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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Nov 30. 2021

전두환 씨,의 의미

두 전직 대통령을 보내는 언론들의 온도차

전두환이 죽었다. 언론은 일제히 그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기사를 썼다. 그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한 것이다. 이른바 '야마'다. 야마는 대부분 비슷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달랐다. 어느 언론들(경향, 국민, 서울, 한겨레, 한국)은 그를 '전 씨'라고 불렀지만, 어느 언론들(동아, 세계, 조선, 중앙)은 그를 '전 전 대통령'으로 불렀다. 정치권도 비슷했다. 여당은 '전 씨'로, 야당은 '전 전 대통령'이라 불렀다.


호칭에는 시각이 드러난다. '씨'의 사전적 의미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언론들은 잔혹한 살인 범죄자들을 부를 때, 씨를 빼고 '김은', '이는', '박은' 하며 기사를 쓰곤 했다. '씨를 붙일 가치도 없는 인간들'이란 뜻에서였다.



'전두환 씨'는 기존의 씨 사용법과는 결이 다르다. 그를 높이고 대접한 것이 아니라, 그를 허용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낮잡아 부른 것이다. '죽음'의 표현법도 메마르고 건조했다. 10대 일간지 대부분이 '사망'이라고 표현했고, '별세'라는 표현을 쓴 곳은 3곳뿐(세계, 조선, 중앙)이다.



불과 한 달 전 노태우의 죽음 때는 달랐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들은 '전 대통령'(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국)과 '별세'(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국)를 붙여 그의 마지막을 예우했다.(물론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 때처럼 '서거'라 표현한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업보일 것이다. 친구이자 동료였으며 군사 쿠데타와 대통령이란 길을 나란히 걸었던 둘은 결국 갈라져 다른 끝에 다다랐다. 갈림길에서의 선택이, 저마다의 죽음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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