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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the Smart City Jun 30. 2022

콜롬비아 보고타 ‘Bogota Change’

최악의 도시에서 행복의 도시로 변신하다

최악의 도시에서 행복의 도시로 변신하다 - 콜롬비아 보고타 ‘Bogota Change’


20세기말의 콜롬비아 보고타는 국내외에서 ‘살아있는 지옥’이라고 불리우던 곳이었다. 수십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인하여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난민들, 내전의 상흔이 여전한 가운데 자행되는 수류탄 투척 테러, 극심한 빈부격차, 부패한 관료들, 최악의 교통, 보건과 위생, 치안 등은 보고타를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전세계에서 ‘최악의 도시’로 손꼽히던 보고타가 현재에는 전세계 스마트 교통의 시발점이자 벤치마킹 대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로 놀라운 변신을 했다. 과연 이 드라마틱한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발전과 변화는 물질적인 풍요의 바탕 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상상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부르짖는 것이 ‘경제 성장'이다. 그러나 1997년 보고타시의 시장으로 당선된 Enrique Penalosa는 문제의 해결을 물질적 관점이 아닌 심리정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보고타시의 기존 정치인들이 외치던 ‘미국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 구호를 비난했다. 그가 들고나온 것은 ‘보고타 시민을 더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구호였다. 그는 도시를 시민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았고, 이 도구를 통해 도시에서의 삶을 재창조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가 꿈꾼 도시에서의 재창조된 삶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새가 하늘을 날 듯 도시를 걸어서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도시의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또한 도시의 삶에서 자연과의 접촉을 필요로 합니다. 대다수의 우리는 도시 생활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도시 생활에 있어 일종의 평등함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전에 Enrique Penalosa 시장은 스마트 시티가 지향하는 최종지점을 명확하게 짚어 설명했다. 그는 시민의 행복이 한정된 자원 속에서 도시 생활의 존엄성을 되찾는 것에서 오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민들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범죄나 마약 소탕이 아닌 ‘훌륭하게 조성된 공공장소’였다. 잘 조성된 공공장소는 일반적인 물건에서 얻는 만족감과 달리 지속적이며 풍부한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는 공공장소를 되찾기 위해 가장 먼저 ‘자동차와의 싸움’을 시작하였다. 이 싸움이 스마트교통의 시발점이 된다. 


당시의 보고타시는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도로뿐만 아니라 보도, 공원 등의 공공장소가 수많은 자동차들에 의해 점유되고 있었다. Enrique Penalosa 시장은 도시는 사람 또는 차, 둘 중 하나하고만 친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에 고속도로 확충과 같은 장대한 자동차 친화적인 교통 계획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그가 예산을 투입한 것은 자전거길, 광장, 공원, 도서관, 학교, 버스 고속수송체제 등이었다. 그는 또한 자동차 이용을 줄일 수 있도록 가스비 인상, 주3회 이상 차로 출퇴근 금지 등을 추진했다. 


여러 난관을 거쳐 보고타시에 현재의 스마트교통에 해당하는 교통 형태와 체계가 구현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어느 일요일, 보고타시에 차가 없는 날을 선포되었다. 이 특별한 날 사람들은 보고타시에서 걷고 이야기 나누고 쉬고 놀면서 도시민의 존엄성을 온전히 누리는 경험을 하였다. 이 행사는 ‘Ciclovia’라는 이름으로 2018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의외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뉴욕, 광저우와 같은 도시에서 만들어진 버스를 이용한 고속수송체제(BRT: Bus Rapid Transit)를 처음으로 계획하고 만든 곳이 콜롬비아의 보고타시다. 또한 수백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길을 만든 최초의 도시들 중 하나도 이곳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가 스마트시티 노하우를 수출하는 중남미 대상국 중 하나로 콜롬비아가 언급되었기에 막연히 콜롬비아를 모든 면에서 낙후된 곳으로 상상할 수 있지만, 사실 콜롬비아의 보고타시는 스마트교통에 있어서는 이미 상당한 선진국이다. 2005년 이후 약 200여개 국가의 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교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했을 정도다. 


위에 언급한 Ciclovia라는 행사는 뉴욕시도 벤치마킹하여 시행하고 있다. 뉴욕시는 세 번의 연속된 토요일을 묶어 브루클린 다리와 센트럴 파크를 잇는 약 11km의 길을 차가 없는 날로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 대도시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가 2050년까지도 계속 될 것이라는 UN의 예측이 나온 가운데 만약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방지책을 세워두지 않는다면 약 20여년 전의 보고타시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보고타시는 도시의 문제 해결 지점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도시와 도로 등을 확충하는 데 두지 않았고, 심리정신적인 관점에서 해결을 하려고 했고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안겨준다. 자본과 기술만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문제 해결의 열쇠가 아니라는 점,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성숙되지 않은 곳에서도 올바른 철학을 가진 리더가 있다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Enrique Penalosa 시장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만들었고 거대한 열정을 갖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스마트 시티'의 개념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대에 ‘스마트시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그의 선구자적 정신은 인본주의적 철학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보고타시가 행복한 도시로 변화를 시작한 시점에서 약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스마트시티의 뿌리는 동일하다. ICT기술 적용, 환경 보호의 필요성 증대 등을 운운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사람이 행복한 도시' - 이것이 스마트시티를 만들어야 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참고자료

Happy City: Transforming Our Lives Through Urban Design


https://www.smartcitiesdive.com/ex/sustainablecitiescollective/how-bogot-inspired-sustainable-cities-across-globe/3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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