 경우에 해당한다. 상대성을 탈피하고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 등 질투/시기/불안 등에 대해서는 향후 별도 주제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20.

"행복도 습관이 될 수 있다."(142p)


나발은 '다섯 마리 침팬지 이론'을 소개하며, 가장 행복하고 낙관적인 사람들은 5명의 올바른 친구를 선택한다고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보면 이 '다섯 마리 침팬지 이론'이 소개되어 있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비어 있는 방에 침팬지 다섯 마리를 들여보낸다. 방 한복판에는 사다리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에는 바나나가 놓여 있다. 한 침팬지가 바나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먹기 위해 사다리로 기어오른다. 하지만 침팬지가 바나나에 다가가자마자 천장에서 찬물이 분출하여 침팬지를 떨어뜨린다. 다른 침팬지들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나나를 잡아보려고 한다. 모두가 찬물을 뒤집어쓰고 결국 바나나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한다.

그다음에는 천장에서 찬물이 분출하지 않게 해 놓고 물에 젖은 침팬지 한 마리를 다른 다른 침팬지로 대체한다. 새 침팬지가 들어오자마자 원래부터 있던 침팬지들은 사다리로 올라가는 것을 말린다. 저희 나름대로 새 침팬지가 찬물을 뒤집어쓰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새 침팬지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다른 침팬지들이 자기가 바나나를 먹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완력을 쓰기로 하고 자기를 제지하려는 침팬지들과 싸운다. 하지만 한 마리 대 네 마리의 싸움이라서 새 침팬지는 뭇매를 맞고 만다.

다시 물에 젖은 침팬지 한 마리를 새 침팬지로 대체한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앞서 교체되어 들어온 침팬지가 덤벼들어 그를 때린다. 그게 새로 들어온 자를 맞이하는 방식이라고 저 나름으로 이해한 것이다. 새 침팬지는 사다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겨를도 없었다. 말하자면 구타 행위는 이미 바나나와 무관해진 셈이다. 물을 뒤집어쓴 나머지 세 침팬지도 차례로 나가고 대신 물에 젖지 않은 침팬지들이 들어온다. 그때마다 새로 들어온 침팬지는 들어오자마자 매질을 당한다. 신고식은 갈수록 난폭해진다. 급기야는 여럿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새로 들어온 침팬지에게 뭇매를 놓는다. 여전히 바나나는 사다리 꼭대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다섯 마리 침팬지는 바나나를 잡으려다 물을 뒤집어쓴 적도 없으면서 그것에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뭇매를 맞을 새 침팬지가 어서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문을 살피는 것이다.

이 실험은 한 기업에서 나타나는 집단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침팬지인가, 인간인가? 아니 내가 침팬지일지도 모른다!


라발의 행복에 대한 의견은 전문적이거나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게 잘 와닿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철학자와 세계 문학 속에서 나타나는 행복에 대한 정의, 의미 등에 대해서 다음 기회에 별도로 정리할 숙제를 즐거이 받는다.


21.

"선택하지 않은 깨달음, 또는 판단하지 않는 깨달음이라 부르는 명상"


나발은 매일 한 시간씩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잡담하지 않고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으며 현재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훈련을 한다. 명상에 관심 있는 분은 오쇼 라즈니쉬 <위대한 도전 : 내면세계로의 탐험 여행>을 참조하자.


22.

"나는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는 정규 교육과정 및 직장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배워오지 않았던가... 대표적인 것이 1960년대 에드윈 로크(Edwin Locke)에 의해 정립된 목표 설정 이론(goal setting theory)이다. 피터 드러커가 1954년 저서 '경영의 실제'에서 고안한 MBO(Management by Objectives)의 핵심도 결국은 "목표 관리"이고, 최근에는 좀 더 도전적이고 혁신적 (Stretch goals)인 목표 설정을 강조한 OKR (Objectives and Key Results)까지 한국 경영 현장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발은 만화 딜버트(Dilbert)로 유명한 스콧 애덤스(Scott Adams)의 말로 부연한다.


"목표가 아니라 시스템을 구축하라"


스콧 애덤스의 저서 <더 시스템(THE SYSTEM)>의 핵심 내용은 바로 “패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승자는 시스템을 만든다”이다. 그러나 좀 더 읽어보면 목표 설정 자체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성공 요인을 물을 때 답하는 단지 목표 달성을 위한 '열정' 때문에 성공했다는 말도 그저 겸손한 표현일 뿐이다. 스콧 애덤스의 시스템은 목표설정이론에서의 핵심 성공 요인(Key Success Indicator)과 다르지 않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20kg 감량’은 목표지만 ‘올바른 식습관’은 스콧 애덤스의 '시스템'이고 목표관리이론의 '핵심 성공 요인'이기 때문이다.

나발의 말은 이렇게 변경되어야 한다.

"나는 목표만 수립하고 구체적인 행동 유형, 시스템, 핵심 성공 요인을 세우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목적(목표) 자체보다 과정이나 존재를 중시하는 사상이나 문학 작품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동양에서의 노자, 장자의 사상과 서양에서의 니체, 사르트르의 철학, 문학에서 헤르만 헤세 <데미안>, 앨버트 카뮈 <이방인>,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안톤 체호프 <세 자매> 등을 읽고 목적과 존재의 균형을 잡아보고 싶다.


23.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책을 읽어라"


나발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진화론의 해설서, 칸트나 니체 철학의 해설서, 국부론이나 자본론의 해설서는 많이 읽으면서 그 원전을 읽지 않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원전이 많이 있지만 나발의 제안처럼 적어도 다윈 <종의 기원>. 칸트 3대 비판서, 니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마르크스 <자본론>을 먼저 읽어보도록 하자.


24.

"인생의 의미와 목적은 스스로 찾아야 하므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나발은 우리 자신이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우리가 만들어 낸 삶의 의미가 된다고 말한다.

나의 삶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1) "나는 일하지 않을 때 어떤 것에 하고 있는가?"

2) "내가 하는 그 어떤 것이 나에게 즐거움, 행복을 주는 것은 어떤 일인가?"

3) "아무 이유 없이 하고 싶은 특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발의 의견에 따를 경우,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1) 독서, 영화, Youtube 강의 듣기 2) 뭔가 나에게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주는 것 3) 글쓰기이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의 목적은 "독서, 영화, Youtube 강의 듣기 등을 통해 자신에게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듣고 깨달아 나의 글쓰기를 통해 타인들과 공감적 소통을 하는 것"이 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도록 안내해 준 그에게 약간이나마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찰리 멍거(Charles Munger)의 유일한 저서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버핏과 멍거


[더 읽을 도서]

1. 로버드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2.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

3. 리처드 파인먼,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4. 고든 올포트, <편견>

5. 셰인 패리시, <클리어 싱킹>

6. 찰리 멍거, <가난한 찰리의 연감>

7. 짐 홀트,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8.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9.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0. 스콧 애덤스, <더 시스템(THE SYSTEM)>

11. 매트 리들리, <이성적 낙관주의자>

12. 루이스 캐럴 엡스타인, <재미있는 물리여행>

13.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14. 크리슈나무르티, <완전한 자유>

15. 팀 패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16. 노자, <도덕경>


2025년 10월 12일 김포공항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하여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완독 하고, 10월 15일 션전(深川)에서 정리를 시작하여 10월 21일까지 상하이(上海)에서 정리를 완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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