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 Apr 19. 2023

(5)월 지출 20만원, 수입 0원의 사이드 프로젝트

그럼에도 계속 이 플랫폼을 가꾸는 이유

"There's no free lunch."


공짜 점심은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아포리즘 중 이만큼 직관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말이 또 있을까? 이 표현은 '기회비용'이라는 개념 설명을 위해 경제학자들이 만든 것이지만, 꼭 학문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인생 골목골목에서 이 말이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누구나 한 번쯤 몸소 깨달은 적이 있을 것이다.


for me!!


당연하게도 '단독의숲' 역시 공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얘기를 꺼내려니 조금 속이 쓰라리려고 하는데, 며칠 전 구글에서 날아온 서버 비용이 당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화로 따져 18만3,465원. 단독기사 스크래퍼를 돌리는 구글 compute engine 서버비만 그렇다는 것이고, 웹 배포를 위한 Heroku 서버비, 데이터베이스(DB)에 쓰이는 Cloud SQL 서버비, 도메인 비용까지 합치면 한 달에 족히 20만원은 나가는 셈이다.(물론 이번 경험을 계기로 구글 서버는 메뚜기처럼 무료 크레딧을 써볼 생각이다)


분명 누군가는 "뭐 그정도 금액 가지고.." 혹은 "너무 쪼잔한 거 아냐?"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적다면 적은 비용이지만 적어도 내게는 취미로 하는 프로젝트치곤 부담이 된다. 더구나 당나라식 계산법으로 따지면 이는 내게 2배, 3배의 손해를 안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개발자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로 용돈벌이를 하는데, 나는 오히려 내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니 말이다.(심지어 나는 지금 아무런 수입이 없는 상태다..!) 배가 더 아파지는 듯한 이 느낌은 과연 착각일까. 아마 DB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비용은 불게 될 것이다.


비용이 조금 오버되긴 했지만,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나를 가장 고민하게 했던 건 조금은 낯선 코드들을 짜는 일도, 서버 배포도, DB 파이프라인 설계도 아니었다. 사이트 소개에 '비영리'라는 문구를 넣느냐 마냐였다. 일찌감치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 예상했기 때문인데, 당시를 떠올려보면 비교적 큰 고민 없이 비영리라는 문구를 쓰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물론 돈이 남아돌아서는 아니었다.


단독의숲은 일단은 비영리 아카이브 프로젝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어차피 벌 수 없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흔들림 없는 확신이 첫번째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려 3번이나 창립 멤버로 스타트업에 들어가 그 흥망성쇄들을 지켜본 바, 내가 깨닫게 된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돈을 내게끔 한다는 건 길가다 주운 로또 용지로 1등에 당첨되는 일만큼이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애시당초 비즈니스 모델이 고려되지 않았을 뿐더러 설령 있었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다. 경험상 소개에 '비영리'를 박든 안 박든, 어차피 이 플랫폼으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


두 번째는 그렇게라도 '워킹(working)'하는 프로덕트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이 바닥에선 아무리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도 유저들에게 외면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익명의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서비스, 동료 기자들이 매일 들락날락하는 저널리즘 플랫폼을 만든다는 상상은 지루하고 답답했던 개발 작업을 끝까지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꼭 그런 '쓸모'가 아니더라도 이번 프로젝트는 내게 '만든다'라는 행위가 얼마나 원초적인 즐거움을 주는 일인지 일깨우는 작업이기도 했다. 나는 그야말로 태어나 처음 몸을 뒤집는데 성공한 아기처럼 쉴 새 없이 코드를 짜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일종의 유희이자 자아실현이었다.


'이미 님 구글 계정으로 돈 다 지불됨 감사'...라고 쓰인 명세표를 재차 확인하며 마음 한 구석 '저기 안 보이는 데 구글 애드센스 하나 넣어볼까' 생각해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진정성이 훼손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고이 밀어뒀다. 그 대신 '이 작업을 돈과 연결시키지 말자', '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졌을 때를 상상하자', '집단지성이 작동했을 때 만들어질 변화에만 집중하자'고 홀로 곱씹었다. 까놓고말해 이런 진정성이라도 없다면 누가 이 볼품 없는 프로젝트에 관심이라도 가지겠는가, 하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라고 쓰고 자기합리화라고 읽는다)이었다.(물론 지금 액티브 유저 수를 봐서는 이보다 더한 진정성이 있어야할 것 같다..!)


그럼에도 바라는 게 있다면 최근 기자 친구들과 쓰고 있는 인터뷰집이 출간되면 광고 배너 하나 구석에 붙여놓는 것? 그리고 그 아래 (모든 개발자들의 로망인)'Buy me a coffee' 배너를 작게 하나 붙이는 것? 이정도다. 이정도가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바라는 '점심값'의 전부다.



 https://dandoc.kr

https://dandoc.kr/archive

매거진의 이전글 (4)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첫 단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