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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the Smart City Jun 30. 2022

포르투갈 PlanIT Valley

계획으로만 남은 거대한 꿈

계획으로만 남은 거대한 꿈 - 포르투갈 'PlanIT Valley’


포르투갈의 PlanIT Valley는 도시 전체를 통제하는 뇌(UOS: Urban Operating System)를 가진 그린스마트시티를 꿈꾸었다. 단편적인 기술들을 적용해놓은 도시가 아닌, 새로운 서비스들을 제공하거나 기존의 서비스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한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PlanIT Valley의 핵심이었다. 이 도시는 중국과 인도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던 수백개의 스마트시티에 UOS를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모델 도시’였다.


거대한 비전을 가진 PlanIT Valley의 청사진은 화려했다. 도시의 조성을 총괄하는 소프트웨어 회사 Living PlanIT와 그 파트너사 직원들 약 22만명 거주, 도시 전체가 실험실/혁신센터/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사용, 필수적인 스마트 기술이 깔려있는 조립식 블록을 기본 단위로 한 도시 기반 형성, 다변형의 플러그 앤 플레이(프린터 같은 주변 기기를 컴퓨터 본체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 방식으로 건물이 만들어지는 것이 청사진의 일부였다.   


포르투갈의 실리콘밸리를 꿈꾸었던 이 도시는 2011-2015년 사이 조성이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계획으로 남아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시티를 조성할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개념이 아닌,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PlanIT Valley는 이를 간과했다. 네덜란드 Open University의 Herman van den Bosch 교수는 PlanIT Valley의 마스터플랜이 심지어 계획이 완성 시점에서조차 극단적으로 모호하여 사업계획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PlanIT Valley을 이끄는  Living PlanIT의 Steve Lewis가 이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현실의 스마트시티의 사용자들을 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현재까지 이 회사가 지원받은 돈은 부티크 투자은행 한 곳이 빌려준 부지- 파레드스시(市)가 제공한 17제곱킬로미터의 황무지나 다름 없는 곳- 매입자금뿐이다. 도시 조성에 필요한 투자금 190억 달러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PlanIT Valley의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면서 파트너들 간의 협력도 와해되어갔다. 예를 들면, 마스터플랜과 UOS의 실현 가능성 입증 사이의 시간차가 벌어지면서 설계회사와 시공사 간에 갈등이 유발되었다. 아울러 돈을 빠른 시간 안에 회수하기를 원하는 파트너들은 모호한 시간을 견디는 것을  원치 않아하기에 팀에서 빠져나가는 선택을 하였다.


물론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많은 파트너들-글로벌 IT회사, 부동산 회사 등-을 하나의 팀으로 응집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스마트시티의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현실에서 파트너들과의 갈등을 방지하고 해결하는 것 또한 총괄사업주체의 몫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Amy Edmondson 교수가 자신의 책  <미래의 창조: 대담한 혁신을 위한 큰 협동(Building the Future: Big Teaming for Audacious Innovation)>에서 PlanIT Valley 마스터플랜을 큰 협동의 좋은 사례로 소개했다는 점은 계획 단계에서는 좋았던 팀웍이 실행 단계에서 와해되었음을 증명한다. 이상에 사로잡힌 PlanIT Valley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투자자와 파트너들을 떠나가게 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무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마케팅 매니저였던 Living PlanIT의 Steve Lewis는 UOS 컨셉을 적용할 마땅한 곳을 찾아 헤매던 중 자신과 뜻이 맞는 포르투갈 파레드스시(市)의 시장 Celso Ferreiro를 만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던 골프장을 부지로 제공 받았다. 그리고 PlanIT Valley는 중앙정부에 의해 ‘국가 관심 프로젝트(Project of National Interest)’에 지정되었다.


이렇듯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서였을까? 사업주체인 Living PlanIT는 위에서 끌어주는 힘에만 의존하고 아래에서 받쳐주는 힘의 소중함을 간과한다. Living PlanIT는 스마트시티를 만들면, 사람들이 저절로 들어와서 살 것이라는 구상을 했다. 특히 계획 단계에서부터 거주자들을  Living PlanIT와 그 파트너사들의 직원들로 규정했기에 포르투갈 시민의 참여와 협력을 더욱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여와 협력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낯선 장소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한편, UOS와 같이 도시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총괄관제센터는 2017년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몇몇 글로벌 IT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을 발표할 정도로 최첨단 기술이다. 이는 PlanIT Valley의 마스터 플랜이 세워질 당시의 UOS 개념이 그만큼 이상적이고 혁신적인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이상이 높을수록 이를 향한 발걸음은 작고 구체적이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시 전체를 통제하는 최첨단기술을 한번에 만들려고 하기에 앞서, 일상 속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위 기술들-가로등 불빛 조절, 첨단 CCTV 설치와 운영, 가정과 사무실 내 에너지 절약, 주차 문제 해결 등-을 연구하고 적용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시도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큰 해결책이 탄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Living PlanIT는 작은 단위의 액션이 갖는 원대한 중요성을 몰랐다.


도시는 인프라, 빌딩, 집 자체로서는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 움직여야 생명력을 갖는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기술이 수반되지만 그것은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기술은 그곳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자료

http://naver.me/59EyiwrV

http://smartcityhub.com/governance-economy/planit-valley-the-smartest-city-never-been-built/

https://blog.naver.com/kiyunyu2/220700875450

http://www.urenio.org/2015/01/26/smart-city-strategy-planlt-valley-portu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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