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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감자 Nov 22. 2017

두 아이와 여행을 한다는 것...

그 힐링과 극기훈련의 경계에서...

 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여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을 앞세우곤 한다. ‘혼자서 애 둘을 어떻게 케어하냐’ 에서부터 ‘위험하지 않겠냐’, ‘그런 여행은 가고 싶지 않다’ 등등...

 그렇다. 확실히 어린아이를 동반하는 여행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함이 도사리고 있다. 하물며 나 혼자서 애 둘을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걱정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결혼 전 나는 해가 뜨기 전부터 움직여 해가 지고 나서야 호텔로 돌아오는, 꽤나 버거운 스케줄로 움직이는 여행을 좋아했었다.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곳. 내가 지금 서있는 이 곳을 한 점의 미련 없이 보고 먹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오쿠라호텔

 호텔만 해도 그렇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매일 밤 여행 짐을 새로 싸면서도 늘 새로운 곳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렇게 여행 짐을 들고 긴 시간을 움직여도, 발에 물집이 잡혀도 즐겁기만 한, 나에게 여행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이 모든 것이 변했다. 결혼 2년 차, “난 여행이 싫어. 특히나 당신이 좋아하는 그런 극기훈련 같은 여행은 더더욱 싫어”라는 남편의 청천벽력 같은 커밍아웃이 있고부터 고민에 빠졌다. 이 세상에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 우리 부부는 진지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고, 결국 남편의 뜻대로 남편이 여행을 가지 않는 대신 내가 두 번의 여행을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게 오롯이 아이들은 내 몫이 되었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거나 포기해야 하는 일이 많았고, 내 몸 하나로도 버거운 스케줄을 내 짐과 아이의 짐을 들고, 심지어 아이까지 안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속속 생겼다.


 결국 난 그동안 나의 스타일로 고수해 오던 여행 패턴을 바꿨다.


 빡빡하게 채워졌던 스케줄표는 단출하게 바뀌고, 중간중간 비워진 공간도 준비했다. 혹시 모를 스케줄의 이동이나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일정을 추가할 수 있도록 말이다. 방문할 관광지나 식당들도 나 자신이 원하는 곳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모두 준비해 적당히 배치했다.

 그러고서야 다시 여행은 내게 즐거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그제야 아이들도 여행을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케줄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달리 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빨리해’, ‘서두르자’고 하지 않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려 했고, 그러기 위해서 최대한 한 장소에 오래 머물렀다.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이렇게 아깝게 보내야 하나...

이 시간이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텐데...’


 때로는 천천히 움직이는 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움직일 때는 많은 것을 보고 더 다양한 것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다니다 보니 그 전엔 보이지 않던 그곳 만의 정취, 색깔이 느껴지더라. 마치 그 전 여행이 빠르게 그려진 데생과 같다면 아이들과 함께 그곳을 색으로 채워가는 느낌. 나는 두 아이와 함께 우리만의 언어로 추억을 색칠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여행에선 분명 배울 것이 많다. 육체적 피로 역시 그 일부분이며,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의 욕망과 상대방을 향한 배려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야만 비로소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또는 완벽히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행과 함께 즐겨줄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은 어른이 된다고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반복되는 트레이닝으로 단련되는 것.



 두 아이와 나. 우린 그렇게 여행 파트너가 되어 오늘도 새로운 여행을 계획한다.


 서로 완벽하지 못한 우리이지만, 같은 캔버스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작품을 색칠해 나간다.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실수도 하지만, 아이와 내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여행.

 그런 우리의 즐거운 여행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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