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꼬마 팀장의 생존기
2023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바로 리더가 되었다는 것이다. 뷰티팀 꼬꼬마 막내에서 홈리빙팀 팀장이라니. 갑작스러운 신분 변화가 아직도 적응이 안 되지만 하루하루 이래저래 버텨나가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나는, 감사하게도 선택지가 있었다. 기존의 팀 체계에서 업무를 할 수 있던 선택지 하나, 카테고리는 변경하되 리더를 할 수 있는 선택지 하나. 여태껏 쌓아왔던 필모그래피가 있는데 새로운 분야를 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직은 막내에 좀 더 익숙한 나의 나이(물론 액면가는 그렇지 못하지만...)도 그렇고, 팀원들이 나를 리더로 받아들일까 하는 두려움들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들을 했던 것 같다.
선택은 항상 잔인한 게 선택해야만 배울 수 있다.
이번에는 뭘 배우게 될까, 두려움 반 설렘 반에서 내가 내린 결정은 '카테고리를 전환시키고 리더를 맡는 것'이었다. 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배경에는 팀원들의 영향이 컸다. 인생에서 좋은 팀원들을 만나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역량 있는 멤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판이 짜여졌고 리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는 게 바보라는 생각도 들었다.
파트장이 되고 가장 많이 질문받는 요즘 "프로님, 파트장은 뭐가 달라요?"
가장 많이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동기부여다. 개인으로 일할 때는 나 스스로의 동기부여만 챙기면 됐다. 이제는 나보다도 팀원들의 동기부여를 더 많이 고민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회사는 그냥 일하는 곳인데 개개인의 동기부여까지 챙겨야 하나요? 굳이 동기부여를 주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은 많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다. 회사가 사실 개개인의 동기부여까지 챙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성과가 언제 가장 high를 찍었는가를 돌아봤을 때 새로운 과제들이 많이 부여되었을 때, 그리고 충분한 보상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을 때인 것 같다. 해보지 않았던 도전들을 시도하고, 동료들과 스터디시간을 통해 성공감각이 몸에 붙는 걸 느끼고, 내 일이 너무 즐겁다고 느껴질 때. 바로 이때 그럭저럭 적절한 성과를 내는 것 이상의 탁월함을 갖췄던 것 같다.
동기부여, 보상...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회사와 회사의 조직원들은 연애관계 같다. 조직원들은 회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본인들의 역량을 최대로 보여주고 회사 역시 조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끔 합당한 보상과 즐거운 업무들을 뿌려줘야 한다.
나의 조직원들은 나라는 리더를, 그리고 회사를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는가. 또 회사에게 나의 조직원들은 매력적으로 보여지고 있는가. 회사와 조직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나. 예전에는 나의 매력어필만 하느라 바빴다면 이제는 양면을 모두 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규칙없음>에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재능이 뛰어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공짜 스시같은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과 환경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의욕을 불어넣어야 성과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나의 팀원들은 지금 즐거울까? 꾸준하게 영감을 받고 있는가? 잘하는 사람들이 더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배움이 필요할까? 즐거움과 동시에 적절한 보상들이 마련되고 있을까?
동기부여. 요즘 나의 고민들은 이렇게 한 단어로 대체된다.
나는 세상에서 피드백이 제일 어렵다. 부적절한 피드백들을 초년기에 많이 받았고 그 상처들 때문일까.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줄 때 어떤 내용을 어떤 모양새에 담아 어떻게 전달할지가 늘 고민이다.
팀원으로 일할 때는 그냥 나에게 오는 피드백들을 흡수해 버리면 됐다. 그게 더 내 적성에 맞다. 하지만 이제는 피드백을 줘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팔로업이 되지 않을 때, 혹은 탁월한 성과를 보였을 때 적재적소에 맞게 피드백을 줘야 하는데 나는 아직 한없이 부족하다.
피드백을 줄 때 가장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선의'다. 누군가는 피드백을 무기로 쓴다. "내가 너보다 잘났어"를 증명하기 위한 무기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지금 당신에게 주는 피드백이 나를 증명하기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한다. 진심으로 당신을 돕고 싶고, 선의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후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나의 피드백의 최종 목적은 팀원들의 의사결정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업무 특성상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을 해야 한다.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도 오롯이 나에게 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나의 의사결정 근육이 너무 약해져 있었다. 결정 하나에 근심이 담겼고 자신감 없는 모습들이 나의 영업스킬 하락으로도 이어져 있었다. 나의 팀원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내가 주는 모든 피드백들의 목적은 팀원들 개개인이 자신감을 갖고 본인들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맥락을 줘야 한다. 팀원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목표와 전략을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팀원들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공유하고 있는가? 아직도 어렵다.
우리 팀은 매출을 못하는 팀은 아니다. 잘한다. 하지만 탁월하게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적당히 잘하는 매출을 만들고 있다면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1번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있는가. 신나서 일할만큼 충분한 보상과 업무들이 주어지고 있는가. 나에겐 통제 가능한 영역이 있고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
내가 통제 가능한 선에서 우리가 즐겁게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어떤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까.
분명한 역할과 목표,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자신의 업무가 중요하다는 믿음,
그 업무가 팀에게도 중요하다는 믿음,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
나는 팀원들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는다. 직장은 어떤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중요한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팀원들이 전력을 다하기 위해, 위 세 가지 고민에 대한 답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찾아야겠지.
언젠가 우리 팀이 해체되어야 할 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꽤 만족스러운 답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글의 일부 문장들은 <규칙없음>,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