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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the Smart City Jun 30. 2022

미국 CITE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스마트시티 실험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스마트시티 실험실 - 미국 CITE


네바다 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차의 시범운영을 허락한 곳으로 2017년 말부터 라스베가스에서 자율주행 무인셔틀의 운행이 시작되었다. 최대 8명까지 탑승가능한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어느새 일상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스마트시티로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라스베가스에서 멀지 않은 곳인 뉴 멕시코 주에서는 단순히 사람이 없는 셔틀을 넘어서 도시 전체에 거주자가 존재하지 않는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이름은 ‘CITE’.


미국의 페가수스 글로벌 홀딩스(Pegasus Global Holdings)사가 뉴멕시코주 사막에 세우기로 계획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CITE는 ‘Center for Innovation Testing and Evaluation(혁신, 시험, 평가를 위한 센터)’의 첫자를 땄다. 이 스마트시티는 3만 5천명이 거주할 수 있는 24제곱 킬로미터의 규모로 미국 내 실제 중소도시와 동일한 모습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거주자를 두지 않음으로써 정부와 기업들이 사람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 없이 첨단 기술과 서비스 테스트를 마음껏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스마트시티의 목적이다.


이러한 CITE는 4가지의 요소들로 구성된다.      

      CITY LAB: CITE의 핵심지역으로 약 1.6제곱 킬로미터 규모. 실물 크기의 실제 기능을 수행하는 테스트 시티. 현대적인 중소도시의 모습으로 만들어지며,  도시-교외-지방의 형태를 갖추고, 각각에 상응하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춤. 연구자들이 전체 시스템을 대상으로 모의실험하고 실험으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집합 데이터 제공. CITE는 계속해서 변형해나가는 도시로 CITY LAB이 이를 반영(예: 빌딩과 같은 도시 내 개별 요소들이 추가되거나 수정되며, 구역도 확장되거나 축소되고, 새 구역이 추가).     

             - 도시 공간(고층 건물 등)

             - 교외 공간(도시와 지방의 중간 형태, 거주지)

             - 지방 공간(거주지, 농장, 목장)

             - 확장을 위한 개방적인 공간, 분리된 실험이 가능한 공간

             - 주와 다른 주 사이의/도시의/지방의 도로 시스템

             - 유비쿼터스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인프라스트럭쳐

   

      FIELD LAB DISTRICT:  CITY LAB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며, CITE 전역의 여러 시설들에 들어서는 실험실. 산업군별로 구역이 구분되며 대표적인 구역은 다음과 같음.    


      에너지 구역: 바이오에너지, 태양열, 풍력, 지열, 오일과 가스    


      물 구역: 바이오복원, 담수화    


      농업 구역: 식재료, 곡물 생산, 유전학 공장, 가뭄저항지역    


      개발 구역: 국제 도시, 보안, 공기 질, 노후화된 인프라스트럭쳐    


      BACKBONE: CITE의 뇌이자 신경계. CITE 전역의 시설들을 지하에서 연결시키는 차별화된 운영&유지 시스템. 데이터, 에너지, 워터 그리드 포함. BACKBONE HUB는 네트워크 운영 센터와, 데이터 센터, 연구개발실험시설들을 포함. BACKBONE의 명령 센터임. 모든 구역과 건물, 연구 활동들을 하나의 기능으로 묶는 역할 수행.     


      RESEARCH CAMPUS: 협력 혁신의 센터. 행정/연구/미팅의 중심지역. 모듈러 실험실, 무균실, 컨퍼런스 장소, 미팅 장소, 연구실, 캠퍼스 행정실 등을 모두 갖춤. 연구팀에게는 CITE의 시설들을 활용할 수 있는 임시 베이스가 됨. 또한 CITE의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스트럭쳐와 연구 지향점에 매료된 산업군에게는 영구적인 베이스가 됨. 도시 내 실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FIELD LAB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진 입지에 설립.    


CITE의 구성요소들을 보면 상당히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페가수스 글로벌 홀딩스는 CITE가 건립된 후에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수준의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체, 다른 나라의 정부 등 전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도시가 가진 차별점-무인도시-이 과연 강점으로만 작용할 지는 모르겠다. 스마트시티에 도입되는 모든 기술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 적용되는 것인데,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 과연 이 목적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을 위태롭게 하지 않기 위해 도시는 만들되 거주자를 두지 않는다’는 CITE의 컨셉은 과연 최선의 연구환경을 제공할 것인가? 사람을 고려하는 이상 실험에는 분명 큰 제한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 제한을 극복하거나 혹은 결국 수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스마트시티를 한층 더 성숙된 차원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해진다.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은 당장은 편할 수 있으나, 결과면에서는 반드시 축복이 아닐 수 있다. 모든 기술의 기술 자체의 발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알맹이(사람) 없는 껍질(기술)만으로 스마트시티의 발전을 연구하는 것은 한계를 없애려다가 자칫 더 큰 한계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최근의 기술 발전 과정을 보면 정부나 소수의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기술을 만들어 배포하면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을 참여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즉,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고 이를 다시 적용함으로써 기술이 시장에 나왔을 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CITE는 ‘그들만의 리그'로 머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주체인 페가수스 글로벌 홀딩스에 따르면, CITE 프로젝트는 한화 약 1,8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본래 2012년에 첫삽을 뜨기로 되어 있었으나 2013년 잠시 중단되었고, 이후 2015년 페가수스 글로벌 홀딩스가 프로젝트 내용을 새롭게 다듬는다고 한 후 2018년에 본격적인 시작을 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정을 외부에 밝히고 있지 않지만, 어쩌면 포르투갈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PlanIt처럼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여 거대한 꿈으로 남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스마트시티라고 명확히 정의된 곳은 아니지만 페이스북이 샌프란시스코에 짓고 있는 도시 ‘윌로우 캠퍼스(Willow Campus)’는 CITE 프로젝트와는 여러 면에서 비교할 만한 가치가 있다. 페이스북 직원들이 거주하기 위해 지어지는 이 곳은 12만 5000제곱미터 규모로 지어지며, 1,500가구의 아파트와 마트, 소매점, 사무공간으로 구성된다. 마을 혹은 하나의 작은 도시가 될 윌로우 캠퍼스는 2016년부터 페이스북이 이미 자체적으로 조성한 한화 약 213억원이 투입되며, 건설 시 필요한 노동력은 지역의 노동자들로부터 구한다. 도시가 만들어지는 절차와 결과에 이르기까지 지역 사회 구성원과의 협력,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조성되는 이 도시는 목표한 2023년까지 원만하게 지어질 것 같은 인상을 준다.


CITE 프로젝트는 거주자를 배제하기에 윌로우 캠퍼스와 달리 ‘사람 냄새'는 나지 않을 것 같다. 이제껏 주춤했던 CITE의 앞으로의 진행을 지켜보며, 과연 외딴 무인도와 같은 이 실험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 끝까지 보고 싶다.



*참고자료

http://www.cite-city.com/About_CITE_City/Main/Overview.html

https://en.wikipedia.org/wiki/The_Center,_New_Mexico

https://www.sportsseoulusa.com/articles/20180223185613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8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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