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A는 사회적 배경
1부 What’s Added 감각을 조작하는 첨가물의 세계
1장. 눈을 속이다 _색이 만든 착시
(6) 인공색소 적색 3호 퇴출: 정책과 소비자 인식이 산업을 바꾸다
식용색소 적색 3호(FD&C Red no.3, Erythrosine)는, 오랫동안 시리얼, 젤리, 캔디, 체리 토핑 등에서 선명한 빨간색을 만들어 온 대표적 타르색소다. 하지만 1980년대 동물실험에서 발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화려했던 색은 곧 위험의 신호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1990년에 이미 미국 식약처 FDA(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는 적색 3호를 화장품과 외용약에서 금지했다. 그러나 식품과 경구약에서는 여전히 사용이 허용되어 논란은 남았다.
2007년 EU와 영국은 아조계 색소(황색4호 황색50호, 적색40호)에 대해 아동 행동과잉(ADHD) 연관성을 경고하며, 식품에 경고 문구를 부착을 의무화했다. 금지는 아니었지만, 부담을 피하려는 기업들이 사실상 자발적 퇴출을 택했다.
한편 적색 3호는 체리류(칵테일 체리, 글라세 체리 등) 같은 특정 가공 과일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실제 시장에서의 활용도는 매우 낮다.
2009년 국내 역시 어린이 선호 식품에서 타르색소 사용 제한을 검토했고, 적색 3호는 용도*와 사용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내 적색 3호 사용 용도: 과자, 캔디류, 추잉껌, 빙과, 빵류, 떡류, 만두, 초콜릿류, 소시지류
색소 규제의 결정적 전환은 2025년 1월 15일이었다. FDA가 발암성이 입증된 첨가물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다는 Delaney 조항에 따라, 적색 3호의 식품과 경구약 사용을 전면 철회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식품은 2027년 1월 15일, 경구약은 2028년 1월 18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퇴출 수순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크래프트 하인즈, 제너럴 밀스, 네슬레 등 글로벌 빅푸드 기업들은 2027년까지 인공 색소 ‘전면 퇴출’을 선언했고, Mars 역시 그들의 제품인 M&M, 스키틀즈의 무색소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별 규제 차이는 곧 무역에도 부담을 준다. 예컨대 미국에서 허용된 제품도 허용 금지국인 한국과 EU 수출 시에는 해당 성분을 빼야 하고, 기업은 동일 제품이라도 수출국별 레시피를 따로 운영해야 한다.
결국 가장 엄격한 규제가 국제 표준으로 확산되는 압력으로 작동하면서, 규제는 단일 국가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까지 흔들고 있다
정책만으로는 시장이 바뀌지 않는다. 부모 세대의 불신은 기업을 압박했고, 소비자는 점차 ‘천연 색소’와 ‘무첨가’ 제품을 선택했다. 기업들은 클린 라벨(Clean Label)*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색은 단순한 장식에서 소비자 신뢰의 지표로 자리 잡았다.
*클린라벨(Clean Label): 합성 첨가물을 줄이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성분으로 구성하며,
최소한의 가공 과정만을 거친 식품을 의미
<자료> 유해 색소 퇴출 운동 모습
정책이 실제로 식품 성분을 바꾼 사례는 이미 있었다. 2006년 미국의 트랜스지방 표기 의무화가 그것이다. 어린이 비만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된 이 정책은, 시행한 지 불과 10년 만에 식품 내 트랜스지방을 80% 이상 줄이는 효과를 냈다.
이처럼 정책은 기업의 성분 설계를 실제로 바꿀 수 있다. 연재 1편에서 짚었던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역시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인공 색소 퇴출을 압박한 사회적 배경이었다. 2025년 FDA의 퇴출 결정과 2027년 글로벌 기업들의 선언은 바로 그 결과였다.
정책은 때때로 느리지만,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시장 전체를 바꾼다.
여기에 소비자 인식이 맞물리면, 산업은 움직인다.
트랜스지방 라벨링이 그 증거였고, 적색 3호는 다음 사례다.
단맛은 정책 저항 속에 오래 버텼지만, 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결국 색소의 운명은 기업의 의지가 아니라, 정책과 소비자 선택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미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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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Luci's Lab의 <食解, 가공식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시리즈의 일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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