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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 어른동화] 잠깐의 정류장(3화)

최적화의 시대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곁에 있고 싶어 한다.

by Alice in the Smart City

3화. 곁의 배정


절차가 끝나갈 때, AI가 나를 불렀다. 시스템 패널의 지표 하나가 조용히 변해 있었다.

'배우자 안정화 시간: 예측 2시간 → 실제 10분.'


사유 입력칸이 깜빡였다.


나는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이 움직이다가 멈췄다.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지연 허용 버퍼가 효과적이었다고? 체온 보존 베일이 슬픔을 단축시켰다고? 아니었다. 이것은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타자를 치다가 지웠다. '애도의 효율은 기다림의 비효율로부터 온다'는 문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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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 분리, 위생 포장, 셔틀 투입이 다시 진행되었다. 배우자는 베일을 품에 안은 채 고인을 지켜보았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얼굴은 평온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작별. 차갑지 않은 마지막 만짐. 그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도시는 아직 몰랐다.


AI가 다시 나를 불렀다.

"당신의 선택은 에너지와 슬롯 순환 측면에서 비효율입니다. 그러나 배우자 회복 지표는 개선되었습니다. 지연 허용 버퍼를 표준화할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표준화. 이 단어는 도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었다. 모든 것을 같은 크기로, 같은 속도로, 같은 방식으로. 그러나 슬픔은 표준화할 수 없었다. 기다림도, 곁도.

"표준화 대신 배정을 권고합니다."

"무엇을 배정합니까?"

"'곁'입니다. 레일, 냉장, 포장 같은 리소스 말고—사람이 곁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요."


AI가 프로토콜 검색을 시작했다. 긴 침묵이 흘렀다. 곁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단어 뜻만 나올 뿐, 배치 기준이 없었다. '곁'은 거리도 시간도 아니었다. 그저 '함께 있음'이었다. 이 AI 기반 첨단 도시는 아직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생활 로그를 한 줄 더 읽어주었다.

'일요일 오후 12시 03분—집 앞 정류장. 주일 미사 후 수요응답버스를 놓치고 5분 기다림.'


셔틀문이 닫히고 레일이 움직였다. 배우자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았다. 말 없

이.


사람은 서로의 곁에서 산다. 기다려 주는 시간, 함께 있어 주는 자리, 차갑지 않게 해 주는 작은 베일. 이것들이 사람을 살게 한다.


최적화 목록 맨 끝줄에 작은 문구가 덧붙었다. 도착까지의 공백—곁 배정 가능.

도시가 아주 조금, 사람을 닮아가는 소리였다.


굳이 이 장소(잠깐의 정류장)까지 와서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을 원하는 누군가가 또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 시간을 멈출 것이다. 체온 보존 베일을 덮을 것이다. 이름을 부를 것이다. 도시가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나는 계속해볼 것이다.


최적화의 시대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곁에 있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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