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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Oct 09. 2018

유럽에서 겪는 ‘니하오’는 정말 인종차별일까?

아닐지도 모른다

유럽 여행 다녀 온 사람들이 한 번씩은 겪어본다는 일이 있다. 바로 ‘니하오’다. 동양인이 지나가면 유럽 현지인들이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니하오’라고 놀린다는 것. 당하는 우리들은 대체로 큰 불쾌함을 느낀다. 그리고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내가 당했던 인종차별’이라며 ‘니하오 썰’을 푼다.


니하오가 인종 차별이라는 말은 꽤 그럴 듯 하다. 워낙 여러 사람들이 당했다 보니 이미 유럽의 동양인 차별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냉정을 찾고, 이 불쾌한 ‘니하오’ 언어 폭행을 되짚어 보자. ‘니하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 동양인으로서 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에 불쾌한 걸까, 그렇지 않으면 나는 한국인인데 중국인 취급을 당해서 불쾌한 걸까? 중국인들의 입장은 어떨까? 유럽인들에게 ‘니하오’를 들었을 때 과연 중국인들도 불편함을 느낄까? 만일 중국인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니하오는 정말 인종차별이 맞는 걸까?

하이델베르크 성과 그 아래 주택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호스텔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와 하이델베르크를 구경했을 때다. 천천히 성에 올라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백인들이 갑자기 친구를 보고 ‘니하오’를 건넸다. 나는 꽤 당황했다. 사실 나는 그 때까지 유럽에 몇 개월을 체류하는 동안 니하오를 당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머리 속에 ‘인종차별’ 단어가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그 친구가 얼마나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세상에, 그 친구는 미소를 담아 ‘니하오’ 화답을 하는 게 아닌가?


평생 ‘니하오=인종차별’ 공식을 외우고 살았던 나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들과 멀어지고 친구에게 물어봤다. “니하오, 라는 말 들었는데 기분 나쁘지 않아?” 그러자 그 친구가 하는 말, “왜? 중국어 해주면 반갑지”


그 친구의 답변에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그리고 2년 여전 페루에 여행 갔을 때가 떠올랐다. 페루는 과거 대우자동차가 전성기 시절 상당히 많은 판매고를 올린 나라라서, 지금까지도 ‘티코’를 택시로 쓰는 모습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2016년 기준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사업 차 많이 들렀던 터라 페루 사람들이 한국이란 나라 자체에 상당히 익숙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K-pop 인기도 상당하다. 나는 그룹 EXO 멤버가 누구누구 있는지를 리마 택시 기사에게 처음 배웠었다. 그 아저씨 딸이 EXO에 푹 빠져있었다더라.


여튼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페루에서만은 동양인 외관을 이유로 ‘니하오’나 ‘곤니치와’를 선제타로 허용하는 불상사를 겪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바로 “친구!”와 “안녕하세요”다. 놀랍지 않은가. 이들은 동양인을 보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처음 이 말들을 마주 했을 때,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 먼 나라 사람이 내 나라 말로 인사를 건네는데 기분 나쁠 리가 없다. 물론 이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기하고 있는 택시 기사이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안녕하세요’ 하니 기분 괜찮더라. 만일 ‘니하오’를 들었다면 또 달랐겠지.


다시 하이델베르크로 돌아가자. 그 친구의 답변과 반응, 그리고 내가 과거 페루에서 겪었던 일들이 머리 속에서 뒤섞였다. 그 결과 니하오는 인종차별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해보자. 유럽인들이 지나가는 우리를 보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니하오 들을 때처럼 인종차별이란 생각에 손이 떨리고 화가 치밀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유럽인들의 적극적인 성격, 호기심, 그리고 나름의 배려(와 수작)가 담긴 인사인 건 아닐까?


하이델베르크를 관통하는 강.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사실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썰들은 니하오 외에도 다수 있다. 주문을 하려고 앉아 있는데 내 테이블은 늦게 주문을 받았다던지, 카메라 도촬을 당했다던지 하는 일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저런 ‘차별’을 당하는 주체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남자는 잘 당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유럽에 6개월 체류하는 동안 솔직히 그 흔한 니하오 한 번 들은 적이 없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남직원 역시 경험이 없었다고 했다. 하이델베르크 중국인 친구도 여성이었다. 말하자면 우리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사실 대부분 파였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번에 좀 더 다듬어서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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