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플리케이션(DApp)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스테이블코인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코인의 발행이다. 하지만 현재 코인 발행은 거대 기업이나 신뢰를 담보로 하는 몇몇 조직, 그리고 대형 금융 기관에만 한정되어 있다. 이들이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을 닦을 수는 있겠지만, 이들만으로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여기에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정부와 기관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시장의 왜곡이나 탈법, 탈세를 방지하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건전하게 존속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만드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장이 형성된 후 부작용을 관리하는 사후 조치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사전에 수요를 창출하거나 혁신을 강제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적 뒷받침은 시장의 영속성을 위한 조건이지,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직접적인 동력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스테이블코인 정착은 발행자나 규제 당국이 아닌,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소비자는 앱을 통해 일상적인 소비를 행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며 생태계를 발전시킨다. 이러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야말로 스테이블코인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된다. 소비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경제 활동을 지속하게 하려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접점인 스테이블코인 앱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인터넷과 모바일이 세상을 바꿨던 공식을 돌이켜보면 답은 명확하다. 인터넷 시절에 가장 중요한 접점은 홈페이지였고, 모바일 시대의 핵심은 앱이었다. 기술 자체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용자가 일상에서 그 기술을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창구가 없다면 그 기술은 대중화될 수 없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발행이라는 인프라와 제도라는 안전망을 넘어, 개발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개발자들이 창의적이고 편리한 앱을 쏟아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생태계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는 통상적인 시장의 인위적인 부양책이나 억지스러운 홍보 없이도 시장이 돌아가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된다. 개발자가 편리하게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할 수 있는 도구가 갖춰지면, 커머스부터 콘텐츠 결제, 송금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영역에 스테이블코인이 스며든다. 사용자는 배후의 복잡한 블록체인 기술을 알 필요 없이 그저 잘 만들어진 앱의 편리함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구조가 확립되면 시장은 자생적인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앱을 통해 실질적인 사용자가 늘어나면 개발자들은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하여 앱의 기능을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 사용자의 유입이 다시 개발의 동기가 되고, 풍성해진 서비스가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불러모으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아도 생태계가 스스로 성장하는 원리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발행 권력을 쥔 소수나 사후 관리에 치중하는 규제 기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앱의 수와 질에 달려 있다. 모바일 시대에 앱이 고객의 삶을 점유하며 성공 방정식의 핵심이라는 것을 증명했듯이 스테이블코인 또한 스테이블 코인앱이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대중의 일상에 안착해야 한다. 발행과 제도는 그저 시작을 위한 준비일 뿐이며,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많은 앱의 생태계가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를 결정짓는 진정한 승부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