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의미를 가져오겠습니다."
"예정 슬롯 초과. 냉장 셔틀로 이송합니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지연 허용 버퍼 20분, 신청합니다."
도시의 지하 5층, 순환장 7호. 이곳에서 죽음은 물류였다. 고인의 신체가 도심 전용 레일을 타고 도착하면, 상단 패널에 냉정한 순서가 떴다. 신원 확인, 장치 분리, 위생 포장, 냉장 셔틀 투입. 모든 것이 정확했고, 모든 것이 빨랐다. 도시가 죽음을 스마트 기술로 다루게 된 뒤로, 애도는 매끈해졌다.
AI 장례 관리자가 긴 목록을 펼쳤다. 에너지 낭비 추정치, 냉장 체인 교란 지수, 다음 운송편 지연 비용. 그리고 마지막 줄—가족 도착 예정: 19분 후.
AI 장례 관리자가 말했다.
"정책상 10분 초과 지연은 의미 없음으로 분류됩니다."
"오늘은 제가 의미를 가져오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이 일을 오래 했다. 처음엔 나도 시스템을 따랐다. 시간표대로, 절차대로. 효율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노인이 냉장 셔틀에 실려가기 직전, 어린 손자가 도착했다. 아이는 할머니의 손을 만지고는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 손이 너무 차가워요." 그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매끈함이 모든 것을 낫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AI가 다시 제안했다. "원격 작별 영상 연결 권고."
나는 거절 버튼을 눌렀다.
천장 레일의 다른 운송함들이 규칙적으로 지나갔다. 모두가 제 시간을 지켰다. 나만이 이 하나의 칸을 멈춰 세웠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잠깐의 정류장.
레일이 서 있는 동안, 나는 고인의 생활 로그를 호출했다. 생전 동의한 시민 데이터—출퇴근 경로, 수요응답버스 환승 시간, 즐겨듣던 노래 재생 기록. 화면을 단말기에 띄워 작은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월요일 9시 42분, 미아사거리 환승. 화요일 14시 11분, 편의점 영수증… 우유, 햄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
AI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낭독은 장례 절차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읽겠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이 질문을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사람은 기록으로도 살지만, 누군가 그 기록을 읽어줄 때 비로소 다시 숨 쉰다는 것을. 월요일의 환승, 화요일의 우유. 이것이 한 사람의 생이었다.
고인의 가족이 도착했다는 신호로 저 문이 열리기까지 나는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고인의 생활 로그를 읽었다. 고인의 이름 부르기도 사실 절차엔 없었다. 하지만 어떤 도시도 사람의 이름을 완전히 삭제하지는 못한다. 최소한, 여기서는.
19분이 지났다.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