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이 정책을 이기다
콜라 한 캔이 국가 정책이 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MAHA, '국민을 건강하게 하자'는 구호와 함께
자신이 즐겨 마시는 콜라의 당 성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단순한 음료수가 국가 건강 정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MAHA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새로운 정책 구호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건강 버전으로, Make America Healthy Again -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어 미국을 더 강하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이 개념이 낯설지는 않다. MAGA가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구호를 계승했듯이, MAHA 역시 미셸 오바마의 Let’s Move(2010-2017) 캠페인과 연결된다. 당시에는 아동 비만과 생활 습관 운동을 강조했다면, 마하(2025-)는 가공식품, 만성질환, 그리고 환경문제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건강을 개인 차원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본 것이다.
MAHA가 흥미로운 이유는, 건강을 정책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국민이 매일 마주하는 음식에서 출발시켰다는 데 있다.
MAHA 발표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자신이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의 단맛 성분을 ‘고과당 콘시럽’에서 ‘사탕수수 설탕’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단순히 음료 한 캔의 성분을 교체하자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주목을 받았을까?
대통령이 콜라 캔을 흔들며 “이제 이 안의 당이 달라진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정책은 숫자와 통계로 설명되지만, 대중은 상징에 반응한다. 대통령은 콜라라는 아이콘을 통해, ‘나는 건강 문제를 직접 건드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나는 이것을 ‘단맛의 정치학’이라고 부른다.
코카콜라 역시 이 신호를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Real Sugar’라는 문구를 강조한 제품 라인을 내놓으며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소비자는 ‘조금 더 건강해졌다’는 인상을 받았고,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러나 성분 교체가 곧 건강 교체는 아니다. 그렇다면 당시럽이란 무엇이며, 설탕과 실제로 차이가 있을까?
당시럽은 말 그대로 액상의 당류다. 대표적인 것이 고과당 콘시럽(HFCS, High-Fructose Corn Syrup)이다. 옥수수 전분을 효소 처리해 일부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환한 것으로, 저렴하고 단맛이 강해 시리얼, 캔디, 잼, 드레싱, 소스 등 가공식품 전반에 널리 쓰인다.
반면 사탕수수 설탕(Cane sugar, Sucrose)은 ‘자연스럽다’는 이미지를 갖지만, 본질적으로는 똑같이 정제된 당류다. 신체 내 대사과정에서 HFCS와 실질적 차이가 거의 없으며, 건강 측면에서도 특별한 우위를 갖지 않는다.
콜라 한 병에는 설탕이든 HFCS든 약 11%의 당류가 들어 있다(자료). 500ml 기준으로 약 55g, 각설탕(한 개=2.65g)으로 환산하면 20개가 넘는 분량이다. 각설탕을 그대로 먹으라면 삼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액체 속에 녹아 있으면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마신다. 이것이 가공식품의 힘이자, 단맛의 함정이다.
원료가 무엇으로 바뀌든, 콜라는 여전히 달다.
즉 문제는 성분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섭취하느냐’다. 미국 성인 비만율은 약 40.3%(CDC, 2021-2023). 길거리에서 만나는 10명 중 4명이 비만이라는 뜻이다. 비만은 MAHA의 출발점이며, 그 중심에는 단맛의 과잉이 놓여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성인 비만율은 12%로 낮은 편이지만, 아동, 청소년 비만율은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성장기부터 단맛에 길들여지는 구조가 심각한 문제다.
<자료> HFCS콜라와 설탕콜라의 당류 함량
트럼프 대통령의 콜라 제스처는, 정책 메시지와 개인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상징적 퍼포먼스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작은 몸짓에 주목한다. 정책은 때때로 거창한 숫자가 아니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상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이 사회적 담론을 열고, 소비자 인식을 흔든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원료 교체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단맛을 덜 먹는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바로 여기서 ‘단맛의 정치학’의 묘미가 드러난다.
그리고 이 논의는 자연스럽게 다음 화두, ‘설탕세와 ZERO 콜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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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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