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논리보다, 곁이 필요하다는 것을
문이 열리기 전, 나는 고인의 몸에 체온 보존 베일을 덮었다. 이 베일은 의료 장치가 아니었다. 얇은 하이드로겔 막이 미세하게 온기를 불들어 주었다. 생명을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고인의 몸을 가족들이 만질 때 덜 차갑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주었다.
처음 이 베일을 쓰기로 했을 때, 동료들은 물었다. "왜 필요합니까? 어차피 차가워질 텐데."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일 사용 후, 첫 번째 가족이 고인의 손을 잡고 놀라지 않았을 때, 나는 알았다. 차가움과 덜 차가움 사이에는, 말할 수 없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이 베일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을 위한 것. 차가운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놀라도록. 마지막 작별이, 조금이라도 덜 낯설도록.
나는 고인의 손등에 내 손을 겹쳐 올렸다. 장갑을 벗어 살결을 맞댔다. 레일이 멈춰선 칸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정류장을 만들었다. 베일 너머로 미세한 온기가 전해졌다. 이미 식어가는 온기였지만, 완전히 차갑지는 않았다.
문이 열렸다. 고인의 배우자가 뛰어 들어왔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차갑지 않은 촉감, 베일 위로 비치는 얕은 광택, 그리고 화면 속에 흐르는 생활 로그. "금요일 17:03—집 앞 정류장, 1분 대기." 작은 글자가 고요를 흔들었다. 배우자의 어깨가 조금 흔들렸다.
AI가 무언가 말하려 하는 듯했지만, 나는 손짓으로 멈추고 말했다.
"셔틀로 바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도착해서 마지막 인사를 하실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배우자는 고인의 볼에 입을 댔다. "아직....따뜻하네..." 눈물이 베일 위에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 쪽으로 고개를 들어,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또 한 번 아주 작게 고맙다고 말했다.
사람에게는 논리보다, 곁이 필요하다는 것을. 죽음 앞 이별에 있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온기와 함께 있어 줄 자리라는 것을.
베일을 벗길 시간이 되었다. 나는 베일을 조심스럽게 접어서 배우자에게 건넸다.
"세탁하면 담요가 됩니다."
배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일을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