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카운슬링] 제품에 애칭 붙여주기
나는 가끔 스스로를 옷가게 직원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몇십 개씩 마주치는 제품들에 예쁜 옷을 입히는 역할. 소비재 시장이기에 비슷비슷 해보이는 제품들이 많지만 그 사이에서도 내 제품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옷 입히기 기술, 오늘은 '애칭 붙이기' 기술을 소개한다.
얼마 전 푸레시라는 팀을 만났다. 디어스엠이라는 회사였고 신소재 개발을 통해 신선 용기를 생산하는 브랜드다. 그들의 신선 용기는 특허기술을 갖고 있어 야채, 과일 등 남은 반찬을 보관했을 때 다른 제품들보다 훨씬 오래 보존기간과 신선도를 가져갈 수 있다.
사실 미팅 때부터 신선 용기라는 단어가 좀 헷갈렸다. 반찬통이라는 뜻인가...? 뷰티 프로젝트들만 디렉팅 하다가 카테고리를 확장하려 하니 고민이 많아 팀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재 프로님이 상세페이지(스토리)를 같이 보다가 이렇게 얘기했다. "신선 용기가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보존 기간이 길다면 3배 반찬통이라고 애칭을 붙여주는 건 어때요?"
그리고 스토리를 다시 잡았다. 보존기간이 3배라는 점을 어필했고 반찬통이라는 단어가 훨씬 직관적이었다. 해당 컨셉으로 광고 소재도 같이 잡았더니 광고 효율마저 좋았다.
3배 반찬통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use case도 숫자로 풀어주었다. 5일 먹으면 상해서 버려야 했던 토마토, 15일 동안 먹을 수 있다면? => 이런 식의 스토리 텔링이 제품의 효용가치를 극대화시켰다. 애칭 하나만 잘 잡아도 스토리텔링과 광고 소재 제작이 훨씬 쉬워진다.
애칭을 잘 붙여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또 다른 예로#순간쿠션을 소개하고 싶다. 이 제품의 장점은 수분 에센스가 90% 이상을 차지해 세수하고 스킨로션을 바르지 않고, 바로 이 쿠션을 발라도 된다는 점이었다.
순식간의 화장 완성, #순간쿠션이라는 애칭과 스토리라인이 잘 align 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마감 하루 전이니...많관부
제품명 자체를 애칭으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이 팀은 우리의 복잡한 클렌징 과정을 단순화시키는 세수한번이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클렌징 오일, 유화 과정, 또다시 클렌징 폼 순서를 반복하는 우리들에게 이 클렌저 하나면 이중세안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세 수한 번'입니다.라고 소개했던 팀이다. 제품 이름부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 번에 들어오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 제품의 애칭을 잘 잡으려면 다음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하나. 가장 강력한 USP 하나를 꼽는다.
둘. 해당 문장을 잘 표현하는, 또는 해당 문장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쭉 써본다.
셋. 제품의 속성과 결합시킨다.
넷. 줄임말도 좋다. (ex. 순식간에 화장을 완성하는 쿠션 = 순간쿠션)
애칭 잡기 기술의 전제조건은 결국 강력한 US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