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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Mar 27. 2023

(1)어쩌다 뉴스앱을 만들었다.

단독의숲에서 고민에 빠지다

드디어, 오늘로서 드디어 지난 한 달 동안 고독하게 낑낑대며 만들던 뉴스앱, <단독의숲>(https://dandoc.kr)을 '완성'했다.(정확하게는 <단독의숲: The Archive>다)



'완성'이라곤 하나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어쩜 그렇게 눈에 밟히는 게 산더미 같은지 참 알다가도 모를 정도지만, 애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구상했던 거의 모든 기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완성'이라고 말해도 될 듯 싶다. 여기서 굳이 '완성'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건 아마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손대고 싶지 않다'는, 어딘가에서 들리는 환청소리 때문일 것이다.(그럼에도 손질은 계속할 것 같지만..)



아무튼 떠올려보면 애초 '결사의 각오' 없이는 시작하면 안 될 일이었다. '뭐, 당장 해야할 것도 없는데 그거나 한번 제대로 만들어볼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지난달  손으로 창업했던 스타트업에서 불의(?)의 퇴사를 당한(!) 직후였다. 경로 전환에 반쯤 실패한 것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일을 찾기엔 이르다고 생각했던 데다, 플랫폼 작업은 전부터 줄곧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하나둘 손대다보니 금세 눈덩이, 일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분명 처음 생각으로는 '웹에서 적당히 돌아가는 정도로만'이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날밤을 지새우며 코드와 씨름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악순환이었다. 이제껏 들인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은 완성도에 대한 집착으로, 이는 다시 자괴감과 후회로 회귀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그렇다고 돈이 들어오는 일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하는 일인가 하는 회의감에 종종 괴로워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막상 해놓고 보니 그래도 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솔직히 말해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니, 꽤 컸다. 우선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쪽 둘 다 실력이 꽤 늘었다.(심지어 이 앱은 웹과 모바일 둘 다 작동하도록 반응형으로 짜여졌다) 지난해 말 독학으로 익혔던 파이썬 Flask와 TailwindCSS, jQuery가 이 프로젝트를 거치며 어느 정도 경지(물론 비전공자 수준에서..)에 올랐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도가 반강제적으로 쌓이게 된 것이다. 거기에 UI/UX에 대한 감각, 디자인에 대한 감각, 서비스기획에 대한 감각 등 스타트업에서 PO로 일할 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감각들이 꽤 예민해진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일 것이다.


무엇보다 코드에 파묻혀 살았던 이 한 달은 동시에 그동안 잊고 있던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기도 했다. 벌써 2년 전이다. 큰 뜻을 품고 신문사를 박차고 나왔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직업 기자로서의 감각, 저널리스트로서의 감각이 무뎌질 대로 무뎌졌던 게 사실이다. 이 앱을 만들며 매일 억수같이 쏟아지는 '단독'들을 보며 저널리즘을 생각했다. 그 무지막지하고 불균질한 덩어리들을 보면서 느낀 놀라움과 공허함은 곧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또 나는 무엇에 아쉬움을 느끼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에 대한 답을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는 분명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어떤 면에선 대단히 공교롭고 시의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앞으로 그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https://dandoc.kr/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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