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최종 판단자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모든 기술적 성취와 개발자의 노고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종착점은 결국 소비자다. 이들은 생태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최상위 포식자이자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며, 생태계의 근본을 지탱하는 존재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과 압도적인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생태계는 생명력이 거세된 박제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앱을 통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깊숙이 스테이블코인을 일상에 침투시키느냐에 따라 해당 코인의 생사는 갈린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공된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객체가 아니라, 사용 편의성에 대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던지고 더 나은 혜택을 찾아 냉정하게 이동하는 능동적인 주권자다. 이들의 집단적인 사용 패턴과 선택은 시장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며,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성을 결정하는 가장 정교한 나침반 역할을 수행한다.
많은 소비자가 특정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참여할수록 가맹점과 사용처는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갖아야 한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앱이야말로 스테이블코인이 안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조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사용자 간의 네트워크 효과는 생태계가 외부의 동력 없이도 스스로 회전하게 만드는 강력한 플라이휠을 구축한다. 결제, 송금, 저축과 같은 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을 넘어 화폐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실현할 때, 생태계는 비로소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세상에 증명하게 된다. 이러한 증명이 반복될 때 스테이블코인은 비로소 신뢰라는 자산을 획득하며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앞서 개발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개발자가 목표로 삼는 타겟이자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결국 소비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발자는 생산자로서 생태계를 설계하지만, 그 설계도가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승인 도장을 찍는 것은 오직 소비자뿐이다. 기업의 부와 생태계의 영속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는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소비자 집단은 직접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충성도를 바치는 가장 친밀한 후원자인 동시에,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생산의 파트너다. 그러나 이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단번에 등을 돌려 모든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냉혹한 심판관이기도 하다.
소비자에게 버림받는 순간, 투입된 수조 원의 자본과 천재적인 개발자들이 밤을 새워 만든 코드는 순식간에 의미 없이 사라지는 반면, 반대로 소비자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 생태계는 그 어떤 인위적인 부양책 없이도 무한히 확장하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나간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혁명의 진정한 완성은 기술의 고도화가 아니라, 소비자의 삶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고 깊게 녹아들어 그들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는 생태계의 시작이자 끝이며, 그들의 만족과 지지야말로 모든 경제 활동의 최종적인 보상이자 유일한 목적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