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아니라 코에서 결정돠는 맛의 진실
1부 What’s Added 감각을 조작하는 첨가물의 세계
2장. 냄새로 유혹하다 _후각이 지배하는 소비심리
(1) 맛의 80%는 향, 혀가 아니라 코에서 결정되는 맛의 진실
우리는 흔히 맛은 혀로 느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맛의 80%는 향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문장은 우리의 오감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작은 실험을 해보자. 코를 막고 사과 한 조각을 먹어본 뒤, 이번에는 같은 방법으로 양파를 먹어본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두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맛이라고 믿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 후각이 주도하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자료> 사과와 양파 블라인드 테스트
음식이 입안에 들어와 씹히는 순간, 향기로운 분자들이 목구멍 뒤편을 거쳐 코의 후각 수용체에 도달한다. 이 과정을 ‘역행성 후각(retronasal olfaction)’이라고 부르는데, 풍미 경험의 70~80%가 여기서 결정되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면 밥맛이 사라지는 경험, 바로 이 원리의 증거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맛있다’는 순간은 혀보다는 코와 뇌가 합작한 착각에 가깝다.
후각은 단순히 맛을 돕는 감각을 넘어, 기억과 감정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후각 정보는 다른 감각과 달리, 시상을 거치지 않고 곧장 뇌의 감정(편도체)과 기억(해마)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어떤 냄새를 맡자마자, 순간적으로 어떤 장면이나 얼굴,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라고 부른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 과자의 향기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폭포처럼 불러온 장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즉, 우리는 향기를 통해 단순히 맛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기억을 불러오고, 감정을 움직이며, 그 감정이 다시 ‘맛있다’는 판단으로 연결되는 감각적 회로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 강력한 감각을 가공식품 산업이 놓칠 리 없다. 실제로 식품 속 향은 네 가지 첨가물의 조합으로 연출된다.
-착향료: 냄새 자체를 부여하거나 강화
-향미 증진제: 음식 고유의 맛을 증폭
-향 보존제: 쉽게 날아가는 향을 붙잡아 오래 유지
-향 지연방출제: 향을 캡슐에 담아 씹을수록 단계적으로 퍼지게 설계
[착향료]가 ‘첫인상’을 만들면, [향미 증진제]가 ‘정말 맛있다’는 느낌을 강화한다. [보존제]는 그 ‘향을 오래’ 붙잡아주고, [지연방출제]는 ‘향을 타이밍 맞춰’ 퍼뜨린다. 마치 무대 공연의 연출팀처럼,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한 장면을 완성한다.
이어질 글에서, 이 향 첨가물들이 어떻게 우리의 식탁을 연출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지 하나씩 파헤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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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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