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곶감은 왜 항상 고운 빛일까 & 깨끗한 척 효과

표백제와 살균제 _아황산염과 치아염소산 나트륨

by 조은희

1부 What’s Added 감각을 조작하는 첨가물의 세계

1장. 눈을 속이다 _색이 만든 착시

(5) 표백제와 살균제: 곶감은 왜 항상 고운 빛일까


곶감은 왜 고운 빛깔을 유지할까

감은 가을 햇살에 말린다. 보통 10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진행되니, 서늘하고 건조한 날씨의 수혜로 감은 곰팡이의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적절히 말려진다. 선조들이 개발한 가을과일 저장법이다.


이렇게 감의 껍질을 벗겨 말리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색이 바래고, 살짝 탄듯한 갈색이 스며들고, 표면은 쭈글쭈글해진다. 당연한 변화다.


하지만 마트 진열대 위 곶감은 다르다. 하나같이 밝고 균일한 빛이다. 소비자가 더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탱글탱글하고 깨끗한 주황빛’이다. 결국 [표백제]의 개입이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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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제, 시간을 지운 화학의 힘

곶감의 선명한 색은 종종 대표적인 표백제, [아황산염] 덕분이다. 표백제라 불리지만. 식품에서의 실제 역할은 색이 바래지 않도록 막고,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며, 저장 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덕분에 와인, 잼, 절임류, 건과일 등 오래 두어야 하는 식품에 폭넓게 쓰인다.


안전성 논란은 있다. 아황산염은 알레르기 성분으로 분류되어 제품에 반드시 ‘표백제’나 ‘산화방지제’와 함께 표기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업체들은 첨가물을 쓰지 않고 갈변된 곶감을 그대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무첨가’라 표시된 곶감에서조차 황 성분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무첨가인데 남아 있는 ‘황’

비밀은 '황 훈증'이라는 전통 공정에 있다. 감을 말리는 과정에서 이산화황 기체를 쐬어 곰팡이를 억제하고 색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기체 처리는 법적으로는 ‘첨가’로 보지 않기 때문에, 성분표에 표시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일부 성분은 곶감에 남아 소비자가 먹게 된다. 즉, 소비자는 ‘무첨가’라 믿지만 실제로는 황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표백제에서 살균제로

여기서 시선을 조금 넓혀 보면, 곶감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곶감의 ‘표백’이 색과 곰팡이를 잡았다면, 새우, 채소, 닭고기에는 [살균제]가 같은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흔히 ‘락스 성분’이라 불리는 물질이다. 세척 과정에서 사용되지만 최종 제품에 남아 있지 않으면 라벨에 표시할 의무가 없다.


즉, 곶감에서 ‘무첨가인데도 남아 있는 황’처럼, 살균제도 ‘사용했지만 표시되지 않는 성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가 닮아 있다.


‘깨끗한 척 효과’

1997년 EU와 영국이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유는 단 하나, 닭을 락스로 세척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합법적 살균 공정이었지만, 유럽의 철학은 달랐다. 닭이 깨끗하려면 사육 환경부터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겉을 씻는 것은 깨끗한 척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표백된 곶감, 살균된 새우, 락스로 씻은 닭, 모두 겉은 깨끗하게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완전히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깨끗한 척’ 효과다.


EU의 조치는 단순한 수입규제가 아니었다. 식품은 어떻게 보여야 하며, 무엇을 감추어선 안되는가 라는 원칙 선언이었고, 오늘날까지 식품 안전의 철학적 기준으로 남아 있다.



곶감이 언제나 고운 빛깔을 유지하는 건, 자연의 선물이 아니다. 표백제가 ‘시장성 있는 색’을 설계한 결과다. 살균제도 마찬가지다. 진짜 위생을 보장하기보다는, ‘위생적일 것 같은 이미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표백제와 살균제는 착색료나 발색제처럼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적은 많지 않다. 법적 허용 기준 안에 들어오면 표시되지 않고, 소비자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몫도 크다. 우리가 더 선명한 색, 더 완벽한 청결을 원할수록, 식품에서 자연스러운 변화와 균형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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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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