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탕세와 ZERO 콜라

제로의 역설

by 조은희

단맛을 줄이려는 세금 vs. 단맛을 지키려는 기업,

이 공방의 무대는 다름 아닌 콜라였다.

설탕세와 ZERO 콜라, 그리고 인공감미료,

이름은 달라졌지만 단맛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설탕세란 무엇인가

설탕세(SSB Tax, Sugar-Sweetened Beverage Tax)는 말 그대로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흔히 설탕세(Sugar Tax)라 부르지만, 정확히는 음료(SSB)가 대상이다. 이는 제품 가격을 높여 당 섭취를 줄이려는 장치로, 담뱃세와 비슷한 원리다.


설탕세는 효과를 냈다. 2014년 멕시코가 최초로 도입한 뒤 영국, 프랑스, 필리핀 등으로 확산됐고, 현재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설탕세가 시행되거나 법제화되었다. 멕시코는 적용 첫 해에 탄산음료 판매가 약 6% 감소했고, 영국에선 기업이 세금 부담을 피하려 자발적으로 당 함량 감축에 나섰다. 정책이 시장의 신호를 바꾼 것이다.


일각에선 코카콜라 제국의 몰락을 점치기도 했다. 전통 레시피(약 10g/100ml 내외)는 일부 국가의 과세기준(예: 5g/100ml)과 비교할 때 고세율 구간에 놓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코카콜라는 최근 분기에서 5%의 유기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업의 해법, 제로 콜라

설탕세는 기업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던졌다. 세금을 내고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설탕 함량을 줄여 세금부담을 피하는 것. 대다수의 선택은 후자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단맛 욕구는 줄지 않았다. 이 틈새에서 새로운 제품군이 등장한다. 바로 ‘제로 설탕’ 음료다.


코카콜라는 ‘설탕은 빼고 맛은 그대로’라는 메시지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설탕이 없는데 단맛은 왜 그대로일까? 답은 인공감미료다.


인공 감미료란

제로 콜라의 원재료(자료 1)를 보면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이 보인다. 설탕보다 200~600배 강한 단맛을 내는 합성 물질, 인공 감미료다. 칼로리는 거의 없어 제로 칼로리가 가능하지만, 장내 미생물 변화나 대사 이상과의 관련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천연이라 불리는 스테비아나 루오한과(나한과) 감미료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강한 단맛은 뇌와 혀의 보상회로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단맛 욕망을 강화할 수 있다.

2 제로콜라 원재료.png


시장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제로 콜라에 손을 들어주었다. 2024년 2분기, 일반 코카콜라의 판매는 정체한 반면, ‘코카콜라 제로 슈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증가했다(자료 2). 영국 경우 제로 칼로리 음료의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건강한 단맛’이라는 메시지가 소비자를 움직였고, 기업은 세금 회피와 이미지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셈이다.

2 코카콜라 제로 성장율.png


제로의 역설

핵심은 여기다. 칼로리는 줄었지만, 단맛의 구조와 욕망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괜찮다'는 안도감 속에 오히려 '더 자주, 더 많이' 마시게 될 위험이 있다. 이 아이러니가 바로 제로의 역설이다.


단맛의 정치학의 귀결, 소비자의 선택

트럼프 대통령의 콜라 제스처가 상징이었다면, 설탕세와 제로 콜라는 제도와 산업의 대응이었다. 정책은 소비자 행동을 흔들었고, 콜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원료가 HFCS에서 설탕으로, 다시 인공 감미료로 바뀌어도, 콜라는 여전히 달다.


그래서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정말 덜 단 세상으로 갈 수 있는가?’


여기서 필요한 건 대통령의 정치도, 기업의 마케팅도 아니다. 매일 마트에서 어떤 음료를 고르느냐, 그 작은 선택이 쌓여 만든 사회적 힘이다. 단맛의 정치학이 소비자의 정치로 귀결되는 이유다.


다음 이야기 _초가공식품의 해석

콜라의 당 첨가 논쟁은 단지 가공 음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선을 가공식품 전체로 넓혀보자. 이제 본격적으로 초가공식품의 세계로 들어간다. 단맛을 넘어 더 낯설고 다양한 얼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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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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