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선글라스를 쓰면 다이어트가 될까?
1부 What’s Added 감각을 조작하는 첨가물의 세계
1장. 눈을 속이다 _색이 만든 착시
(1) 색이 바뀌면 맛도 달라진다
2005년 일본 유메타이(Yumetai) 사가 실험용 파란색 렌즈 안경을 출시했다. 안경을 쓰는 순간, 선홍빛 스테이크도, 노릇한 치킨도, 우윳빛 케이크까지 모두 푸르게 변했다. 놀랍게도 시식 참가자들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색채 심리학 연구는, 자연계에서 보기 드문 파란색은 본능적으로 ‘부패와 독성’과 연결되어 식욕을 억제한다고 설명한다(Spence 2015).
반면 토마토의 빨강, 바나나의 노랑, 채소의 녹색은 오랫동안 안전하고 신선하다는 신호로 학습된 색이다. 우리는 색을 보며 맛을 짐작한다. 결국 먼저 눈으로 먹는 셈이다.
맥도널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로고를 떠올려 보자. 공통으로 빨간색과 노란색이 쓰인다. 연구에 따르면 빨강은 식욕을 자극하고, 노랑은 빠른 결정을 유도한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색채심리학이 치밀하게 설계된 결과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가공 과정에서 식품은 본래 색을 잃기 쉽다. 하지만 기업은 그대로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몇 방울의 색소로 더 선명하고 신선해 보이도록 재탄생시킨다. 잘 익은 토마토같이, 갓 짜낸 오렌지주스처럼,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맛까지 색으로 만들어낸다.
색에 향과 질감까지 더해지면 감각 전체가 완성된다. 첨가물은 더 이상 ‘보존과 안전’을 위한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더 선명한 색’, ‘더 강한 향’, 그리고 ‘더 오래 남는 맛’ ― 첨가물은 감각을 조율하는 도구이자 중독 설계의 무대 장치가 된 것이다.
이제 눈을 속이는 기술로 첫 장막을 올려보자. 현대 식탁 위에서 색은 어떻게 착시를 만들어 내는가:
- 착색료: 색을 더해 ‘맛있어 보이게’
- 발색제와 피막제: 색을 살려 ‘신선해 보이게’
- 표백제와 살균제: 색을 빼서 ‘깨끗해 보이게’
다음 글에서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본다.
<인포>
가공식품, 초가공식품이 무엇일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구자들이 사용하는 NOVA분류는 식품을 4단계로 나눈다
1단계 비가공·최소가공식품 (Unprocessed/Minimally Processed Foods)
자연 상태 그대로, 혹은 세척·냉동·건조 등 최소한의 처리만 한 것
(예) 사과, 쌀, 냉동 브로콜리, 우유 등
2단계 가공 조미식품 (Processed Culinary Ingredients)
조리 과정에서 쓰기 위해 자연식품을 가공한 것
(예) 설탕, 소금, 식용유, 버터, 간장 등
3단계 가공식품 (Processed Foods)
비교적 단순한 가공으로 원재료 형태가 남아 있는 것
(예) 치즈, 빵, 김치, 통조림 채소, 훈제 생선 등
4단계 초가공식품 (Ultra-Processed Foods, UPF)
본래 재료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가공하고,
여러 첨가물(색소·향료·감미료·강화제 등)을 결합해 만든 산업적 조리품
(예) 인스턴트 라면, 과자·스낵,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
여기서 말하는 ‘가공식품’은?
일상 언어에서는 김치, 치즈, 두부 등도 가공식품이지만,
이 연재에서 다루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4단계, 초가공식품이다.
즉, 우리가 집중할 대상은 색·향·식감을 설계한 산업적 완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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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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