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진 교수의 데이터 경험에 대한 명저서를 읽고... @시크릿하우스
데이터 관련한 책들은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데이터의 활용사례와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빠지지 않고 나열되는 이야기들이다. '데이터는 21C의 원유'라고 하거나 '향후 30년 동안은 데이터의 시대'라며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이제는 총론보다는 각론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한 현재의 이야기나 사례보다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미래에 대한 제언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활용사례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을 넘어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진정 데이터 학자라고 하면 지식의 수준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인사이트를 가지고 제언하고 예측하여야 한다. 그것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에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데이터 학자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양대학교 차경진 교수의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DCX 혁신의 비밀'이라고 부제가 붙고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라는 저서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현재와는 달리 앞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데이터를 통한 분석을 넘어 고객의 경험을 분석하고 지배할 수 있는 DCX(Data Driven eXperience)인 것이다.
'디지털에 남긴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법'이라는 표현을 책 표지에 적어두었다. 그러하듯이 전체적인 내용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을 읽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있다. 지금까지의 방법론, 특히 디자인 싱킹과 같은 관찰자의 감에 의지하지 않고 데이터를 더해서 좀 더 객관성과 다양성,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의 데이터나 고객 분석의 형태의 개선을 잊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객에 대하여 'What'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면 이제는 고객이 행동과 생각하는 이유 'Why'에 대하여 필자는 집착한다. 그래야 온전히 고객의 감성과 경험을 자극하고 제대로 된 고객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 한다. 디지털에서 고객의 마음을 읽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고도 필자는 이야기한다. "데이터를 모으기보다,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줄 것인가를 먼저 설정하라"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통상적인 데이터를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사용하라는 의미로 보인다. 쉽게 이야기하지만 참으로 진리이며 지당하다. 이는 데이터 학자가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나 경험에 대하여 논하고 있는데 수단과 목적을 분명히 가를 줄 아는 필자라는 생각이 든다.
서문에서 필자는 혁신적인 CX(customer eXperience)를 고민하는 팀과 고객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들, 그리고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는 리더들에게 특히 더 많은 관심을 표현하고 있는데 1장에서는 고객의 마음을 읽는 방법(어떻게 데이터로 고객의 마음을 읽을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두 번째 장에서는 데이터에 숨겨진 고객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로 '고객은 고객이 아니라 팬이다'라는 표현은 특히 느낌이 오는 대목이다. 3장에서는 고객의 데이터로 고객의 경험을 발견하고 디자인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정규분포의 양 끝단에 존재하는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고객에 대한 특별한 맥락까지를 알아내며 혁신적인 고객 경험 디자인의 재료로 사용되기를 원하고 있다.
4장에서 보이는 Z 세대의 페르소나에 대한 언급은 나와 같은 세대에서는 경험하지도 못한 것은 물론 이해하기도 어려운 특성들을 알아내고 이해하기 위한 분석을 하며 실제 고객의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라이프 자체를 알아보기 위한 테크닉들이 소개된다. 특히 딥러닝, 인공 지능을 통하여 경험 설계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5장과 6장에서 소개되고 있다. 마지막 7장에서는 가장 강조하고 싶은 디지털 가치의 루프, 즉 디지털 시대의 고객의 더 넓고, 더 깊고, 더욱더 크고 선명한 디지털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생태계 모델을 제언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결국 하나하나의 수단보다는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건전한 생태계를 통하여 지속 가능한 디지털 가치 루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옮긴 것을 읽다 보면 같은 생각이지만 다른 생각을 할 수 도 있고, 다른 생각인데 같은 생각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철학으로 용비어천가는 발전을 가져오지 못한다고 본다. 성장은 합의보다는 충돌에 의해 일어나고, 성공은 실패를 딛는 곳에서 일어난다는 생각이다. 차교수께서 저술하신 데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는 이 말씀에 너무도 동감한다. 중간중간에 표현하신 글 중에는 많은 내용이 가슴을 때리기도 하고, 몰랐던 느낌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도 하고, 간과한 것들이 많아 부끄럽기도 했다. “과거로부터 온 데이터는 과거의 트렌드와 현상을 잘 설명해 주지만,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는 기존 데이터 수집 방법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라고 기술하신 부분은 참으로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데이터라는 것은 이미 과거의 것임을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싱킹의 우수함을 인정하면서 그보다 한 단계 더 넓고, 크고, 깊고 선명한 경험을 고객에게 선물할 수 있는 데이터의 가치 확장에 대하여 깊이 있는 제안을 한다. 고객의 행동에 ‘Why’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데 책의 모든 내용 중에 나는 이 부분이 가장 감동을 받았고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서 필자의 탁월함에 존경을 금할 수 없었다. 결과보다는 '동기'를 알아야 한다는 것에 열열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다만, 필자가 주장하는 부분 중에서나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의 문제인지, 나의 세대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의 지식과의 충돌이 있음을 자인한다. 가장 큰 것은 Z세대의 멀티 페르소나에 대한 의견이다. 과연 Z세대의 파악이 기존의 도구로써 파악이 가능한 것이지 모르겠다. 내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내용에도 있듯이 "Z 세대에 태어난 사람이 Z 세대의 특징을 다른 세대에게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한계"라는 표현을 썼고, "소비자 자신도 모르는 속마음을 성실하게 답하기는 어려움"이라는 설문 조사의 한계를 이야기도 했다. 물론 필자는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 그리고 통계적인 데이터를 통하고 더 나아가 3rd Party까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면 고객의 맥락, 고객의 라이프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잘못하면 데이터 분석을 위한 ROI가 문제가 될 정도로 많은 데이터는 용량과 속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사소하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중간에 필자는 데이터의 처리를 위한 목적 지향적 데이터 수집과 모델링,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한 대안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은 가지고 있다. 선수니까..
가장 의견에 불일치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언젠가는 확인하고 넘어갔으면 하는데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스타벅스의 굿즈를 설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굿즈에 열광하는 모습에 반해 커피에 대한 기본이 달라졌다는 언급이었다. 개인적인 지식이나 신념으로는 본질에 충실한 기업이나 개인, 조직이 이외의 비즈니스나 확장에 있어서 성공할 수 있다는데 1표를 던지는 사람이다.
2008년인가 스타벅스에 위기가 왔을 때 하워드 슐츠 회장의 복귀와 함께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것 중에 "커피의 맛'의 본질에 충실할 것임을 천명한 바가 있다. 그래서 MS의 클라우드를 써가면서 Deep Brew를 써 가면서 세계 어디서나 스타벅스의 커피맛이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고 본다. 현대 자동차의 예를 든 것이나 포르셰의 예를 들은 것도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물론 용도가 달라진 '양키캔들'과 같이 빛을 비추는 역할이 변한 것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여전히 실 생활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들은 본질에 충실한 확장이 FM이며 시대적인 흐름에도 적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이를 위해 정량적인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써는 가지고 있지 않다.
보기 드문 구체적인 데이터 관련 저서이다. 필자의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생동감 있게 기술하였다. 아쉬운 것은 데이터에 대한 공부를 하는 나와 같은 데이터 초심자들에게는 쉬웠다가 어려웠다가, 풀이집 같았다가 문제집 같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데이터의 가치 확장을 위해 개인의 아이디어에서 그룹별 발산, 그리고 서비스의 구체화와 서비스의 고도화 등의 증폭되는 협력, 특히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을 해서 지속 가능한 디지털 가치 루프 만들어야 하는 제언은 성장의 무한 확장을 꿈꾸는 경험 디자인 플라이 휠(필자는 '디지털 가치 루프'라고 표현)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데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